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港口(항구)와 港灣(항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항구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통통통 파도를 가르는 똑딱선 저 멀리 갈매기가 날고 이따금 低音(저음) 뱃고동 소리가 항구의 위용을 갖추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고 뱃사람들의 터프한 일상들이 스치고.

 

게다가 떠오르는 일출에 걸린 뱃전이나 서산 노을을 배경으로 고즈넉이 하루를 접는 항구라면 운치와 정감이 더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항구는 그렇지가 못하다. 한눈에 잡히는 감상적인 풍경은 작은 포구라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집채 만한 컨테이너와 거대한 화물선이 들고나는 오늘날의 항구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도 전 세계의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거대한 항구라면 이미 과거의 항구로서의 정취니 낭만이니 하는 감상적 이미지는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평택항 개발관련 기사를 접하고 느낀 소감으로 지난 89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장장 23년간에 걸쳐 3조원이 투입되는 맘모스 평택항에서 과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던 내 마음속 항구는 여지없이 사라졌다.

 

평택항은 우리나라 3대 국책항만 사업으로서, 수도권과 중부권의 물류·유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가장 경쟁력 높은 항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동북아 물류 허브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택항을 평택항과 당진항으로 분리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는 대목에서 다시금 항구와 항만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행정구역상 경계’에 따라 충남 당진도 개발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그것인데, 그러나 단순히 지자체 차원에서가 아닌 국가 주요시책으로서의 평택항 개발에 따른 전반적인 배경과 경제적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당진항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이 논의되겠지만 분리 또는 통합시에는 상대적 규모나 효과창출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보도내용의 요점을 보면, 경제 문외한도 쉽게 납득될 수 있을 정도로 평택·당진항 분리시에 생하는 국가적 손실과 문제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한 치 앞을 가늠하지 못하는 급변의 21세기에 港口(항구)가 지역과 나라 안의 감상적 정서로서 지켜야 할 자산이라면, 港灣(항만)은 한 나라를 대표하며 세계와 겨루는 이성적 경쟁의 장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평택항은 단순한 지자체 경계나 주민의 이익차원의 ‘경제논리’로서의 항구가 아닌, 국가발전을 위한 ‘경제논리’로서의 항만 차원에서 신중하게 추진되고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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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