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가 눈을 기다린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나이 든 어른들도 어린 시절 첫눈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예년보다 늦어진 첫눈을 기다린다. 아마도 올해 첫눈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에 의해 이름지어진 遲遲臺(지지대)고개를 넘어서 오려는지 자꾸 遲延(지연)된다.
눈을 기다리는 어른 중에는 PCS경영진도 포함된다. 올해에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어느 해에는 크리스마스날 첫눈이 오면 자사 PCS가입자에게 복금을 준다는 이벤트도 있었다. 며칠 전 약간의 눈이 오자 대학가에서는 친구와의 통화가 늘어서 PCS폰의 일시적 통화폭증 상황이 있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불편함도 있지만 필요한 양면성이 있다. 요즘같이 겨울 가뭄이 심할 때는 어서 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댐과 호수에 저장된 물이 줄어서 더 이상 물의 깊이를 잴 필요가 없게 되었다. TV뉴스를 보니 댐 벽면에 수위를 표시하는 흰색 띠의 마지막 5m가 모습을 들어내고 이내 바닥이 보일 것 같다.
첫눈은 연인들에게 있어 필수품이다. 연인들은 올해 첫눈이 오면 무조건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만나서 첫눈이 20일날 왔다느니, 그것은 싸래기 수준이고 실제 첫눈은 24일이라느니 하면서 사랑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폭설이 오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눈이 오면 더더욱 바쁘다. 더구나 밤새 폭설이 내리면 잠잘 시간도 없이 눈을 치워야 한다. 일기예보에는 맑았는데 새벽에 폭설이 내리면 한해 겨울 농사를 망친다.
눈을 기다리는 사람은 또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특히 겨울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도 많다.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눈은 즐거움을 더하는 약방의 감초다. 오르는 길이 조금 힘든 것도 즐거움이요 정상에 올라 눈꽃을 보는 일은 더 큰 행복이다.
아직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지만 눈이 오면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일은 스키장 개장이다. 어린이들도 스키장 다녀온 일이 개학날 큰 자랑거리다. 꿩 대신 닭이라고 눈썰매장이라도 다녀와야 스키장 대화 중간에 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눈으로 인해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많은 가운데 적설은 누군가에게는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우선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있어 폭설은 天敵(천적)이다. 체인을 감아도 미끌어지고 교통체증으로 시간과 비용을 평소보다 많이 써야한다.
경기도는 눈이 오면 고갯길 등 교통체증이 예상되는 60개소와 교통두절 예상지역 27개소, 서울과 연결되는 구간 33개소, 그리고 커브길, 교차로 214개소에 대해 눈 치우기 준비를 하고 있다. 눈이 오는 즉시 치운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개발한 제설 삽날 차를 올 겨울에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겨울 소방차가 삽날을 달고 눈을 치우는 장면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덤프트럭도 묵직한 제설삽날을 달고 힘 좋게 눈을 치웠다.
올해에는 삽날차를 더 많이 준비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 주문한 삽날이 조립되어 대로주변에 있는 군부대에도 배치되었다. 비닐하우스 눈 피해 아이디어도 올겨울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이 와야 겨울가뭄을 극복할 수 있고 내년 봄 농사를 위한 농업용수를 저장할 수 있다. 불편함이 많지만 그렇다고 비로 바꾸어 내리게 하는 기술이 없다면 조금씩 내려서 바로 녹으면 좋겠다.
그러나 좀 쌓인 들 어떠랴. 내리는 눈을 즐기고 쌓인 눈을 이용해 스키도 타고 눈썰매도 탈 수 있으니. 그리고 삽날차로 눈 치우는 광경을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라면 어떨까?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