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그녀가 간다

-순숙이를 그리며 / 이복순

벼랑 끝을 움켜쥔 바위

계곡의 이쪽과 저쪽은 잊은지 오래

너에게 향하는 마음에 북소리

훌쩍 뛰어올라 구름을 잡는다

 

구름 같은 말들을 손으로 잡지 말아야 했어

그것이 화엄의 뜻은 아니어도

 

발아래 펼쳐진 대지의 녹음

외줄 위의 평원이 세상의 전부라 했어

북이 운다 눈물 없는 울음을 운다

솟아야 산다 허공에 발을 디뎌야 산다

흘긋 내려다본 외줄에 나뭇잎 없는 숲이 울창하다

부채를 펼쳐 허공을 찢어 길을 내야 해

 

바람을 가르고 뻔은 외줄기 길

자박자박 걸어가는 부처손 같은 너

 

 

 


이복순 시인

1957년 경기도 김포 출생, 2015년 [수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기여류문학 회원,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 글판 수상

KBS 성우협회 수원시 주관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 수상

길 위의 인문학상 수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서울 지하철 시민 창작시 선정, 수원문인협회 19대 부회장, 현 수원문인협회 이사,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시작메모-

 

이 시를 읽다 보면 슬픔과 공허함이 동시에 엄습해 온다. 멀리 떠나버린 친구를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이 행간마다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벼랑 끝을 움켜쥔 바위에서 시적 모티브를 착안했다. 즉 어느 한 지인이 절박한 상황과 삶의 과정에서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비유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계곡의 이쪽과 저쪽은 어쩌면 이승과 저승의 상징성을 내포 하고 있다. 지금은 멀리 사라져 볼 수가 없는 옛 동무. 언뜻 그리움에 구름을 잡았지만 결국 잡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후회를 한다. 화엄은 불교 경전이며 수행과 만덕을 쌓아 어떤 경지에 도달함을 뜻하는데 시인이 이야기하는 그녀는 어쩌면 멀고 먼 나라에서 커다란 공덕을 쌓고 반야의 세계로 입문했음을 유추해 보는 것이다. 시인은 그녀가 화엄의 뜻은 아니어도 최소한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했다는 것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