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 올랐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동일시각에 승차하였다는 공통의 행복감일 것이다. 하지만 시내의 좀 비싼 식당에서 다른집 가족과 遭遇(조우)하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 이유는 각자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런데 등산길에 만나는 사람은 99.9% 모르는 이들이다. 그래서 등산 중에 아는 이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시각에 같은 등산로를 간다는 사실이 ‘운명적 만남’까지 격상해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가에 가면 弔問(조문)하면서 누구 아는 이를 찾기 위해 접객실을 살핀다. 조문 후에 앉을 자리를 미리 살피는 것일까? 結婚式(결혼식)에 가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혼주를 만나고 나면 식당부터 알아본다. 결혼식이야 신랑과 신부, 그리고 양가 부모의 행사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까. 일주일에 한 번은 광교산 형제봉의 로프를 잡아보자는 다짐을 한지가 1년이 넘었다. 지난주 산행때는 진달래가 만개하여 즐거웠다. 올해는 더 붉게 보이고 이내 활활 분홍색 연기로 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열기가 마치 임진각에서 개성을 향해 보내는 풍선과 흡사하다. 각종 전단과 달러를
지난 5월16일은 공무원 초임 9급 서기보시보 발령을 받은 지 꼭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된 날이어서 초임 발령장 사진과 함께 소감문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동기 한 분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습니다. 40년전 19살 까까머리에 면바지, T-셔츠를 입고 발령받으러 가서 복장 불량으로 화성군청 행정계장님의 面駁(면박)을 받은 후 웃옷을 빌려입고 군수님 발령장을 받아 시작한 公職(공직)의 시작은 硬直(경직)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40년 동안 발령장 43장을 받으면서 한 번도 긴장을 푼 일이 없습니다. 발령 대상자 인원에 관계없이 줄을 세우고 늦게 오면 야단맞고 일찍 온 공무원 모두에게도 숨이 멈출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인사계 군기’는 어느 기관에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0초 안에 끝나는 발령장 받기 의전을 위해 30분, 50분을 긴장한 채 대기하였으므로 결재판처럼 뻣뻣한 발령장을 들고 회의실을 나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습니다. 1990년경까지는 오전에 발령받고 오후까지 이 과(課) 저 부서(部署)를 돌면서 인사를 하고 선배 공무원들은 인사 오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시면서 늘 반갑게 발령장을 두 손으로 받고 한번 쓰다듬은 다음 다시
1968년 초등학교 3학년 방학을 맞아 10살 인생 중 처음으로 자동차가 달리고 전기불이 있는 수원에 왔습니다. 2층, 5층 건물이 즐비한 북수동은 성안이어서 밭이 없었고 장안문 밖 북쪽에 자리한 영화동 배추밭에서 꿀벌을 잡았습니다. 흰색 파꽃 위에서 꿀을 따는 꿀벌을 고무신 안에 잡아넣고 대보름날 불 깡통 돌리듯 7바퀴 정도 휘두른 후 바닥에 팽개치면 정신을 잃은 벌이 튕겨져 나와 잠시 한쪽으로 뱅뱅 돌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후 무턱대고 어디론가 날아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 밭에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자리를 잡아 깔끔한 도시로 변모한 요즈음 영화동 주변의 순대국집, 만두집,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50년전 어린 시절을 추억하곤 합니다. 지금 영화동 사무소 언저리쯤입니다. 가을날 오후에 번지는 따스하고 아련한 추억의 무대가 보이는 듯합니다. 이제 보니 영화동은 수원 華城(화성)을 기준으로 성 밖입니다. 장안문을 기준으로 성안과 성 밖이 구분되고 있습니다. 조선 성문 중 가장 크고 제일 멋진 장안문이 위용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6.25 전쟁당시에 인민군의 소련제 탱크 2대가 장안문 안에 숨겨졌다는 정보를 입수한 UN
경기도 끼네스 인증식이 열린 날 오후 2시 행사시작 시각이 다가오면서 구름 물방울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가 되어 경기도청 운동장의 잔디를 적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끼네스 기록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비는 늘상 각오를 하고 살아온 기록의 주인공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록을 세운 ‘세계 속의 경기도민’들입니다. 시간적으로114세 할머니와 108세 할아버지의 흰머리 자식들이 경기도 최고기록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65년 된 트럭, 33년 운전경력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2만941시간 자원봉사(872일×24시간), 375회 헌혈에 마라톤 53회 완주기록, 9살 미용사도 있고 16년 영농일기, 자격증 53개의 기록을 보유한 분도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도청이 주관한 끼네스의 壓卷(압권)은 용인시에서 온 13명의 식구입니다. 아들 5명, 딸 6명, 어머니, 아버지 등 모두 13명이나 됩니다. 장남이 21살, 당일 3개월 된 아이를 안고 행사장에 왔는 데, 11명 중 쌍둥이는 없고 모두 1명씩 태어났다고 합니다. 모두가 밝고 예쁘고 활기찹니다. 위로 3명의 아들이 장성해 동생들을 잘 챙기고 둘째 것
공무원이 되고 1985년에 결혼을 하면서 두 번째 아버지(장인어른)를 만났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先親(선친)과 장인어른은 연세가 비슷하시니 사돈 간으로 만나셨다면 젊은 시절 살아온 환경도 유사해 대화 주제도 다양했을 법합니다만, 두 분의 운명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장인어른은 70세를 넘기면서 시골의 농사를 정리하고 도시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마주 보거나 등진 아파트 2채를 매입하려고 한 달을 수소문했지만 새로운 분양이 아닌지라 맞춤형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같은 동 9라인, 5라인의 3층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조합도 부동산의 매물을 뒤지고 찾아서 마련한 것이지요. 이후 아이들의 유치원 문 안팎을 발이 닳도록 드나드셨습니다. 아침에 쌍둥이 남매 손자, 손녀를 데려다주시고 다시 유치원이 끝나기 1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아이들을 기다리셨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누구누구의 할아버지라고 다 알 정도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 사랑은 초등학교에서도 이어졌고 6년 내내 교문 앞을 지키는 키다리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세월은 화살처럼 날아가 아이들이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을 잡으니 90세를 넘기셨고, 지난해 가을 많이 쇠약하시더
[뉴스폼] 최근 정부는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경기북부에 소재한 의과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경기도의 인구수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최저수준에 해당한다. 의료취약지역인 경기북부, 특히, 포천시는 70여 년간 접경지역의 각종 규제로 인해 수도권임에도 수도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 교육, 교통의 결핍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의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5만 포천시민도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포천 관인면에서 중대한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가까운 의정부 성모병원은 56km, 서울 아산병원까지는 84km를 달려야 한다. 당장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 전문의 진료 예약도 한없이 밀려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포천시의 의료서비스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의료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의대 신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기
영화 혹성탈출은 인류의 미래 모습을 가정해본 내용으로 고등학생 시절 감수성을 강하게 자극받은 기억이 있고,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온 기계 인간의 대결과 그 속에서 인간과 기계 인간의 우정에 눈물샘을 자극받는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소설과 영화를 통해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타임머신을 통해 어린시절 우주와 지구와 시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고민은 아직도 진행형이라 해야 할 것이다. 타임캡슐은 실존하는 물건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 보는 일이다. 최근 충남 금산군에서 개최한 2011금산세계엑스포에서 공개된 ‘천년인삼’도 그 자체가 타임캡슐이라 할 것이다. 연천 전국 선사박물관도 경기도가 보유한 타임캡슐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타임캡슐이란 미래에 열어볼 목적으로 특정 시대의 대표적인 물건을 모아 보존하는 용기나 장치를 뜻한다고 했고 최초의 현대적 타임캡슐로는 1940년 5월 28일 미국 애틀랜타시의 오글소프대학에 묻힌 ‘문명의 묘지’가 꼽힌단다. 서기 8113년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을 1994년 11월 29일 지하 15m 지점에 매설했다. 보신각종 모형의 타임
공무원을 ‘공복’이라 하고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을 ‘심부름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은 우체국 기능이나 부름센터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한다. 지역의 여론수렴은 물론 정책결정, 조례의 제정 등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결정을 한다. 의원이 되면 상임위의결, 본회의 표결을 하고 단체장은 예산편성과 집행, 조직의 관리를 총괄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의원이나 단체장이 4년간 하는 일은 단순히 4년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로부터 진행되어온 수많은 사업을 마무리함은 물론 미래의 사업을 구상하고 집행한다. 이같이 중요한 일을 하는 시의원, 도의원, 시장·군수, 광역시장, 도지사를 선출하는 선거가 5월31일에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는 더 이상 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는 무엇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선거출마자는 유권자에게 금품, 향응을 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선거철 후보자 연설을 들어보면 자신의 정책을 이야기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방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상대 후보를 險談(험담)하는데 시간을 낭비했다. 이번 선거의 성공은 유권자의
수원시 원천리천에서 버드나무 묘목을 촬영했다. 수원팔경에도 들어있는 버드나무가 어쩐 비확율적, 비현실적인 상황에 처하여 몇 년째인가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천 중심부에 이유없이 서있는 기둥이 물위로 1.5m정도 솟아있는데 그 위에서 가냘픈 긴가지 3개와 새싹가지 2개의 '일가족 버드나무'가 애처롭게 서있으므로 급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세월을 가늠해 보았다. 물속 말둑이니 모세관현상으로 물기가 올라왔을 것이고, 수년전 어느해 가을날에 그위 나무틈새에 씨앗이 올라가거나, 다른해 장마철에 버드나무 잔뿌리가 물살에 떠내려가다가 이 나무기둥위에 매달리고 걸쳐서 싹을 틔운 것일까 상상해보았다. 지금 나무기둥 위에는 작지만 수령 5년이상이라 불러줄만한 독자적인 모습의 버드나무가 빈곤한 나라의 아이처럼 가냘프게 그 몸매를 키우면서 올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올 겨울 추위도 이겨내고 내년봄이 되면 다시 잎새를 나풀거리겠지만 가로세로 15cm정도의 저 나무기둥 무대위에서 그 생명을 얼마를 더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그래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원시청에 건의문을 올렸다. 저 버드나무가 애처롭게 매달려있는 나무말뚝을 잘라내어 그
항구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통통통 파도를 가르는 똑딱선 저 멀리 갈매기가 날고 이따금 低音(저음) 뱃고동 소리가 항구의 위용을 갖추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고 뱃사람들의 터프한 일상들이 스치고. 게다가 떠오르는 일출에 걸린 뱃전이나 서산 노을을 배경으로 고즈넉이 하루를 접는 항구라면 운치와 정감이 더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항구는 그렇지가 못하다. 한눈에 잡히는 감상적인 풍경은 작은 포구라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집채 만한 컨테이너와 거대한 화물선이 들고나는 오늘날의 항구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도 전 세계의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거대한 항구라면 이미 과거의 항구로서의 정취니 낭만이니 하는 감상적 이미지는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평택항 개발관련 기사를 접하고 느낀 소감으로 지난 89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장장 23년간에 걸쳐 3조원이 투입되는 맘모스 평택항에서 과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던 내 마음속 항구는 여지없이 사라졌다. 평택항은 우리나라 3대 국책항만 사업으로서, 수도권과 중부권의 물류·유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가장 경쟁력 높은 항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21세기 서해안 시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