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나설 자격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습니다. 선거권은 일정 나이에 법적인 제한이 없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거에 참여할 권리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공직에 들어왔을 때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후보자가 사무실에 와서 악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선거에 선거권이 없으므로 선배에게 농담을 던졌습니다.

 

 

"저는 선거권이 없는데 악수를 하였으니 후보에게 가서 악수를 물려야 하겠습니다."

선배가 조크를 조크로 받았습니다.

"빨리 뛰어가서 악수를 돌려 받으라"

 

이분은 훗날 화성시장이 된 당시의 김일수 국회의원 후보였습니다. 화성군청 안에서 근무지가 바뀐 후에 선거사무원으로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투표소를 떠날 수 없으므로 주소지의 면사무소에 부재자신고를 하고 투표용지를 받아서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요즘에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IT기술이 발전해서 문을 연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전국 어디에 주소를 두었어도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전국적으로 같은 후보자 투표용지를 받게 되고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에서는 각각의 지역구별 후보자가 적힌 투표용지를 교부받아서 기표한 후에 투표함에 넣으면 주소지의 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집니다.

과거 부재자투표를 대신하는 사전투표를 통해 모아진 투표지는 시군 선거관리위원회별로 모아지고 개표구별로 배송되어 보관됩니다.

 

그리고 개표를 시작하면 주소가 적힌 봉투에서 밀봉된 봉투를 꺼내고 다시 밀봉된 봉투 머리나 꼬리를 잘라서 투표용지를 꺼낸 후 개표를 하게 됩니다.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쓴 방식입니다.

투표소 종사원으로 지명되어 마을회관에 도착하였습니다. 투표전날 오후에 투표함과 투표용지, 인주, 가위 등 다양한 문방구 용품을 인수 받아 차에 싣고 갑니다. 저녁을 먹고 밤새워 투표함을 지키게 됩니다.

 

졸업한 초등학교 학군이 2개면에 걸쳐서 있습니다. 전근간 면의 4개리와 고향마을 6개리를 합쳐서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선거관리위원장님은 초등학교 동창의 부친이었습니다. 밤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당시의 말씀은 기록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어쩌면 요즘 강의에 가끔 조미료로 쓰는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지혜롭고 흥미로운 스토리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얻은 지식의 출처를 모두다 기억하기는 어렵거든요.

밤 늦게까지 이야기꽃이 피어난 후 새벽잠을 자고 5시경에 기상하여 6시부터 시작되는 투표소 준비를 하였습니다. 요즘에는 모든 자재가 가볍습니다만 당시에는 나무상자여서 무겁고 투박하고 설치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에 입문하여 처음 맞는 일이고 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국민투표로 기억합니다. 1980년이니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에 서거하시고 군인들이 나서서 정치를 하게 된 그 시점입니다.

헌법을 개정하는 국민투표일 것입니다. 그러니 상대방이 거의 없는 투표여서 면사무소 6급 계장님이 간사로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선관위원들은 지역 유지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신입으로서는 선임의 지시를 따라서 업무를 진행하는 보조역할을 했습니다. 오후 6시가 되자 200m 밖에 나가서 투표하러 오시는 분이 있는가 확인하라 하십니다.

선거지침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오시지 않는다 보고하니 정각 6시에 투표함을 창호지 종이로 붙이고 선관위원님들의 도장을 날인합니다.

 

그리고 투표함은 트럭에 실려서 떠나고 일행은 짐을 정리하여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녁, 밤, 새벽까지 개표가 진행되고 방송을 통해서 그 내용을 지켜보았고 다음 날 국민투표는 다수의 참석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었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선거권은 누군가를 선출하거나 국가적 대사에 대한 찬반을 표명하는 권한을 말합니다. 피선거권은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 출마하는 권한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습니다.

 

이제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서 선거권을 가져오고 누군가를 올려놓고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봅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냥 하루 이틀 잘 지나갑니다. 그리고 선거에 참여하든 안 하든 그날은 어김없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인생은 무작정 흘러가는 회전초밥집의 정경과도 같습니다. 벨트에 올려진 음식이 지나가고 누군가는 선택이 되고 돌다가 초이스되지 않은 음식은 주방으로 되돌아가 폐기됩니다.

 

인생도 살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더러는 선택이 되어 큰 일을 감당합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하는 분들도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요즘 선거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많이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조금은 그런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니 저 보도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모든 이들이 결국은 당선 아니면 낙선이라는 세계를 감동시킨 대한민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힘든 과정에서 수고 많이 하십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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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