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국가의 공권력과 국민의 권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사진을 찍자해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병원 진료실에서 마스크를 벗지 말라 한다.

 

버스에서 마스크없이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은 안 될 일이 되었고 전철을 타려면 반드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 한 번으로 죄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예민반응, 과민대응으로 누군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기침을 하면 마음이 울컥한다. 혹시 누군가가 항의를 하고 이로 인해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온 국민의 생활 속에 파고 들어와 떡하니 자리 잡은 것이다.

 

1970년대 전국에서 개최된 반상회날에 정말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주민과 공무원이 동시에 참석했었다. 반상회 이후에 우리나라 역사속에서 마스크 착용처럼 단기간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예가 있을까.

 

새마을 쥐잡기에서도 더러 빠진 가구가 있었을 것이다. 가수 싸이의 말춤이 유행을 하고 유명가수의 음원이 1억뷰를 기록했다 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온 국민이 이처럼 동시에 공감하고 일상화한 문화는 마스크 착용이 처음이고 최초인 듯 보인다.

 

예식장 7층을 걸어올라가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분들의 줄이 건물 현관까지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인적사항을 기재하느라 지체되고 있다.

 

그래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7층에 도착했다. 체온이 기준보다 높으면 전철 3번 환승해서 달려온 예식장에 혼주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차분히 쉬었다가 체온체크를 받고 입장했다.

 

피로연장은 공무원시험 현장과 같다. 전후좌우가 한 자리씩 비어있다. 상차림은 갈비탕과 밥이 나오고 그 옆에 반찬이 있다. 그리고 조금 높은 곳에 2인의 공동구역 식탁이 또 있다. 여기에는 맛있는 요리가 한접시에 2개씩이다. 회, 전, 구이 등 고급요리인데 한참을 살펴보니 반만 먹어야 한다. 2명의 공동 반찬이다. 그렇게 규격화된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점심을 먹었다. 대각선에 자리한 상대방과는 눈인사만 나눴다.

 

식사를 마치고 7층을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코로나19이후 우리의 사회생활은 금년초처럼 평온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수준이 세계적이고 선진국수준이란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온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시와 명령을 잘 따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최근 무증상 감염지속, 마스크 착용, 손위생, 기침예절, 거리두기, 증상시 쉬기 등 기본의 준수가 나와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공권력의 존재감이 확실한 시대도 없었다. 우리는 매일 한 번 이상 국가의 공권력과 면담하고 외출해서는 국민적 공권력을 마주한다.

 

그동안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경찰이 부를 때 공권력을 느낀 외에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나에게 공권력을 행사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매일매일 공권력이 우리를 컨트롤한다. 문자가 오고 현관을 나설 때 마스크를 찾는다.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고 식사 후에 마스크를 턱 아래 걸고 녹차, 커피를 마신다. 그러고 보니 공권력은 국가의 힘이기도 하지만 다중의 파워인듯 느껴진다. 경찰이나 사법경찰단이 오기 전에 국민이, 시민이 스스로 규율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자는 범죄인처럼 느끼게 하는 사회적 눈초리가 상존한다. 그래서 양복주머니에 예비마스크를 넣고 다닌다.

 

코로나19는 국가의 공권력이 상존하지만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이제 국민 스스로에게도 공권력이 있음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서 국민 스스로 창출한 멋진 공권력이 그 힘을 잘 발휘해서 반듯한 사회를 이끄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국가의 통제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의한 ‘아름다운 공권력’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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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