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 등록 2025.11.28 09:00:00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네번째 이야기

 


시나브로 ‘춥다!’ ‘춥다!’ 했더니 어느새 겨울입니다. 겨울하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덮고 귤을 까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지요. 그랬던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겨울이 되면 저마다 따뜻한 음식을 절로 떠올릴겁니다. 대표적으로 군고구마, 어묵 국물 등 사람마다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붕어빵은 대표 최고 중 하나입니다. 예전 붕어빵에는 팥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겉바속촉의 원조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붕어빵이 몇 해 전부터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겨울내내 붕어빵을 못 본적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달래려고 붕어빵에 대한 이야기로 대신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붕세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붕어빵에 대한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빵 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MZ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에 붕어빵 팝업이 열렸습니다. 팝업에서는 팥붕어빵은 물론 슈크림, 초코, 달고나, 타코야키, 어묵, 소시지, 어묵치즈붕어빵까지 예전에는 상상만 했던 재료들이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팥이 안들어가는 소금빵 붕빵도 등장했습니다.

 

많아진 붕어빵 종류를 보면서 ‘문득 원조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라는 기우가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겨울철 흔하게 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아니라 마치 전문음식점을 찾아가 먹는 특식 같은 느낌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흔하다고 하는 것은 많았다는 것이지 특별하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흔함이 특별함으로 변하면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추억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입니다

 

 

요즈음은 과거 흔했던 것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연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던 시절 겨울이 시작되면 겨울을 나기 위한 연탄을 창고에 재워두는 일이 당연했습니다. 창고에 가득 찬 연탄을 보며 부모님이 뿌듯해하던 아련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연탄 수요가 적다보니 가격도 오르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연탄봉사를 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연탄봉사라는 말조차 듣기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연탄’하면 안도현 시인의 ‘연탄한장’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시인은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라며 연탄의 헌신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시 ‘너에게 묻는다’를 통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되묻습니다.

 

그런 ‘연탄’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부모님’입니다. 오롯이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 살피지 않고 살아왔지만, 여전히 자식들은 그게 당연한 듯 여기며 살고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들을 위한 연탄이 되기보다, 자식도 연탄처럼 그의 자식을 돌보길 바랄지 모릅니다. 어쩌면 연탄의 삶이 내리사랑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연탄의 삶을 살았던 이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은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