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존재와 순환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생명의 존재와 순환 ▧

이 코너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전제가 가능하므로 마음을 담아두고자 합니다. 죽으면 화장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매장이나 화장이나 지구상에 분자로 존재하는 것은 같습니다.

 

다만 그 존재의 범위가 매장은 땅속의 일부이고 화장은 하늘위와 강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법으로 화장이후 강물에 뿌리는 것 등이 금지되었으므로 화장해도 다시 땅속의 항아리 안에 담기는 것은 매장과 유사합니다.

 

 

시신이 매장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화장되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이나 지구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땅을 벗어나는 분자가 몇알이나 되겠습니까.

 

태어난 곳에서 40km인근에 존재하는 분자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으로 태어나 존재하는 동안 살았던 대한민국 한반도를 좋아하는 것이고 그 영혼의 생각 역시 대한민국의 한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글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사후의 처리에 대해서는 후손들이 어찌 결정하고 매장, 화장을 해도 나의 존재는 화성시와 수원시 땅의 일부를 무대로 하는 것이고 가끔은 조금 먼 100km거리의 어느 지역이야기로 자신이 이세상에 잠시 살았음을 알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단군 할아버지 등 역사적인 인물이 시공을 초월하여 반만년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인터넷도 없고 문자기록이 불가능한 선사시대 인물이 글로 기록되고 후손들의 뇌리에 자리하고 있으니 얼마나 큰 일입니까.

 

구전되어오는 동안 각색되고 보충되고 더러는 이야기 내용이 바뀌었다고 해도 오로지 좋은 이야기만 남아서 오늘의 인류 성인군자, 신앙의 중심인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이 후손들에게 무슨 의미를 줄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조상이라는 뿌리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자손이 많을수록 그 문중은 흥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는 것입니다.

 

후대에 이 글을 읽을지 그냥 버려질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을 쓰는 시간에 편안히 쉬면서 명상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바이지만 시간을 쪼개어 이런 기록이라도 조금 남기는 것이 더러는 후손 중에 공감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실날같은 기대를 하는 바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조차도 자신이 저술한 책이 그냥 삭아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에 아들에게라도 부탁을 합니다. 나의 책, 저서를 읽고 주변에 전파해서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제하는데 쓰임이 있기를 바란다는 취이였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하피첩을 통해 전해지는가 정확히는 몰라도 200년 세월을 넘어서 오늘 세계사적인 인물로, 함께 일한 정조를 능가하는 정약용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조는 태어날때 왕이될 사람이었지만 정약용은 부모님의 가르침과 본인의 노력으로 관리가 되고 박해을 받아 강진으로 유배되어 다산초당을 역사에 남겼고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후대에 하피첩이라는 대한민국의 보물을 탄생시켰습니다.

 

편지가 보물이 되고 매헌 윤봉길 의사의 결의서 1장이 보물인 것입니다. 수조원을 벌어 쌓아도 보물이 아닌 것입니다. 세상은 어찌보면 이처럼 공정합니다.

 

솔직히 1조원을 벌어들이는데 대한민국 법과 인간의 양심을 거슬린 바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였으므로 핑게를 대는 것이겠지만 큰 돈을 벌어내지 못한 바에는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은 법과 도덕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비겁한 생각이지만 그렇게라도 피해볼 생각입니다.

 

요즘 공직을 벗어나는 기간인가 봅니다. 페이스북에 '자식이나 가족이 이웃을 위해 봉사한 성과가 있는 정치 지도자를 보고 싶다'고 적었다가 지웠습니다. 왜 정치인의 자식들은 안 좋은 문제만을 알리게 될까요. 착한 아들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인데 기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귀에는 들리지 않는 선한 일을 하였기 때문일까요.

 

누구나 대부분 100세를 넘기지 못하고 매장이니 화장의 길로 들어서서 영면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는동안에 10억원을 벌지 못해 억울해 하고 1조를 채우기 위해 법과 공정의 철길을 벗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이룩한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주변과 갈등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돈을 더 쓰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인생의 유의미한 가치창출에는 관심이 적고 더 큰 부와 권력을 키우는데만 전심전력하다가 나이 80세에 이르러 주변의 지인이나 심복의 배신의 칼날앞에 서게 됩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박봉에도 내 돈 쓰면서 버티는 이유는 언젠가 주군이 그 권력의 자리와 영지를 물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욕으로 인해 80세를 넘겨도 4년임기 후임 공천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므로 이미 나이 50개를 넘긴 보과관은 어느날 깡소주 한병을 단숨에 들이키고 결심을 합니다.

 

오늘 주군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지요.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갚기위해 30년동안 궂은 일을 하면서 무술을 배운 제자는 마지막 스승과의 대좌에서 '너에게 더이상 가르칠 무술이 없다'는 말씀을 이별의 순간으로 해석합니다.

 

그리하여 그날밤에 스승에게 배운 무술로 스승을 찌르고 산속의 훈련장을 떠나 원수를 갚는 길에 나섭니다. 하지만 뒤늦게 달려온 동료 수련생으로부터 자신을 가르친 스승이 바로 부모님을 죽인 원수였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리하여 부모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으로 무술을 연마한 아들은 도대체 인생이라는 것은 허무한 것이니 조용히 암자에서 생활을 합니다. 결국 고수는 암자에 은거한다는 스토리가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라고 壽衣(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는 것이고 殮襲(염습)은 꽁꽁 매어드릴 뿐 나비넥타이 고름을 만들지 않습니다.

 

한번 염습을 한 분이 살아날 수 없으니 그 매듭을 풀어드릴 일이 없고 그 상태로 영면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흙이 되고 세포가 하늘을 나르고 바다에 이른다는 윤회의 길을 가게 됨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며칠동안 마음속에 생각해 두었던 삶 이후의 모습에 대해 상상의 경계를 넘어가는 아득한 일이라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글로 적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더이상 생각해 보아도 무궁한 세월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니 이 또한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의 무대라 할 것입니다.

 

죽음 이후를 알지 못하니 종교가 발전하고 다양한 경전이 나와서 극락을 설명하고 하늘나라를 이야기 합니다만 누구도 다녀온 바가 없으니 그냥 상상으로 머릿속에 간직할 뿐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유한한 것이니 반복되는 생명의 순환을 통해서 우주속 작을 수도 있지만 살아보면 아주 큰 지구를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살아도 지구, 죽어도 지구에 있는 것이고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나 무생명의 흙이 되는 것이나 지구상에 엄존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으로 신이 주고 부모님이 내려주신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고 안타깝고 고마운 일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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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