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는 날이 됐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입대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아들에게 “이 병장!, 밥 많이 먹게!” 하면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가로졌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수 시간을 달려 도착한 논산 훈련소는 봄바람에 꽃잎이 눈처럼 휘날리는 아주 오래된 교육시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현대식이었다. 특히 내무반과 식당이 깔끔했다. 세상에 태어나 21년 만에 집을 떠나가는 안타까운 1천800여 가족의 사연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와 허전한 마음으로 10여일을 보낸 어느날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들의 군복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다. 군복을 입고 맨 앞줄에 앉아 ‘파이팅!“을 외치는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같은 중대원으로 만난 이 땅의 아들들이 모두가 한 집 아들인지 참 잘 생겨 보였다. 군복이 아들에게도 어울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가슴 찡했다. 열흘 전을 회고했다. 그날 오후 1시30분에 연병장에 모였다. 1천800명이 넘는 장성한 아들들이 모였다. 가족을 포함하면 1만 명이 넘었다. 21년 전 득남하고 좋아했던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소식, 여성 대령이 연대장이었다. 그녀는 스탠드를 향해 “
지난 2010년에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록을 세운 ‘세계 속의 경기도민’들이 끼네스 인증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최고기록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65년 된 트럭, 33년 운전경력, 2만941시간 자원봉사(872일×24시간), 375회 헌혈에 마라톤 53회 완주기록, 9살 미용사, 16년 영농일기, 자격증 53개의 기록을 보유한 분도 나왔습니다. 9살 미용사의 동생이 언니의 끼네스 인증 이후 언니를 따라 미용사 자격을 받았다고 TV에서 보았습니다. 경기도가 주관한 끼네스의 압권은 용인시에서 온 13명의 다둥이 가족이었습니다. 아들 5명, 딸 6명, 어머니, 아버지 등 모두 13명입니다. 장남이 21살, 당일 3개월 된 아이를 안고 행사장에 나왔는데, 11명 중 쌍둥이는 없고 모두 1명씩 태어났다고 합니다. 모두가 밝고 예쁘고 활기찹니다. 위로 3명의 아들이 장성해 동생들을 잘 챙기고 둘째 것 같은데 아기포대를 늘 어깨에 걸고 다닙니다. 우리 부부도 20년간 쌍둥이 양육일기를 쓴 기록이 끼네스에서 인증되어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현재 바인더북 55권과 사진앨범, 기타 유치원, 초중고 시절의 자료를 관리하는 또다른 바인더가 20여권 있습니다. ‘육아일기’로 시작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기우제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디언 추장이 있었다. 그가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리니 다른 부족에서도 기우제 제관으로 초청을 받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효험 있는 기우제를 지내는 비법을 추장에게 물었다. 추장의 답은 간단했다. “나는 비가 내릴 때까지 꾸준히 기우제를 지냅니다.” 그는 아마 1년 내내 기우제를 지냈거나 때로는 1년 이상 비가 내리기를 소원하는 기도만 했을 수도 있겠다. 추장이 사는 동네의 건넌마을 유행어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로 말하면 복지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일반행정은 문서 한 장을 기안한 후 여러 부 복사해 뿌리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복지는 문서 한 장에 한 사람씩 붙어 복지사무,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복지행정은 그냥 서류를 배포하면 실현되는 일이 아니라 각기 다른 복지요구에 맞게 음식과 옷을 먹이고 입히고, 편안한 잠자리에 재워야 한다. 우리나라 1970년대로 가보면 ‘마을 입구 논농사’는 온 동네 사람이 함께 짓는다는 말도 있었다. 이 말은 과거 행정력이 농촌 농사에 집중하던 ‘농정 최선의 시대’에 생겨난 요즘 청년들의
[LA올림픽 금메달, 고 김원기 선수를 추모합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토요일(2011년 1월 15일) 오전 9시30분. 안양 노인복지회관(동안구 호계2동)에 노인들이 한 분 두 분 오십니다. 은행이 아닌 복지관에 오신 분들이 번호표를 받아 가십니다. 배식 순서를 정한 표라고 합니다. 하지만 복지사들이 오늘은 회원증을 보이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면서 번호표를 드립니다. 회원증이 필요없는 이유는 '사랑의 금메달 자장면'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700그릇의 자장면을 준비했습니다. 그 자장면집 주인들은 수년전 온 국민을 행복한 순간으로 이끌었던 금메달리스트들이 참여하는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황영조, 장윤창, 이경석, 김원기, 심권호, 이은철, 임오경, 이진택, 정재은, 장정구, 황충재, 이형철, 이경근, 홍차옥 선수가 바로 '함께하는 사람들' 회원들입니다. 마라톤, 배구, 레슬링, 사격, 핸드볼, 높이뛰기, 권투, 유도, 탁구에서 금메달을 따고, 챔피언이 되어 온 국민을 열광하게 하였던 스포츠 스타들입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30대, 40대임에도 주방에서 면발을 뽑고, 면을 삶고, 자장을 볶고 노인들에게 배달하고 가위로 잘라드리고 단무지를
매주 토요일 경기도청 광장에는 토요장터가 열린다. 도청 신관앞 4차선 양쪽에 작은 포장 안에 펼쳐지는 30여개의 가게에는 서민들의 마음에 꼭 드는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먹을 것으로는 떡, 쌈, 잣, 인삼, 순대, 계란이 있고 끓여서 마시는 결명자, 계피 등 약재가 전시된다. 벼룩시장도 있다. 깔끔한 중고품 옷을 고르는 재미가 있고 새 것처럼 깨끗한 가방도 손님을 기다린다. 옆칸에는 여성용 브로찌등 장신구들이 1970년대 박물장수 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다양하게 반짝거린다. 통통한 순대 옆에는 오징어 순대도 함께 미각을 자극한다. 초콜릿색 순대는 추억을 불러오는 서민의 음식이 아니던가. 불을 꺼도 식지않는 무쇠솥에서는 추어탕, 내장탕, 육개장의 구수한 냄새로 손님을 부른다. 설렁탕 냄새값을 내라하니 동전소리를 들려주었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난전의 설렁탕집 풍경이 이러했을 것이다. 냄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있다. 작은 화분의 선인장과 함께 무지개색보다 더 많은 색상들이 어우러진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어 마치 봄에서 여름을 향해 가는 듯 화사한 것이 아직 나목으로 둘러싸인 주변경관과 대비된다. 이런 장터를 오가는 분들의 표정이 편
시내버스에 올랐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동일시각에 승차하였다는 공통의 행복감일 것이다. 하지만 시내의 좀 비싼 식당에서 다른집 가족과 遭遇(조우)하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 이유는 각자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런데 등산길에 만나는 사람은 99.9% 모르는 이들이다. 그래서 등산 중에 아는 이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시각에 같은 등산로를 간다는 사실이 ‘운명적 만남’까지 격상해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가에 가면 弔問(조문)하면서 누구 아는 이를 찾기 위해 접객실을 살핀다. 조문 후에 앉을 자리를 미리 살피는 것일까? 結婚式(결혼식)에 가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혼주를 만나고 나면 식당부터 알아본다. 결혼식이야 신랑과 신부, 그리고 양가 부모의 행사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까. 일주일에 한 번은 광교산 형제봉의 로프를 잡아보자는 다짐을 한지가 1년이 넘었다. 지난주 산행때는 진달래가 만개하여 즐거웠다. 올해는 더 붉게 보이고 이내 활활 분홍색 연기로 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열기가 마치 임진각에서 개성을 향해 보내는 풍선과 흡사하다. 각종 전단과 달러를
지난 5월16일은 공무원 초임 9급 서기보시보 발령을 받은 지 꼭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된 날이어서 초임 발령장 사진과 함께 소감문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동기 한 분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습니다. 40년전 19살 까까머리에 면바지, T-셔츠를 입고 발령받으러 가서 복장 불량으로 화성군청 행정계장님의 面駁(면박)을 받은 후 웃옷을 빌려입고 군수님 발령장을 받아 시작한 公職(공직)의 시작은 硬直(경직)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동안 발령장 43장을 받으면서 한 번도 긴장을 푼 일이 없습니다. 발령 대상자 인원에 관계없이 줄을 세우고 늦게 오면 야단맞고 일찍 온 공무원 모두에게도 숨이 멈출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인사계 군기’는 어느 기관에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0초 안에 끝나는 발령장 받기 의전을 위해 30분, 50분을 긴장한 채 대기하였으므로 결재판처럼 뻣뻣한 발령장을 들고 회의실을 나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습니다. 1990년경까지는 오전에 발령받고 오후까지 이 과(課) 저 부서(部署)를 돌면서 인사를 하고 선배 공무원들은 인사 오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시면서 늘 반갑게 발령장을 두 손으로 받고 한번 쓰다듬은 다음 다시
1968년 초등학교 3학년 방학을 맞아 10살 인생 중 처음으로 자동차가 달리고 전기불이 있는 수원에 왔습니다. 2층, 5층 건물이 즐비한 북수동은 성안이어서 밭이 없었고 장안문 밖 북쪽에 자리한 영화동 배추밭에서 꿀벌을 잡았습니다. 흰색 파꽃 위에서 꿀을 따는 꿀벌을 고무신 안에 잡아넣고 대보름날 불 깡통 돌리듯 7바퀴 정도 휘두른 후 바닥에 팽개치면 정신을 잃은 벌이 튕겨져 나와 잠시 한쪽으로 뱅뱅 돌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후 무턱대고 어디론가 날아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 밭에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자리를 잡아 깔끔한 도시로 변모한 요즈음 영화동 주변의 순대국집, 만두집,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50년전 어린 시절을 추억하곤 합니다. 지금 영화동 사무소 언저리쯤입니다. 가을날 오후에 번지는 따스하고 아련한 추억의 무대가 보이는 듯합니다. 이제 보니 영화동은 수원 華城(화성)을 기준으로 성 밖입니다. 장안문을 기준으로 성안과 성 밖이 구분되고 있습니다. 조선 성문 중 가장 크고 제일 멋진 장안문이 위용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6.25 전쟁당시에 인민군의 소련제 탱크 2대가 장안문 안에 숨겨졌다는 정보를 입수한 UN
경기도 끼네스 인증식이 열린 날 오후 2시 행사시작 시각이 다가오면서 구름 물방울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가 되어 경기도청 운동장의 잔디를 적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끼네스 기록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비는 늘상 각오를 하고 살아온 기록의 주인공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록을 세운 ‘세계 속의 경기도민’들입니다. 시간적으로114세 할머니와 108세 할아버지의 흰머리 자식들이 경기도 최고기록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65년 된 트럭, 33년 운전경력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2만941시간 자원봉사(872일×24시간), 375회 헌혈에 마라톤 53회 완주기록, 9살 미용사도 있고 16년 영농일기, 자격증 53개의 기록을 보유한 분도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도청이 주관한 끼네스의 壓卷(압권)은 용인시에서 온 13명의 식구입니다. 아들 5명, 딸 6명, 어머니, 아버지 등 모두 13명이나 됩니다. 장남이 21살, 당일 3개월 된 아이를 안고 행사장에 왔는 데, 11명 중 쌍둥이는 없고 모두 1명씩 태어났다고 합니다. 모두가 밝고 예쁘고 활기찹니다. 위로 3명의 아들이 장성해 동생들을 잘 챙기고 둘째 것
공무원이 되고 1985년에 결혼을 하면서 두 번째 아버지(장인어른)를 만났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先親(선친)과 장인어른은 연세가 비슷하시니 사돈 간으로 만나셨다면 젊은 시절 살아온 환경도 유사해 대화 주제도 다양했을 법합니다만, 두 분의 운명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장인어른은 70세를 넘기면서 시골의 농사를 정리하고 도시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마주 보거나 등진 아파트 2채를 매입하려고 한 달을 수소문했지만 새로운 분양이 아닌지라 맞춤형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같은 동 9라인, 5라인의 3층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조합도 부동산의 매물을 뒤지고 찾아서 마련한 것이지요. 이후 아이들의 유치원 문 안팎을 발이 닳도록 드나드셨습니다. 아침에 쌍둥이 남매 손자, 손녀를 데려다주시고 다시 유치원이 끝나기 1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아이들을 기다리셨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누구누구의 할아버지라고 다 알 정도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 사랑은 초등학교에서도 이어졌고 6년 내내 교문 앞을 지키는 키다리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세월은 화살처럼 날아가 아이들이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을 잡으니 90세를 넘기셨고, 지난해 가을 많이 쇠약하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