▣ 아버지와 아들
#불이야
한밤중에 불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아들아!~!! 소방서에 신고해야 하는데 119가 몇 번이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들이 잠결에 대답합니다.
"아버지!~!! 소방서가 몇 번인지 제가 114에 물어봐야 하는데 제 전화가 몇번이지요?"
부자의 대화를 들어보니 화재 신고하기 전에 이 집의 등기부상 명의가 누군가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으러 갈 것 같습니다.
#아비 덕이다
이번에는 거지 부자가 어느 마을에 동냥을 가는 길인데 초가집에 불이 나서 온동네 사람들이 양동이에 물을 퍼서 불을 끄기고 있습니다.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집이 없으니 불날 걱정은 없군요."
아버지가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게 다 아비 잘 만난 덕인 줄 알아라."
#남편 덕이다
거지 부부가 12월31일 밤에 다리 노숙인 거처에서 쉬고 있습니다. 다리 위로 수많은 우마차가 오가므로 그 연유를 알아보니 새해가 되기 전에 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꿔온 쌀을 되갚아 주는 운송행렬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는 누구에게 빌린 것도 없고 꿔준 것도 없으니 갚을 것도 없고 받아올 물건도 없군요."
다리 밑 기둥을 베고 비스듬이 누워있던 남편이 대꾸합니다.
'그게 다 남편 잘 만난 덕분인 줄 아시오"
▣ 슬기로운 식당 종업원
식당에서 막 식사를 하려던 손님이 밥 속에 파리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밥을 밥공기에 퍼담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손님은 종업원을 불러 파리가 들어갔다고 지적합니다.
“이보시오, 공기밥에 파리가 빠져있군요.”
종업원이 달려왔습니다. 공기밥을 확인한 종업원은 손님이 파리라고 지적한 부분을 손으로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습니다.
“손님, 제가 먹어보니 이것은 검정콩의 껍질입니다.”
마침 검정콩이 들어간 콩밥이었습니다. 손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증거물이 사라졌고 파리가 아니라 콩껍질이라는 종업원의 대응에 더 이상 항의할 수 없었습니다.
손님은 사장을 불러 당부했습니다. 이 종업원은 참으로 주인정신이 뛰어난 직원이니 사장님이 오래도록 같이 일하고 나중에 식당이든 다른 사업이든 잘 할 것이니 창업을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아마도 손님은 훗날에도 이 종업원이 사장이 된 식당에 자주 방문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주인 정신은 도처에서 중요한 삶의 座右銘(좌우명)이 되고 있습니다.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1년 365일은 물론 지난 50년, 100년, 1,000년을 돌이켜 보아도 역시 하루의 시작은 새벽이고 그 새벽을 통해 길든 짧은 하나의 생을 구성하고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것이 인생이든 공직이든 직장생활이든, 정치인이든 모두가 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르므로 이 새벽을 만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것입니다만 삶이라는 과정은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것이니 남의 경험을 빌려서 나의 삶과 인생에 방향타로 삼고자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 새벽의 군상을 살펴보면 밤새 전방과 후방에서 초병들이 지키는 가운데 군 막사안에서 잠을 자는 병사, 불침번을 서면서 불당번을 하는 전방부대 장병도 있습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전방을 응시하며 시간과 싸우고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장병도 있습니다. 더러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군무를 이탈하여 탈영하여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 보면,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전기를 보내주시는 한전의 상황실, 가스를 조절하는 관리실, 그리고 화재와 재난을 대비하는 소방관, 범죄예방을 위해 밤을 밝히는 경찰관이 있어서 수천만 대한민국 한반도의 평화와 행복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 십번 아기의 이불을 덮어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제 밤에도 음주운전으로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으며 이 시각쯤이면 술도 깨고 정신을 차려서 평생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반성하고 있는 이들도 수 십명 있을 것입니다. 제발 음주운전은 없어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언론에서 음주운전의 폐해를 수없이 보도하는데도 이처럼 발생하는 음주사고, 면허취소, 벌금 등 안타까운 일들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리운전 15,000원을 아끼려다가 1천5백만원 내고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추가로 겪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잠자는 모습이 똑같은 분이 없을 것입니다. 20층 아파트 같은 위치의 방에서 잠자는 20가정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화장실만 같을 뿐 TV, 냉장고, 침대의 위치, 식당의 방향이 서로 다를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것은 공직자들의 생각과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과거 공무원의 양태와 이 시대 30전후 젊은 공직자의 모습은 크게 다른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신바람 나게 출근하는 공직자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 공직사회 구조가 새벽에 뛰어나가 일하는 개인기업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틈새는 일반 사회보다 넓은 분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개인기업이나 가계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돈벌이를 위해 새벽에 나가 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등지의 교포들 중 성공한 분들은 부지런함이 경쟁력이라고 했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더 멀리 농촌마을로 가면 채소값이 저렴하고 당일의 채소를 가져오면 신선한 상태로 판매하니 인기가 높아서 아침에 다 팔린다고 합니다.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멀리가서 일찍 가져온 재소를 모두 팔이 큰 수익을 올린다는 말입니다.
공무원도 부지런함이 경쟁력입니다. 5분이든 10분이든 일찍 출근하면 얻는 것이 많습니다. 신문함의 신문을 꺼내어 과장님 책상에 올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사를 보게 됩니다.
일찍 출근하면 복도에서부터 사무실에서 만나는 선배들의 움직임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보는 만큼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 선배들은 부지런한 후배를 보면서 신뢰를 쌓아갑니다. 중요 보직에 발탁될 수 있는 포인트를 누적하는 것입니다.
공직은 선배들이 끌고가는 운동회의 종목과도 같습니다. 1960년대 시골 국민학교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손님찾아 달리기입니다.
제가 달리기가 좀 약했는데 이 종목에서 집은 카드가 '청년 아저씨'였고 옆에 어느 청년이 손을 잡고 달려서 1등을 한 행복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10살 정도 위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청년의 도움으로 달리기 1등을 한 이후 참으로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배의 도움은 공직에서도 받았고 인생에서도 조언을 얻었습니다. 물론 19세에 공직에 들어왔으니 대부분의 선배는 공직과 인생을 동시에 이끌어 주셨습니다.
비봉면사무소 산업계에 근무하신 선배님들, 팔탄면사무소 선배님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농민교육원에서는 공직은 물론 인생을 이끌어 주신 '형아'들이 여러분 있습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분의 선배님들이 공직을 고양해 주시고 인생을 살찌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와서 돌아보니 어느 후배를 이끌어 주었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들만큼 더 귀여운 손자이고 딸만큼 예쁜 손녀라는데 말입니다. 내리사랑이라던데 후배에게 어떤 도움을 준 기억이 없고 귀감이 된 사례도 없습니다.
결국 어르신들의 보살핌만 받고 갚아야 할 내리사랑을 다하지 못한 점을 크게 반성하면서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출판사에 사전 검토를 받아보니 문장이 장황하고 들어가지 말아야할 글이 섞여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는 기본점수 40점에 포함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틈을 내서 가다듬고 있습니다. 내 손과 마음으로 쓴 글을 버리는 일은 아픔입니다. 처음에는 소제목을 달았는데 문장이 끊기는 것 같아서 지웠던 바 오히려 이번에는 문장의 연결고리가 모호하여 다시 작은 제목을 조금 길게 잡아보는 중입니다.
밤을 새워 일하시는 회사의 신입사원처럼 써놓은 글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그 접합의 봉합작업에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사에 왕도, 즉 지름길이 없다고 합니다. 공직에서도 곧바로 건너가는 길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통해 직업의 지름길, 정치의 중심무대에 진출하시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또 다른 세계를 구성하고 이끌며 나가십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마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설에 따라 문화, 예술, 철학, 영화, 연극 등 생의 최고봉을 향해 나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공직이라는 길, 직장의 셀러리맨의 출근길을 선택하신 분들은 그 속에서 나의 길을 찾고 그 틈새에서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의할 수 있으며 훗날에 정계의 경계에 발을 내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미래의 성취를 위해서는 지금 20대, 30대의 나의 길위에 탄탄한 길을 개척하고 쉽지 않은 미래의 파도를 이기는 작은 배를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배가 크든 적든 용도에 맞아야 할 것입니다. 작은 강을 건너가는 배가 있고 저 큰 배를 끌어올려 항구에 옮기는 크고 넓은 반잠수식 배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용처에 맞게 적절한 인재를 구하여 배치하는 것을 '적재적소'라고 합니다만 공직에서 과연 적재적소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무원은 적재적소가 아니라 미완의 인물을 그 자리에 배치하면 스스로 성장한다고 보았습니다.
공직에서 7급이나 6급 발령자를 보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어쩌면 어디에서 그리도 꼭 맞는 인물을 구해왔나 감탄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 30세 전후에 다른 분들의 인사발령을 보면 참으로 딱 갈 사람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이 크게 보였습니다. 나 자신이 그렇게 배치되었는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주변의 선배와 후배들을 참으로 적재적소 이상의 적임자로 쏙쏙 뽑아다가 그 자리에 올려놓는 인사부서 간부들의 慧眼(혜안)에 여러 번 놀랐습니다.
▣ 공무원과 민원
공무원 과장으로 근무하는데 답변하기 참으로 어려운 민원 전화가 지속적으로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오전 11:50 분경에 국장님께서 우리부서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수 십번 벨을 울렸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국장님실에 불려가서 지적의 말씀을 듣고 사무실에 돌아와 연유를 물으니 그 민원으로 豫斷(예단)하고 동료 공무원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후 저는 그 민원은 과장의 결재사항이니 앞으로는 전화가 오면 무조건 과장에게 넘기라 했고 길게 이야기를 듣고 50분 이상 설명해 드렸습니다.
부서 동료 공무원들은 이날 이후 평온하게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개월간 진행된 당시의 상황은 훗날 동료 공무원들 간 회식에서 자주 膾炙(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민원이든 내부의 소통이든 긍정적인 자세, 적극적인 생각으로 대하면 많은 부분이 해소되고 처리됩니다. 민원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방어하다가는 오히려 충돌이 일어나고 더 큰 사건으로 파급되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깡통을 두드리고 북을 치는 집단 민원인도 대화의 장으로 모실 수 있으며 대화를 통해 쟁점을 풀어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은 절대로 민원인에게 화를 내거난 소리치면 안 됩니다. 화내고 혈압 오르면 지는 게임입니다.
공직자 여러분! 절대 화내지 마시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쉬운 한자 하나 있습니다.
易地思之(역지사지).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