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정겸

 

 

​5월과 7월 사이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가 닫혀있다

푸른 장막에 가려진 비밀 정원 같은 계절

주목나무 산길을 따라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

되돌아보니 참으로 멀리도 왔다

 

공원 모퉁이 담장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언제나 제 자리 지키는 능소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아무 일 없는 듯 주황색 얼굴 화사하다

 

걸어오는 동안

나와 당신의 간격은 유월처럼 어설프다

메타세콰이아 즐비한 공원을 함께 걸었던 시간들

붉은 꽃이 언제 피었는지 기억 아득하다

이제는 나무도 시간도 늙어 시들어버렸다

 

덩굴 장미꽃잎이 하롱하롱 마른 땅위로 떨어지는

봄도 여름도 아닌 애매한 유월.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졸업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악어의 눈』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 현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있는 듯, 없는 듯한 6월이 어느새 지나갔다. 우리 민족에게는 6.25 한국전쟁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의 달이기도 하지만, 이제 아픔의 상처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등 온갖 수식어가 붙은 5월과 성하의 계절, 바캉스의 계절 7월 사이애서 6월은 특별한 존재 가치가 없다. 일 년 중 절반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6월을 무심코 넘긴다. 녹음에 가려진 비밀 정원 같은 계절에 화사한 웃음으로 답하는 능소화, 그럼에도 유월은 왠지 싱둥하다. 덩굴장미꽃잎이 하롱하롱 떨어지는 봄도 여름도 아닌, 나와 당신 사이 같이 애매한 유월.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