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선배와 후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先輩(선배)는 사회생활, 직장, 학교에서 나이가 더 많거나 입사 연도가 빠르거나 졸업 연도가 앞선 이를 호칭하는데 쓴다. 초등학교 3년 선배, 고등학교 1년 선배 등에 쓰인다.

 

아래한글 한자풀이에서 先輩(선배)를 클릭하면 학문, 연령, 경험 등이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라 한다. 선배보다 조금 고급지게 쓰는 말로 元老(원로)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보니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해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원로라 한단다. 그래서 로마의 통치기구는 원로원이라 했다. 경험과 경륜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국정을 논의하는 ‘집단지성’적 협의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한 분 돌아가시면 부락의 도서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문학계의 원로 선생님을 취재간 기자가 서재를 찍고 싶다 하니 이분께서 모든 책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 서재 사진이 필요하면 내 머리를 찍어가라는 농담을 하셨다고 한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 즉 원로를 존중해야 한다. 선배와 원로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요즘에서야 20년 전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의 경험과 경륜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퇴임 후 10년을 먼저 사신 선배들의 삶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한다.

 

 

원로의 중요성에 대한 예시는 또 있다. 어느 신하가 연세 드신 부모님을 국법을 넘어 남몰래 봉양하던 중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하자 집에 가서 부친에게 여쭈어 인생경험이 풍부한 지혜로 쉽게 해답을 구했고 이를 왕에게 고해 고려장이 폐지되었다는 사실도 원로와 선배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신문과 방송 언론인의 선후배는 나이가 아니라 입직일시로 정해진다. 언론인으로 처음 명을 받은 그날이 선후배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언론인 사회에서 여성 선배가 많다. 여성이 많고 선배 대접을 받는 곳이 언론인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퇴직 공무원 모임에서는 ‘博士(박사)’보다는 ‘밥사’(밥을 사는 이)가 높다는 말처럼 언론인 사이에서는 밥값을 내는 이가 선배다. 선배가 밥을 사준다. 그래서 후배들은 좋아하는 선임을 ‘선배!’라 부른다. 1980년대에 젊은 여성 선임에게 벌을 받는 기자들을 본 기억이 있다.

 

저녁 시간이 길어지면 선배라는 키워드는 빈 술병만큼 늘어간다. 편집국장조차 ‘국장님’이라 하지 않고 ‘김 선배’ 또는 ‘선배’라 부른다. 부장님, 국장님으로 호칭하면 조금 존경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언론인에게 있어서 극존칭은 국장님이 아니라 ‘선배’다. ‘선배님’이 아니다.

 

공직에서도 일반사회 직장에서도 좋아하고 따라 하고픈 멘토, 선임, 선배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갈 선배 원로가 더 많기를 바란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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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