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동지날에 팥죽을 쑤어먹는 좋은 전통은 사찰에서도 행해진다고 한다. 어느해 동지에 신도들과 먹을 팥죽을 쑤었는데 그 솥이 아주 커서 나룻배를 타고 중간지점에 가서 경단이 익었는가를 확인하러 나가신 주방장 스님이 3년째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내달려 도착한 곳에서 소변을 보다가 부처님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구름을 타고 날아갔지만 그 공간은 부처님 손바닥이었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 10살까지는 수수팥떡을 생일상에 올렸다. 수수와 판은 보라색인데 좋은 귀신을 부르고 악귀는 쫓아내 준다고 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보라색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생일상에 올린 것이다. 기억해보면 시골마을 신랑신부 초례상위에는 팥이 한사발 올려졌다. 원앙을 대신해서 살아있는 닭을 보자기에 싸서 쟁반위에 올리기도 했다. 원앙처럼 사랑하며 살라는 의미로 초례청에 등장하던 원앙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닭으로 이를 대산한 것이다. 그 중간에 꿩이 들어갈만도 하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올 2023년 겨울 동장군은 별이 5개가 넘을 것 같다. 침대광고에서 별이 다섯개라 나오는 직설적인 광고주 사장님을 만나기도 하고 숙취에 좋은 '**808'이라는 음료도 역시 회장님의 출연작인줄 알고 있다. 광고에서 실패한 사례는 '낯선 그녀에게서 내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카피라는데 그 내용이 좋아서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정작 그 스킬로션의 제조사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는 촌평도 들었다.

 

동지는 동지다워야 하겠지만 갑자기 시베리아 바람이 불고 세탁기가 얼어붙고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다. 오늘 구내식당 밥을 조금 먹고 식판을 반납하던 차에 식탁에 제공된 팥죽이 있어 한그릇 챙기고 저쪽에서 식사중인 동료 2명에게도 한그릇씩 제공했다. 선심쓰듯이 구내식당 3,000원짜리 카드한번 찍고 생색을 냈다. 그리고 엄동설한이라는 힘든계절에 서민들의 고통을 걱정하게된다.

 

마침 오늘 점심에 9인 모임이 있는데 근무때문에 불참하였다. 오늘의 모임을 주관한 홍승표 선배는 최근에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평소에도 이웃을 돕는데 전심전력하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분인데 이후에도 '나눔과 봉사'에 나서는 선배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동지를 맞아서 어렵고 힘든 이들이 없도록 온 국민의 사랑을 모아야 하겠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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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