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볼펜, 싸인펜. 잉크를 넣으면 오랫동안 쓸 수 있다 해서 萬年筆(만년필)이라 이름 지었을 것이다.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글을 쓰다고 잉크를 담아서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한 발명가로서는 만년을 쓸 수 있다는 과대포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싸인펜이 나왔다. 검정, 빨강, 파랑 등 7색 펜인데 빨강과 검정이 많이 쓰였다. 검정색은 결재를 하거나 지시사항을 적을 때 쓰였다. 이름 석자를 흘려쓰기로 붙여서 쓰면 싸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 정작 결재라인에 승진하니 마우스 크릭으로 결재방식이 바뀌었다. 부하는 상사의 휘갈기는 결재소리에서 힘을 얻는다고 하는데 마우스 결재는 소리나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국장까지 온라인으로 결재가 끝났다. 문방사우(文房四友)란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붓(筆) ·먹(墨)·종이(紙)·벼루(硯)의 네 가지 도구를 말하는데 이제는 싸인펜 하나가 붓, 먹, 벼루의 역할을 통합해서 행한다. 가볍고 작은 싸인펜에 종이만 있으면 시를 짓고 편지를 쓸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괴나리봇짐 속에는 반드시 문방사우가 있었을 것인데 아무리 작아도 돌을 깎아 만든 벼루이고 먹도 제법 무게가 나갔을 것이다. 그 불편함을 만년필 하나, 싸인펜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어느 곳에서 상수도가 단수되어 물탱크로 골목길에서 급수작업을 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여름 광복절 폭염속 저녁 6시 단수가 되는 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역구 도의원, 시의원께 보고드리고 부시장 혼자서 회사직원들과 물탱크차를 타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골목길에 급수차를 타고 나갔다가 그 차가 고장나서 용역사 직원 승용차를 타고 동사무소로 돌아와서 새벽에 아파트 관리소 현장에 갔습니다. 젊은 청년이 “도대체 시청에서는 누가 나와 있는 것이냐?” 물었습니다. 관리소장이 “저 분이 부시장이다”라고 말하니 그럼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3년 전에 쓴 글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감동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공직을 나오면서 쓴 글을 보니 당시에는 현직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했고 공직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한가득이었음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열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단기필마로 현장에 나가서 급수를 하겠다고 도전한 것 자체가 잘한 일입니다. 다른 지휘나 역할의 부족함은 반성할 일이지만 이 시대 어디에서 탑다운(top-down)이 먹히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해도 당시의 상황을 돌아볼 분이 거의 없으니 편하게 어디
같아서 좋은 것이 있고 비슷해서 싫은 것이 있다. 같은 옷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유니폼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때로는 교복 같아서 싫은 상황도 있다. 모처럼 옷 한 벌 마련했는데 백화점 현관에서 같거나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덜컥 화가 날 수 있다. 왜 저 사람이 거기에서 나와! 옷가게에서 방금 구매한 디자인, 색상, 분위기가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갑자기 새 옷이 싫어지고 “택도 떼지 않고” 면허증처럼 장롱에 들어가 긴 세월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야하는 처지가 된다. 옷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멋을 창출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만큼의 가치나 멋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부부 단체여행을 가보면 옷의 중요성이 커진다. 첫날에는 평범하고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감해지고 공격적인 옷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여행 일정 후반부에 가면 부인들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양 화려한 옷으로 경합을 벌인다. 같은 옷을 연이어 입는 것은 단체여행에서 금해야 하는 에티켓인가 싶다. 여행 가방은 빵빵하고 아침 출발시간은 지연된다. 아침까지 입고 나갈 옷을 결정하는 고심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 의 약자로,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생각이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빠르게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기에 올린 개인 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고, 거짓 정보나 근거 없는 소문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정치인, 연예인들이 번잡한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SNS에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반성의 글을 올리면 언론이 이를 받아서 기사자료로 활용한다. 소극적,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공식적인 '기자회견 대체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가끔은 SNS를 통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변에 자랑하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인가 1년만에 지인을 만나도 낯설지 않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안부 인사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현재는 SNS를 정치인,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편리하게 활용하게 되었지만 20년 전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도가 중앙에 중요 정책을 건의하
평범한 옷으로 여름을 지내고 이제 가을을 맞지만 옷은 그대로 여름인 채로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몸은 스스로 외부온도에 대응하는 조절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으로 옷을 입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추위를 알고 옷을 입으라 할 것입니다. 한여름에는 모시적삼도 무겁지만 한겨울에는 무거운 외투, 여성들의 모피가 절대로 무겁다는 느낌이 없도록 우리의 몸속 센서가 작동한다는 말입니다. 인체는 피부의 저항, 혈액의 흐름, 장기운동을 통해서 추위와 더위를 알고 그에 적절히 대응합니다. 추운 경우 소름을 만들어서 피부를 줄이고 더우면 땀을 흘려서 그 기화열로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것입니다. 급하게 흘러서 몸의 온도를 맞춰주는 경우 식은땀이 흐르는 것입니다. 어제 방송에서 본 6평짜리 집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정리정돈하고 사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런 집에 사는 분들은 아마도 생각의 시간을 더 갖게 될 것입니다. 공간이 좁으니 행동반경이 짧고, 그래서 몸이 움직이기 보다는 생각이 깊어질 것입니다. 생각이 다양하므로 그 스토리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이 글을 쓰면 참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큰 소나무
어려서 3권짜리 삼국지를 읽었다. 표지가 떨어져 나간 이 책을 동네 청년들이 돌려가며 보았다. ‘새농민’이라고 월간지가 우체부 아저씨의 붉은 가죽가방에 담겨 배달되었다. 세월이 흘러 책이 줄어들고 모바일이 늘었다. 전기만 통하는 철선인줄 알았는데 전기줄 속으로 말이 오간다. 시골마을 이장집에 전화기가 들어오자 동네사람들이 줄을 선다. 도시에 나간 아들딸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 자녀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줄을 서니 이장님 집 앞은 줄 서는 맛집(!)이 되었다. 이장님댁 전화를 쓰기위해서는 10원짜리 동전이 필요했다. 시외전화 전용전화기로 시내전화가 되는 줄을 누군가가 알아냈다. "유레카~!" 대단한 발견이었다. 시외전화 되는 기기이니 시내는 당연히 되는데 시외만 거는 줄 알았을 정도로 착하게 몰랐다. 모바일은 무선으로 연결된다. 이제 4살 아이도 그림책을 문지르다 화면이 바뀌지 않으니 책을 내던진다. 매일 오전, 오후로 예쁜 사진을 주고 받는다. 참 좋은 글을 어디서 구했는지 긴 문장을 정성으로 보내준다. 책을 들고 마음에 드는 부분만 읽는다. 요즘 청년들은 글을 읽지 않고 글을 그림으로 본다. 손가락이 참 빠르게 움직이면서 모바일에서 글과 사진을 밀어
수십억, 수천억년 동안 인류는 생노병사를 이어왔고 지구상의 동물들은 더 짧은 1세대의 기간을 무수히 연결하여 오늘에 이르고 더러는 번성하고 많은 종은 멸종되었습니다. 덩치가 커서 멸종되고 생활방식의 문제로 사라진 동물이 많습니다. 인류도 수많은 문명을 창조하면서 자자손손 이어왔지만 그 세력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백인이 줄고 유색인종은 늘어난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우리 민족도 白衣民族(백의민족), 반만년 單一民族(단일민족)을 자랑했지만 요즘 같은 저출산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250년 후쯤에는 한민족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했습니다. 그 자리에 필리핀, 베트남, 중국 동포와 그 자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농어촌에서는 다문화 자녀들이 초등학교 반장, 부반장을 독점하고 이른바 백의민족 자손은 학예부장, 도덕부장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다문화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실언을 하면 왕따로 이어질 것임을 걱정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인류의 종족은 긴 세월동안 그렇게 힘든 과정을 살아왔음을 알아두고자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인류 삶에 대한 모습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삶이란 과거를 알기도 어렵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들지만 현재의
어제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실수로 손가락에 생채기가 났으므로 밴드를 붙이고 있습니다만 하루가 지난 아침에 보니 붉은 색 상처가 남았고 피는 멋었지만 붉은 속살이 그대로 보입니다. 우리 인체는 스스로를 치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만 생채기가 나면 가급적 물에 담그지 않아야 하는데 세수, 샤워, 손씻기 등으로 인해 물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몰랐던 생채기가 자꾸만 불편해 합니다. 이는 마치 손톱밑에 작은 가시가 들어가도 손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인체의 중요한 위치에 영향을 주는 경우 큰 불편을 준다는 점을 느끼는 것곽 같습니다. 뉴스에서 너트 한 개가 풀리는 바람에 비행기가 회항하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수십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비행기인데 그중 0.000001%가 안될 부품 한 개로 인해 비행기가 정상운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통 농업사회에서는 밭 한이랑에 문제가 있어도 주변의 다른 작물은 그대로 관리하면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만 거대한 기계, 복잡한 IT로 구성되는 비행기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볼트하나 너트한개로 인해 전체의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
월, 화요일을 보내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추석 연휴가 됩니다. 그러니 이번 주에 샐러리맨들은 2일 출근하고 내리 쉬면서 가족과 추석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을 하지 말자는 정부의 권고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젊은이들은 편해졌지만 어르신들은 쓸쓸하시겠습니다. 1년에 두세번 자녀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것을 큰 낙으로 삼으시는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녀들이나 손자·손녀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현대에는 각종 문명의 기기가 발전해서 방송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실 수 있고 모바일을 만지시는 80전후의 어르신도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 추세로 20년이 흐르면 현재의 60세가 80이 되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영상을 관리하는 현대적인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생 이후에는 직장생활에서 키보드와 모바일을 군인의 총, 수영선수의 수영복처럼 늘 가까이 지니고 있었으니 나이 들어도 치매가 와도 그 기기를 잘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공무원의 직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983년 이웅평, 신중철 등 북한군이 월남하면서 대좌, 상좌, 중좌, 소좌 등 계급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어제 경기도청의 몇 부서를 다녀보니 현직시절의 열정적이던 자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책상을 놓고 빼곡하게 앉아서 일하는 주무관, 팀장, 과장을 만나보니 그런 과정을 거쳐서 공직을 마감하고 명퇴하고 공기관에서 일하고 이마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늘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긴 세월 참 평온하게 보냈구나 회고하였습니다. 일하면서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술 한잔하다가 큰 사건사고에 임박할뻔 하였지만 참으로 행운스럽게 잘 피해온 세월이었습니다. 술은 자신을 콘트롤하지 못하니 영 위험합니다만 그래도 평소의 긍정 마인드는 술 먹고 누구와 싸운 일 없음을 다행으로 봅니다. 술 먹은 다음날 새벽에 술에서 깨어보니 파출소 장의자에 누워있다면 참으로 황당하겠습니다. 아내와 가족이 급하게 신발 거꾸로 신고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 걱정하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많이 봅니다. 실제로 주변의 공직자들이 사건사고로 고생하는 모습도 보았으니까요. 승진이 늦어지는 후배들을 보면 모두가 다 술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술 먹고 싸운 직원, 음주운전이 통보되어서 승진에 누락된 간부들 이야기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니 순조롭게 공직에서 근무하고 잘 마치고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