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토요일 오후에 교실 청소를 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 열심히 환경정리도 하고 예닐곱 명이 엎드려 걸레질도 하면서 열심히 청소를 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급우들이 이유 없이 기피하는 “청소검사”를 받으러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로 갔다. 이어 선생님은 교실에 오셔서 환경상태를 살피시다가 학생수가 좀 적게 느껴지셨는지 모두 자기 자리에 앉으라 했다.

 

당시 한 반 학생은 60명이 넘었는데 반 정도만 남았던 것 같다. 선생님은 화난 얼굴로 야단을 치셨다. “열심히 청소를 한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청소 안하고 도망간 친구들은 참으로 나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업무 과정에서도 청소검사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언론보도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즉,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은 좋은 기사가 많이 나기를 바라는 반면 언론 보도는 바람직한 사례를 알리는 기사도 많지만 정책을 평가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행정은 동전과 같다고 한다. 좋은 정책인 경우에도 그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가 있고, 일을 하다보면 추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반대 입장의 보도가 나기도 하고 추진하기로 한 사업이 늦어지면 언론의 지적을 받게 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업무에 대한 홍보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홍보를 하다가 지적을 받느니 자료를 내놓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청소하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어기고 집으로 가버린 학생들은 아무 일 없고 남아서 열심히 땀 흘린 학생들만 야단을 맞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홍보자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누군가가 보게 되고 좋은 정보가 된다는 점이다.

 

 

좀 비약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고향 선배 한 분은 만학도로서 군을 제대하고 복학 기회를 놓쳐서 진학을 포기했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문창호지에 손가락으로 큰 구멍을 냈다. 아내가 신문지를 붙여 바람을 막았다. 우연히 문에 붙인 신문을 보니 추가 복학신청 기한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

 

국가나 자치단체가 하는 일은 대부분 신문,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행정업무 내용과 추진상황을 알릴 수 있는 언론역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이 하는 일은 공공성이 강하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중요한 행정기관의 업무내용은 빠르고 공평하게 국민에게 공개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단순한 공개를 넘어 적극홍보가 긴요하다.

 

홍보를 행정기관의 치적을 알리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도 그렇고 언론기관도 마찬가지이며 국민들도 그리 생각해야 한다. 최근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고 그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단체장의 판공비 내역 공개다.

 

이제라도 행정정보를 최대한 알려서 국민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확충함은 물론 시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한 아이는 칭찬을 받고 도망친 아이들은 다음날 불러서 더 힘든 청소를 시키고 철저하게 ‘청소검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