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제부도 해안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를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수년후에 다시 그자리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먼저번에 매달려있던 소나무는 추락하고 그 뒷편에 자리한 나무의 절벽 흙이 흘러내리면서 다시 절벽에 매달린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를 화성시가 추진하는 보티닉가든의 테마로 삼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절벽에 매달린채로 떼어내어 이식하고 그렇게 절벽을 타고 살아남아서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자는 의견입니다. 1,100년전에 신라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양평 용산사의 은행나무는 정4품의 벼슬을 받았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내린 벼슬이라 하는데 요즘으로는 1급과 2급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양평 은행나무보다 더 벼슬이 높은 정2품송은 수고 15m에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세조의 행차시에 어가에 걸린 가지를 들어올리는 충성으로 큰 벼슬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천군의 석속령은 세금내는 소나무로 유명한데 역시 600살로 추정하며 옆으로 크게 퍼져서 324평을 차지하고 있고 주변이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장마에 떠내려온 어린 소나무 묘목을 길가던 나그네가 지금의 그
동지날에 팥죽을 쑤어먹는 좋은 전통은 사찰에서도 행해진다고 한다. 어느해 동지에 신도들과 먹을 팥죽을 쑤었는데 그 솥이 아주 커서 나룻배를 타고 중간지점에 가서 경단이 익었는가를 확인하러 나가신 주방장 스님이 3년째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내달려 도착한 곳에서 소변을 보다가 부처님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구름을 타고 날아갔지만 그 공간은 부처님 손바닥이었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 10살까지는 수수팥떡을 생일상에 올렸다. 수수와 판은 보라색인데 좋은 귀신을 부르고 악귀는 쫓아내 준다고 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보라색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생일상에 올린 것이다. 기억해보면 시골마을 신랑신부 초례상위에는 팥이 한사발 올려졌다. 원앙을 대신해서 살아있는 닭을 보자기에 싸서 쟁반위에 올리기도 했다. 원앙처럼 사랑하며 살라는 의미로 초례청에 등장하던 원앙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닭으로 이를 대산한 것이다. 그 중간에 꿩이 들어갈만도 하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올 2023년 겨울 동장군은 별이 5개가 넘을 것 같다. 침대광고에서 별이 다섯개라 나오는 직설적인
12월15일 생일날에 신청한 교통카드가 5일만인 20일에 농협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실근무일로는 3일만입니다. 금, 월, 화에 발급되었으니 대한민국 IT선진국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용카드는 일주일 정도 걸려서 집으로 배달됩니다만 시청에 근무하면서 신청하게 되었으므로 하루라도 빨라 받기 위해 농협지점을 배달처로 했던 바입니다. 농협창구에서 본인이 직접 수령하였으므로 카드가 등록되었다는 전갈이 문자로 왔습니다. 오늘부터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 즉 지패스 소지자가 되었습니다. 전철무료승차는 물론 융건릉 입장시에도 1,000원이 면제되고 싸우나탕에서도 1,000원을 할인받게 된 것입니다. 고궁, 유원지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기 위해 자랑스럽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퇴근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달려오는 길에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거리를 측정하면서 주벼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수원 고색역에서 하차하였습니다. 인천에서 왕십리로 달리는 전철역앞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종종걸음으로 내려가서 전철 개찰구앞에서 카드를 꺼냈습니다. 음향이 없습니다. 화면에는 이번사용금액과 누적금액이 모두 0원, 0원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1990년말까지 공무원들은 발령을 받으면 청사내 모든 사무실로 인사를 다녔다. 요즘에는 결재판 모양의 멋진 발령장을 받지만 당시에는 달랑 종이 한 장위에 임용사항을 적고 직인을 찍어주었다. 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청내의 모든 사무실을 돌았다. 문서실, 발간실, 자료실, 구내식당까지 찾아다니며 발령 인사를 했다. 발령장은 자신이 보이는 방향으로 들고 가서 180도 돌려 상대방이 보는 방향으로 보였다. 인사를 받는 간부들은 반드시 발령장을 받아들고 내용을 살펴본 후에 다시 받는 이의 시선에 맞게 되돌려 주었다. 1935년 전후에 태어나시고 1960년대에 공무원을 시작해서 1995년 전후에 퇴직하시고 이제는 85세 전후이신 어르신들은 발령 인사를 가면 반드시 발령장을 두 손으로 정중히 받아들고 내용을 읽고,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 바닥으로 발령장 위를 두바퀴 정도 쓰다듬었다. 선배들께 이 정황을 물으니 발령장을 주신 기관장의 氣(기)를 받으시는 의식이라 했다. 자신의 다음번 榮進(영진), 榮轉(영전)을 희원하는 것이었다. 영진은 승진이요, 영전은 좋은 자리, 원하는 부서로 이동한 것이다. 그래서 축전에서는 공통분모인 ‘축 영전’이라 보낸다. 오전 9시에 발령을 받고
농부 어른들이 신혼부부에게 ‘깨가 쏫아진다’고 부러워한다. 농민에게는 깨가 쏫아지는 수확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장마와 폭염을 이겨낸 참깨밭에서 작은 타원형의 흰 깨알들이 한 줄로 들어찬 4칸짜리 초록 주머니가 회색으로 변할 즈음에 할머니는 검은 천과 지팡이를 들고 깨밭으로 가신다. 검은 천을 넓게 펼치고 소속입건(小束立乾, 볏단을 작게 묶어 세워서 건조함. 1970년대 농사행정 용어)한 참깨 묶음을 수평 이동시켜 검은천 한가운데 안착시킨 후 한 단씩 거꾸로 들고 탁탁탁 약하게 두드려준다. 가을 태양에 바삭하게 마른 씨방속에서 한 줄로 숨어있던 뽀얀색을 자랑하는 참깨알이 검정천 위에 소록소록 떨어져 쌓이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수확의 행복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또 신혼부부에게 아예 참기름 냄새가 난다는 직설적인 표현도 한다. 참깨를 털어서 볶아낸 후 기름틀에 넣어서 천천히 압력을 가해주면 기름틀 아래로 초콜릿색, 조청엿, 아카시아꿀 색을 자랑하는 참기름이 한 줄로 내려온다. 기름을 짜는 할머니는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차분히 긴 시간동안 느슨하게 눌러준다. 급하게 누른다고 참기름이 좍하고 내오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은 출가한 딸, 도시에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사진을 찍자해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병원 진료실에서 마스크를 벗지 말라 한다. 버스에서 마스크없이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은 안 될 일이 되었고 전철을 타려면 반드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 한 번으로 죄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예민반응, 과민대응으로 누군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기침을 하면 마음이 울컥한다. 혹시 누군가가 항의를 하고 이로 인해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온 국민의 생활 속에 파고 들어와 떡하니 자리 잡은 것이다. 1970년대 전국에서 개최된 반상회날에 정말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주민과 공무원이 동시에 참석했었다. 반상회 이후에 우리나라 역사속에서 마스크 착용처럼 단기간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예가 있을까. 새마을 쥐잡기에서도 더러 빠진 가구가 있었을 것이다. 가수 싸이의 말춤이 유행을 하고 유명가수의 음원이 1억뷰를 기록했다 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온 국민이 이처럼 동시에 공감하고 일상화한 문화는 마스크 착용이 처음이고 최초인 듯 보인다. 예식장 7층을 걸어올라가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1층 엘리베
1989년 경기도청 기자실. K기자는 100자 원고지에 살살 내려쓴 후 팩스 보내고 데스크에 전화하면 끝이다. 그날 송고해야 할 기사를 자리에서, 소파에서 구상한 후 이제다 싶으면 자리에 앉아 세로면 100자 원고지에 초서처럼 내려쓴 후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팩스에 밀어 넣는다. 잠시후 본사 지방부에 전화를 해서 도착 여부만 확인하면 끝. 생각 2시간 기사작성 3분, 송고 2분이면 기사는 마무리다. 다른 사 L기자는 원고지 200자에 오전시간을 집중한다. 아침 10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앞으로 자신에게는 8시반에 미리 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기사작성에 들어가 제공된 보도자료 위에 검정색으로 수정 가필한 후 읽어본다. 다시 100자 원고지에 옮겨적고 붉은색으로 가필한 후 청색으로 고치고 검정색으로 추가한다. 원고지 위에 교통지도, 도로망도가 그려진듯 복잡하고 글씨도 둥글둥글하다. 늘 바쁘신 L기자님은 점심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송고하러 가면 늘 팩스는 늘 만원이다. 약국 앞 마스크구매 長蛇陣(장사진)이다. 소리소리 고래고래가 따로 없다. 전쟁이라도 터진듯한 분위기다. 왜 바쁜 판에 팩스를 쓰느냐! 기존에 보내던 자료를 빼내고 자신의 원고를 보낸다. 왜 이리도
1968년 초등학생들은 2장에 1원 하는 원고지 4장을 학교 앞 유일의 문방구에서 구매하여 국어시간에 연필로 글짓기를 했다. 띄어쓰기를 할 때마다 빈칸이 아까웠고, 그냥 종이에 쓰면 더 많이 글씨를 쓸 수 있는데 원고지는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200자 원고지인데 실제로 쓴 글자는 180자가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채우기 위해 마지막 글을 키워 다음 줄에 2자 정도 걸치게 문장을 늘렸던 기억이 난다. 1988년 경기도청 공보실에서 공무원 7급으로 잔심부름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100자 원고지를 기자실 창쪽에 수북히 쌓았다. 출입기자들이 원하는 만큼 원고지를 가져가서 기사를 쓰고 완성된 원고를 본사에 팩스로 보냈다. 지르륵 하면서 원고지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면 잠시후에 신문사 정치부에 원고 복사본이 도달하고 데스크 보는 선배 차장이 원고를 검토한 후 편집부로 넘기면 편집부에서 면을 잡아 기사를 완성한단다. ‘매킨토시’라고 미국 애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신문을 편집했던 시기다. 이전까지 문선공이 활자를 뽑아서 납판을 만들어 철판에 끼우고 나사로 조여서 인쇄를 하던 시절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도 고급기술자들만이 운영할 수 있는 어려
先輩(선배)는 사회생활, 직장, 학교에서 나이가 더 많거나 입사 연도가 빠르거나 졸업 연도가 앞선 이를 호칭하는데 쓴다. 초등학교 3년 선배, 고등학교 1년 선배 등에 쓰인다. 아래한글 한자풀이에서 先輩(선배)를 클릭하면 학문, 연령, 경험 등이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라 한다. 선배보다 조금 고급지게 쓰는 말로 元老(원로)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보니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해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원로라 한단다. 그래서 로마의 통치기구는 원로원이라 했다. 경험과 경륜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국정을 논의하는 ‘집단지성’적 협의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한 분 돌아가시면 부락의 도서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문학계의 원로 선생님을 취재간 기자가 서재를 찍고 싶다 하니 이분께서 모든 책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 서재 사진이 필요하면 내 머리를 찍어가라는 농담을 하셨다고 한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 즉 원로를 존중해야 한다. 선배와 원로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요즘에서야 20년 전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의 경험과 경륜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퇴임 후 10년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이다. 미국은 성조기, 영국은 Union Jack, Union Flag, 일본은 일장기, 독일은 분데스플라게(Bundesflagge)이다.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 등 국경일 아침 일찍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게양한다. 아파트에 살면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건다. 한옥에 살 때에는 대문에 태극기를 걸었다. 태극기를 걸면서 왜 아래로 늘어지게 다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로막대에 국기를 달아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잘 보이도록 하고 있다. 깃발은 전장에서 앞으로 내달리면서 군인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도구였을 것이다. 프랑스군의 맨 앞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잔다르크는 희고 긴 깃발을 들고 있다. 아마도 군대의 깃발은 지휘부가 앞으로 내달리니 병사들이여 따르라는 의미다. 평시에 깃발은 아래로 내려져 있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용감하게 앞으로 내달리는 힘에 의해 펄럭인다. 우리는 늘 태극기가 잘 보이도록 게양하는 방법으로 규정을 바꿨으면 한다. 경기도는 국경일 전후 수일간 건물 벽면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므로 그 앞에서 애국심을 느낀다. 이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도 태극기 전체가 보이도록 게양방법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태극기에 철심을 넣어 옆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