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초록을 나무라 인식하자
마침내 국경은 해제되고
벚나무들 일제히 가지 흔든다
비행기도 수시로 이륙한다
쉽게 뜨고
가볍게 날아서
세상 이것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지
쇠의 심장에 이카루스 날개를 달아준
호기심 많고 슬기로운 사람은
어느 누대를 지나고 있을까
먼 훗날 CPU무덤에서 발견될
보잉이나 에바의 금빛 인장
앙상한 날개 뼈에 기록된
들뜨고 우월했던 장소들
몸 보다 무거운 마음이 먼저 날아가 착륙했습니다
목동좌를 이탈한 양들의 주파수는 언제나 명랑하지만
아주 원시적인 비행이었습니다
거의 백악기급 이랄까요?
지나온 억 만년과 다가올 억 만년
나에겐 한심해지고 싶은 마음 하나 있으니
모래 언덕에 앉아
멍하니 멍하니 지금 노을과 바꾼다
탄소연대론 추리해낼 수 없는 내밀한 사연들
하얀 부싯돌 반짝이며 날아간다
김미옥 시인
인천출생, 2010년 월간 시문학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전통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
2015년, 2021년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 지원금 수혜
시집 북쪽 강에서의 이별, 탄수화물적 사랑, 잠시 詩었다 가자 외 동인시집 다수
현재 인천에서 어울동인, 빈터동인으로 활동중.
-시작메모-
차경(借景)이라는 용어가 있다. 정원을 설계하는 조경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건축물을 설계할 때 바깥의 좋은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시각적 차원을 반영하는 공법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비행기의 이착륙이 잘 보이는 그야말로 뷰(view)가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하나의 우주를 생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상은 시인만이 가진 특권중의 특권이다. 공항은 당연히 국경을 해제시키고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1억5천만 년 전 백악기 시대를 소환하여 현재의 시간과 접목을 시킨다. 쇠의 심장에 이카루스 날개를 달아준 호기심 많은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트 형제일까. 아니면 상상속의 또 다른 인물일까. 현대의 문명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시대의 흐름은 변하고 변해서 앞으로 억만년 뒤에 나타난 미래의 인간들은 지금의 우리인간을 호모 사피엔스 정도로 취급할 수도 있다. 보잉이나 에바의 금빛 인장 역시 원시인들이 사용하였던 주먹도끼보다 더 미개한 도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복잡다단한 세상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 다 해결되는 것이며,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멍 때리는 것도 하나의 인생을 엮어가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본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