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선사 카드 첫날의 행복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2월15일 생일날에 신청한 교통카드가 5일만인 20일에 농협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실근무일로는 3일만입니다. 금, 월, 화에 발급되었으니 대한민국 IT선진국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용카드는 일주일 정도 걸려서 집으로 배달됩니다만 시청에 근무하면서 신청하게 되었으므로 하루라도 빨라 받기 위해 농협지점을 배달처로 했던 바입니다.

 

농협창구에서 본인이 직접 수령하였으므로 카드가 등록되었다는 전갈이 문자로 왔습니다. 오늘부터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 즉 지패스 소지자가 되었습니다. 전철무료승차는 물론 융건릉 입장시에도 1,000원이 면제되고 싸우나탕에서도 1,000원을 할인받게 된 것입니다. 고궁, 유원지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기 위해 자랑스럽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퇴근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달려오는 길에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거리를 측정하면서 주벼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수원 고색역에서 하차하였습니다. 인천에서 왕십리로 달리는 전철역앞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종종걸음으로 내려가서 전철 개찰구앞에서 카드를 꺼냈습니다.

 

음향이 없습니다. 화면에는 이번사용금액과 누적금액이 모두 0원, 0원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대면 "어르신 건강하세요!", 뭐 이런 멘트가 나와서 마음이 상했다 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이라는 멘트가 나오는 이유는 우대용교통카드를 손자손녀에게 불법으로 대여하는 사례로 인한 것이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대중교통, 버스에서는 일반인보다 조금 할인하는 학생의 카드는 "삐삐"입니다. 일반카드는 "삐"라고 한번만 울립니다.

 

수급자 자녀들이 급식을 받을때에도 다른 학생과 음향이나 카드색상에서 다름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효율성과 준법을 위해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해서는 안된다는 기사입니다.

 

문득 1982년경 정부의 급식단가 차이로 인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두개의 교육과정이 겹쳐져서 운영되던 중 단가가 높은 과정이 낮은 과정보다 일주일 먼저 끝나면서 장기과정이었던 청년들의 후반부 급식이 부실해졌던 바입니다. 이를 알게된 교육생들이 수강을 거부하고 귀가하는 사건이 발생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큰 차별'이었고 정부당국자와 공무원들이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대용 교통카드가 교통비 금액에서만 우대를 하고 우대해 드리겠다는 어르신, 노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더한다면 진정한 우대가 되지 못한다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발언 서두에 상투적으로 쓰이는 '존경하는 선배 의원님'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민주적으로 회의를 한다면서 '의견을 말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방식이 아닌줄도 잘 압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진심으로 우대한다면 음향이나 색상이나 기타 시그널에서 동일해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과공은 결례라고 했습니다. 우대한다고 나이든 것을 불편해 하는 어르신에게 어르신임을 강조하는 색상, 음향, 기타 시그널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부정사용 등 일부의 문제점으로 인해 99%가 불편하다면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에서 깊은 성찰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전철 무임승차를 단속하는 인건비가 더 들어가서 포기했다 들었습니다.

 

1984년경 공무원으로 일할때에 하루 50명이 들어오는 입장료 500원짜리 유원지 수입이 25,000원인데 징수 인건비가 90,000원이므로 입장료를 폐지한 기억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성, 효율성, 사회적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할 것은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의 영역이고 행정이 해야 할 일입니다. 유권자중 비중이 높은 '우대용 교통카드'소지자들은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을 지지할 것입니다.

 

수원역에서 고등동, 장안구청, 산업도로로 크게 우회하는 통근버스보다 직항 전철을 이용하니 25분 일찍 집에 도착해 아내의 밥상을 받았습니다. 교통카드의 힘입니다. 수원시청역에서 다시 카드체크를 하고 0원, 0원을 확인하면서 조금 거시기 하기도 했지만 다리에는 힘이 들어서 기분좋게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나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늘도 3년째 교통카드를 받지 않으신 선배님들은 오늘 당장 농협에 달려가서 “지패스”, 경기도 우대 교통카드를 신청하시고 일주일 이내에 발급받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