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늙은 밤나무 홀로 지키는 할머니, 어느 날 수원에 살고 있는 손자가 너무도 보고 싶었대요.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는 학교다, 학원이다, 과외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설날과 추석, 일 년에 두 번 밖에 볼 수 없었대요. 문득, 말티즈를 좋아하는 손자 생각에 사강장에서 한 마리 사왔대요. 그리고 말티즈 한 마리 사왔노라고 손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 주 토요일 당장 내려오겠다고 환호성을 질렀대요. 툇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의 별을 세던 할머니,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손주에 상처를 입었지만 손자 따라 내려오는 아들 생각하니 초승달이 보름달로 보였대요.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이 시의 모티브는 농촌에 사는 연로한 어르신이다.
금년 4월, 통계청은 농촌의 65세 이상 농가에 대한 고령인구 비율을 2022년 기준 49.8%로 발표 했으며, 2023년에는 약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고령인구 비율 18% 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는 초고령화 사회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하여 정부가 특단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농촌의 고령 어르신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부부끼리 혹은 독거노인들이다. 따라서 순간적인 변고가 일어 날 경우 대처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 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늘 고독과 외로움에 젖어 있다.
그들은 자식과 손주들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모두 맞벌이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너무도 바쁘다. 손주들 역시 학교다. 학원이다.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오직 공부다.
농촌의 어르신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불효, 마음이 불효가 아니라 사회가 불효인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서글픈 현실을 시로 승화 시킨 것이다. 할머니보다 말티즈를 좋아하는 손자가 좀 섭섭하겠지만 할머니는 손자보다 자식이 더 좋은 것이다.
손자가 오면 자연스럽게 자식을 따라 올 것이니 할머니는 사강장에 나가 말티즈 강아지를 미끼로 사 온 것이다. 자식을 보기위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할머니는 참으로 슬프다. 이제 겨울이 돌아 올 것이다. 연로한 어르신들은 추위가 건강을 해치는 주적이다. 곧 우리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다. 이번 명절에는 어르신이 기거하는 시골집에 혹시 창문에 외풍(外風)은 없는지, 보일러는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여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수리해야 한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