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적거리는 누렁이 소 몇 마리와
주먹만 한 흰 새들이
호수 같은 풀밭에 철조망도 없이
띄엄띄엄 서서
늦은 조식 중이었다
소낙비는 시커멓게 몰려와
금방이라도 쏟아질 거 같은데
비를 피해 두 칸 우사로 들어가겠지
넬슨 베이 로드에서 본
흠뻑 젖을 나라와 그 시민이
오는 내내 나란히 걱정되었다
윤희경 시인
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전자시집 『빨간 일기예보』,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엠코(주) 월간에세이 연재. 『문학과시드니』 편집위원, <빈터>, <캥거루문학회> 활동 중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특별한 수사(修辭) 없이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시적 이미지가 담백하다. 시를 천천히 읽어내려 가면 왠지 마음이 정화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시의 첫 행에서 어기적거리는 누렁이 소와 흰 새들의 한가롭게 노는 모습이 평화롭고, 호수 같이 넓은 풀밭에 띄엄띄엄 풀을 뜯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청량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시적 내면의 세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요즘같이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조급성과 탐욕을 가진 인간들에게 소와 새들같이 넉넉함을 가지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시인은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브론테비치 인근 넬슨베이로드의 초원이 잘 가꾸어진 공원에서 한 편의 시를 이끌어 냈으며 이 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국의 땅에서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대신 고국을 걱정하는 이유는 어떤 연유에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정겸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