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 그 마음을 찾아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원효스님, 그 마음을 찾아서. 고등학교 선배인 시인 이경렬 선생님의 구도자적 탐방이야기라는 부제가 마음을 울립니다. 심금을 울립니다. 한반도 107곳의 절과 유적지, 저터, 기념관을 1년4개월동안 탐방하여 기록하였습니다. 소요산 자재암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충청지방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며 탐방을 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는 화성지역학연구소 회원, 시인협회 회원, 문화원, 수원과 화성의 향토사학자, 언론인 등 다양한 인사가 모였다. 음악 연주에 이어 경과보고, 격려사, 축사의 말씀을 들었다. 모두다 문학을 하는 분들이어서 형식과 절차보다는 편안한 말씀을 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형식적인 이야기는 공기관장인 문화원장의 100만 화성특례시를 서두에 꺼내는 경우 외에는 모두가 문학을 사랑하고 화성시의 문화예술, 역사발전에 기여하자는 화두로 이어주었다.

 

 

 

30분을 할애한 사전에 약속된 책 낭독자들의 좋아하는 페이지 읽어주기는 동화구연대회 이상으로 객석의 관심을 끌었다. 여류시인은 수필적 기록을 시적으로 낭송하고 문학단체의 간부는 성우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낭송, 낭독, 나레이션에 능통한 분인듯 보인다. 특히 가족을 대표한 아들의 낭독은 한두페이지 더 듣고 싶었다. 노래와 연주에서 앵콜을 하게되지만 낭송에서조차 한번 더를 청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은 처음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우리의 선배 이경열 시인은 A42장을 이어붙인 크기의 자료를 들고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핵심적인 이야기 몇마디를 설파하고 스님의 화두 '끽다거'(차 한잔 하시게)처름 이야기를 접었다. 이미 앞에서 축사, 책소개, 인물소개 등이 있었고 오후 4시에 시작하였으니 5시반에 저녁대접을 하고 향남주변 금요일 오후 러시아워 전에 귀가하도록 하겠다는 배려인 듯 보였다. 

 

 

 

긴 이야기보다 출판기념회를 기뻐하고 찾아와 함께하고 기뻐해주는 지인들에게 살짝 이슬맺힌 눈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한 인사로 매김되는 듯하다. 말미에 107곳 방문, 1년 4개월의 에피소드를 준비했다는 말만 남겼다. 얼마나 사연이 많을까. 두번 세번 다시 방문한 곳도 있다. 비오는 어느날 저녁에 막걸리에 파전을 펼치고 구도의 길과도 같았던 그날의 상세한 이야기의 감성에 젖어보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107곳을 방문하였다는 서문의 이야기도 큰 화두로 여겨진다. 불가에서는 108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부처님과 소통한다. 청자연적의 무늬 중에 단 하나의 잎새가 거꾸로 나 있다고 한다. 용의 비늘중 역린이라는 것이 있다. 책에도 나오는 까치밥인가 보다. 그 무엇인가를 위해 남겨둔 화두인 것이다. 

 

아마도 그 화두는 오늘 출판기념회가 있기까지 함께 사찰을 방문하고 스님을 만나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으며 동행했던 모든 분들이 하나로 희원하는 원효의 발자취를 화성에 찍어내는 일일 것이다. 전설로 이어오는 원효의 '해골물 오도처'에 대한 이야기는 출판기념회 축사에서도 나왔다. 역사학자가 두사람이 누워서 잠을 잘 수 있고 당나라로 향하는 배가 정박한 항구가 있고 사찰터가 인근에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장소가 바로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라 한다.    

 

출판기념회는 1400년전 원효의 발자취를 화성에서 깊이있게 찾아내자는 사학자, 문화예술인의 결의를 하나로 모으는 행사처럼 여겨졌다. 스스로 발품으로 원효성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만나고 적고 촬영하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된 책은 시인의 서사시다. 445쪽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평온한 활자가 나타나고 저자의 땀과 구도자적 심정의 글이 불경처럼 박혀있다.

 

책이란, 저술이란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라는 모델을 제시한듯 보인다. 만년필로, 키도드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등산화, 승용차, 카메라, 시간으로 글을 쓰고 책을 완성하여 출판하는 것이다. 스스로 반성을 하였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맛이다. 저녁 6시 전에 마주한 저녁상 육개장의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국물맛이 좋다. 좋은 글, 좋은 책,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저녁상도 기분좋게 받고 맛있게 먹었다.

 

저자와 그 일행의 107곳 방문으로 오늘 출판기념회가 완성되었고 이제 화룡점정 108번째 방문지는 우리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통일신라의 현장 경주에서 원효대사를 마음에 담고 출발하여 화성의 용주사와 백곡리 오도처에 이르는 '원효 구도의 길'이 민간중심으로 추천되었다. 산티아고순례길처럼 우리에는 원효대사 구도의 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4박5일동안 경주에서 화성 용주사까지 걷고 명상하면서 탬플스테이를 병행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