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꽃이 피는 시간

서정임

 

환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들

조잘조잘 기억이 피어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앵두는 앵두다

한 분단 두 분단 나란히 줄지어 앉아

덧셈 뺄셈을 배우던 작은 꽃들이다

 

기억이 기억을 물고 나온다

제 각기 각인된 계절과 그날의 날씨

 

기억과 기억이 교차하고

냉탕과 온탕을 부드럽게 오가는 오늘의 기후

 

뒷자리 앉아 머리카락을 한 번씩 잡아당겼다는

친구는 친구를 향해 눈을 흘기고

명절이면 부잣집으로 몰려가

한 상 차려주는 음식으로 그동안 주린 배를 채웠다는 아이들

누구나 한 번씩은 사먹었다는 독사탕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도

해마다 피어나는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가 한 뿌리 한 나무가 되어 꽃을 피우는

우리의 초등학교 동창회

해가 갈수록 그 시간의 켜가 두텁게 쌓이는

 

올해도 한바탕 꽃을 피워내고 있는 앵두나무가 환하다

 

 


서정임 시인

전북 남원 출생

2006년 『문학선』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안산굿모닝신문문학상

2012년 2020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작메모-

 

한참을 걸어 왔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살아오는 동안 앵두꽃은 몇 번을 피었다 졌을까. 앵두꽃은 벚꽃과 같은 시기에 피기 때문에 벚꽃 그늘에 가려 베이부머 이전 세대들이나 그 꽃의 아름다움과 달콤했던 어린 시절의 정서를 가슴 속에서 펼쳐 볼 수 있다. 화자는 앵두나무 꽃에 대하여 세심히 관찰하여 앵두 열매같이 붉은 추억이 숨어 있는 한 편의 시로 승화 시켰다. 아울러 이상적 사고로 과거를 불러와 독자들로 하여금 오래 된 시간 속에 잠재되어 있던 따뜻한 기억을 소환했다. 과거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작은 종이봉지에 담겨 있는 앵두 열매를 사 먹던 기억, 새콤하고 달콤한 맛, 앵두 열매를 가지고 주판알 굴리듯 덧셈 뺄셈을 하던 유년의 시절, 특히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 ‘조잘조잘 기억이 피어나온다’ 등 시각과 청각적 요소를 시학적으로 풀어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시적 감흥을 돋웠다 할 수 있다.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시 속에서 어수선 했던 마음을 정화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시가 품고 있는 매력이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