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마음이 통하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수 많은 선배들을 만나고 지금도 더러 연락을 주고 받는 분이 있습니다만 2008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18개월간 근무한 경기도의회 공보담당관실에서의 추억은 몇 가지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선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던 공보담당관실은 몇 사람만 마음을 합하면 큰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도의원들이 언론의 힘을 알고 홍보의 맛을 느끼는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노인학대예방조례를 제정한 후 이를 적극 홍보하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실무팀 회의를 거쳐 몇가지 기획안을 만들었습니다.
우선은 의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형 의사봉을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 통 2개를 연결하여 의사봉 머리를 만들고 긴 손잡이를 붙인 후에 초콜릿 색 페인트를 뿌려서 1.5m 크기의 의사봉을 만들었습니다. 노인학대를 하면 벌을 받는다, 불효자를 징벌한다는 컨셉에 맞춰서 "불효자"라는 목걸이를 매단 직원을 의장, 의원, 노인회장이 대형 의사봉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언론은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의사봉은 안건을 의결할때 3타 두드리는 나무 방망이로만 생각했는데 불효자를 징벌하고 노인을 학대하는 사람을 벌한다는 컨셉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방송기자들도 바쁘게 이리저리 뛰면서 대형 의사봉의 노인학대 예방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헌혈조례의 경우에는 기존의 핏방울 인형이 움직이고 실제로 도의원들이 팔소매를 올리고 헌혈에 참여하는 이벤트로 경기도의회 개원이래 최대규모의 방송 카메라가 운집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요즘 말하는 정당대표의 이른바 '험지출마'에 비유할 수 있는 동료 공무원들의 '살신성인'적 참여였습니다. 스스로 불효자 역할을 하겠다는 자원자가 7명이 넘었고 3명을 선정했습니다.
의사봉 아이디어도 6급 주무관의 결정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도의원 헌혈참여도 당시의 의장님, 위원장님 등 지도급 인사들의 솔선수범으로 가능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보담당관실 직원들이 불효자로 출연한 3명 동료에게 감사장을 만들어 전했습니다.
이 같은 공보담당관실의 홍보기획을 적극 밀어준 박신흥 사무처장님의 후원은 결정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박 처장님은 우리가 기획안을 설명드리면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보태주셨습니다. 그 한 말씀이 '화룡점정'이었습니다.
상사가 부하를 신뢰하고 부하가 상사를 존경하면 변하기 어렵다는 거북등 처럼 단단한 공직에서도 혁신과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실증한 일입니다. 글속에 특정인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적은 편이지만 '박신흥'처장님 이름을 올리고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박신흥 처장님은 공직을 마치신 후 새로운 공직에서 일하십니다. 젊은 시절 쌀 수십가마를 팔아 마련한 독일제 카메라를 들고 서민들의 삶을 촬영하고 보관하시는 사진작가이십니다.
행정의 달인, 소통 전문가이시면서 탁구와 바둑에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십니다. 한여름 안방에는 에어컨을 끄지만 흑백 필름과 카메라를 보관하는 건넛방에는 에어콘 전기메타를 씽씽 돌리며 행복해 하시는 멋진 신사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