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이 살아 온 흔적만큼 살랑거린다 맛집 나루터매점에서 카푸치노 마시며 존바에즈의 더리버인더파인을 듣는다 마법에서 풀린 듯 되살아나는 지난 시간들 색 바랜 원천유원지 안내판이 흐릿하게 보이고 사라졌던 추억들이 호숫가를 맴돌고 있다 수천광년을 달려와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 수궁과 용궁, 광나루, 수정 수상휴게소 범바위집과 가오리와 방패연, 언덕 위 카페촌, 오리배… 아직도 저수지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 푸른 웃음으로 가득한 호수 그리움 잔뜩 배인 저녁노을이 화석처럼 굳어져간 기억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전공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 현재 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수원 인근이 고향인 사람이거나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광교호수공원에서 한번쯤은 색 바랜 시간을 소환한다. 원천유원지로 추억되는 광교 호수공원, 당시 모처럼 맞이하는 일요일에는 수원에 소재한 삼성전자, 선경합섬, 한일합섬, 선경직물, 연초제조창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
고향집 근처 실개천 암맷돌 숫맷돌 징검다리 놓여 있다 맷손은 사라지고 암쇠와 수쇠도 보이질 않는다 깊이 패인 홈은 모두 마모되어 민낯이다 한 평생 마주 앉은 두 사람 들숨 날숨 맞춰가며 서로 보듬고 의지 하며 볼 비비는 회전 마찰음 휑하니 뚫려 있는 구멍 속으로 몇 가마니 쌀과 보리쌀 몇 말의 콩이 산화되어 나의 빈속을 채워주었을까 자식들 손발에 물 묻히지 말라고 가시고기가 되어 버린 저 맷돌 흐르는 물속에 반쯤 묻힌 채 야윈 등 내밀며 어서 밟고 건너가라 하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맷돌이 우리 주위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맷돌은 두 개의 넓적한 원형의 돌을 위 아래로 포개 놓은 형태로 되었으며, 마찰부분은 위아래 엽전모양의 쇠를 끼워 마모 방지와 회전을 원활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윗돌 가장자리에 맷손이라는 손잡이를 만들고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 속으로 곡식을 서서히 넣으면서 맷손을 돌리면 곡식이 갈려나오는 오늘날
태초에 당신은 하늘에 매달린 작은 점이였지요 어둠이 사라지고 햇볕 반짝이는 날 점은 나뭇잎처럼 보이다가 나비처럼 보이기도 했죠 좀 더 가까이 오세요 이제 날개가 보이는군요 조금 더 가까이 오세요 조금만 더 아, 날개를 다쳤나봐요 너무 멀리 날아와 지쳤나봐요 이제 조금씩 숨고르기 할 때예요 작은 눈도 보이네요 노랑부리도 보이고요 황금빛 날개도 보이네요 부리에 작은 별을 물고 있네요 당신은 어느 별자리에서 왔나요 그 행운의 별자리를 알고 싶어요 은하수 건너 어디엔가 있을 그 별자리 궁금하네요.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일간지에 ‘노랑부리 백로’ 등을 발표 작품 활동 시집 『말 못 하는 새』가 있으며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 -시작메모- 이 시는 어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같은 시다. 우주는 점으로 부터 탄생이 되었고 지구상의 모든 형체는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점은 만물의 근원이다. 새는 멀리서 보면 점으로 보이고 가까이 올수록 나뭇잎과 나비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러한 관점에서 시각적 모티브와 원근법을 살려서 하나의 시로 승화 시켰다. 점으로 보이던 새가 가까이 와서야 눈과 부리, 날개가 보이는데 그때서야 날개가 다친 것을
삼성전자본사 수원사옥이 빤히 보이는 원천리천 한가운데 낡은 나무말뚝 섬이 되어 꽂혀 있다 한 뼘도 안 되는 말뚝위에 꽃처럼 자리 잡은 버드나무 예닐곱 개 여울물 휘감고 소리 내어 흘러도 세상시름 잊은 듯 묵언 수행중이다 가끔 샛바람 불고 먹장구름 몰려 올 때마다 머리 숙이며 삶의 무늬에 대하여 잠시 고민할 뿐 푸른 가슴속 희망 담으며 다시 하늘바라기다 세상 사람들아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프다 하여도 어디 우리만 할까 웃자 웃자 그냥 웃자.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이강석 선배가 사진 한 장 보내 왔다. 삼성전자 인근 원천리천에서 찍은 것이라며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 또 감탄이다. 나 역시 그 사진을 보고 경이로운 삶의 이력에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어떤 사고를 가지고 세상에 도전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말뚝위에서 작은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버드나무는 어쩌면 열악한 환경과 역경을 이겨나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름다운 청년정신이라 생각한다. 한편
VIP 시간만 모여 있는 VIP 요양원 아직도 그들의 입은 코로나에 갇혀있고 현대판 동화구연은 하품이 대신 듣는다 어깨 들썩 손뼉 짝짝 신날 것도 없는 동요를 신나는 척 부른다 치매 박수 주먹 박수 손등 박수 손목 박수 뒤통수 박수 정수리에 올라앉은 치매가 덩달아 신이났다 “잠시 기두려봐” 손을 번쩍 치켜든 열아홉 살 어르신 “내가 노래 한마디 할껴.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 거야” 여덟 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오늘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음정 박자 척척 맞춰 멋들어지게 불러대는 진짜 진짜 VIP 가슴 두근대며 대머리 총각 기다리는 스무 살 꽃다운 처녀 대머리면 어떠리 꽃처럼 빛나는 봄날인걸 이복순 시인 1957년 경기도 김포 출생, 2015년 [수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기여류문학 회원,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 글판 수상 KBS 성우협회 수원시 주관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 수상 길 위의 인문학상 수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서울 지하철 시민 창작시 선정, 수원문인협회 19대 부회장, 현 수원문인협회 이사,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 잠시 마음이 산란해 진다. 그리고 서러움과 슬픔이 엄
막차 끊어지고 마지막 슈퍼의 불도 꺼졌다 깃털 빠진 새 한 마리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다 바스락,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셀 수 없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왔다 실개천도 건너고 모래 언덕과 바위산을 넘었다 눅눅했던 시간을 밤바람에 말리고푸른 기억을 머릿속에서 탈색 시킨다 무심코 바라 본 북쪽 하늘 카시오페아 성운의다섯 개 눈동자가 반짝 거린다별들은 사라진 전설을 불러 모으고 빛을 가지고 있는 모든 유령들은 하늘 정원에서 불꽃 잔치를 열고 있다찰라, 붉은 섬광이 성호를 그리며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수천 광년의 세월을 달려 나에게 온 저 수많은 별빛들 이제 가야 할 곳을 찾은 것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별을 보고 출근하여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사람들, 비탈진 산동네를 내려와 조조할인버스를 타고 새벽 인력시장에서 운이 좋게 건설 현장으로 팔려가는 순간, 우리의 아버지들은 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하루의 일감
푸른 기운 하나 없는 잎 떨어진 버드나무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새 칼바람을 악기 삼아 노래 부른다 추억의 소야곡인지 희망의 속삭임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아련하게 사라져 간 청보리 밭에서 내가 불렀던 그리운 노래였다 바람 부는 날은 새가 울었고 흰 눈 내리는 날에는 새가 웃었다 새는 항상 나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내가 새를 좋아하는 것도 새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항상 서로가 눈빛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다 가시덤불 우거진 산길을 나 홀로 걸어 갈 때 새 한 마리 날아와 낮에는 햇빛 한 줌을 밤에는 별빛 한 줌을 선물로 주었다 여윈 하현달빛 아래로 은빛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어디선가 겨울 나그네의 노래가 들려오는 지금 작은 한 숨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시집 『말 못하는 새』가 있으며 문예지 및 일간지에 작품 발표,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 -시작메모- 우리의 삶의 언저리에는 항상 새라는 날짐승이 등장한다. 이솝우화, 전래동화, 혹은 시와 소설 속에도 새는 주인공이거나 아니면 길동무정도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새는 그만큼 우리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새를 소재로 이야
우리나라의 역사 중 개화기라 함은 통상적으로 1876년 2월 27일 일본과 맺은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라 칭하는 강화도 조약 이후 시기이다. 일명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이라고도 말하며 외국과 체결한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라는 의미와 함께 일본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독소조항도 있지만 을(乙)의 한계로 이를 받아드렸다. 사실상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음으로 양으로 일본에게 우리 민족의 권익을 침해당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의 봉건적인 사회 질서 즉 양반과 중인 상인 천민으로 분류된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근대적 사회로 바뀌어 갔다. 또한 이 시기에는 시대적 조류상 어쩔 수 없이 외국의 사상이나 문물이 밀려오며 한 사회의 사상과 풍속이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에 일부 긍정적인 요인도 있었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개화기 시절 교과서를 판독한다. 한문과 일본어 그리고 한글 고어로 인쇄되어 읽기가 더디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하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는 개화기 시기의 동양사는 고종임금당시 대한제국이 탄생한지 2년차인 융희2년 즉 1908년도에 발간한 중등교과과정 교과서인데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중의 하나인 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출했다 실종신고 석 달 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 속 꼬깃꼬깃 접혀 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 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낡은 리어카에 파지를 차곡차곡 싣고 힘겹게 언덕을 넘어가는 어르신, 80살은 족히 되어 보인다. 깊이 팬 이마의 주름은 굴곡진 우리나라의 역사 서적과 같다. 이 세대의 아버지는 한 가정의 기둥이었고 대한민국의 구세주였다.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만나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을 겪고 4.19혁명을 겪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제 하에 저임금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이 나라를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이끈 산 증인이요 주인공이다.
파도소리와 뱃고동소리가 헝가리무곡 5번을 연주하듯 빠르게 혹은 느리게 들리는 오후 갈매기들은 은유의 광장에서 출렁이는 붉은 연꽃 밭을 노래한다 한때는 빛과 어둠사이를 오가며 노을과 도리섬 등대를 사랑했다밀물이면 밀물이어서 좋다썰물이면 썰물이어서 좋다 사랑도 그리움도 떨어진 꽃잎 되어밀물과 썰물 따라 이리 저리 흩어진다파도는 푸른 꽃대 세우며 하얀 물꽃을 여기저기 피우고 있다 고깃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궁평항에서 수평선 위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 본다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세상사 모든 시름 날려 버린다 이제 5만 년을 달려 온 별빛을 따라 호모 사피엔스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헝가리무곡 5번은 우리 귀에 익숙한 무곡이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브람스가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연주 여행을 하면서 1869년 헝가리의 무곡을 모아 편곡하여 발표했는데 그 중 한 곡이다. 영화 '과속 스캔들'과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