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官廳(관청)이든 민간이든 어떤 사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민원인을 만날 때에도 긍정의 마인드로 접견해야 하고 가능한 일부터 말하고 어려운 사안의 순서대로 설명을 이어감으로써 안되는 일은 설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되는 것이 좋습니다. 안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대화가 단절되어 되는 일조차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급 공무원으로 일할 때 서무는 잘잘한 문서를 과장님 결재를 받아야 하루를 마칠 수 있는데 앞에서 선배가 쉽게 결재를 받고 나올 때 들어가서 좋은 기분을 이어가시도록 과장님의 심기를 경호하는 일도 서무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무의 8건 결재문서도 쉽고 편안하고 수당을 드리거나 여비를 챙기는 서류부터 결재순서를 앞에 놓아야 합니다.

 

난해하고 복잡한 문서는 바닥으로 내리고 간결한 결재부터 시작해서 결재 손목이 부드럽게 돌아가시도록 기름칠을 한 후에 어려운 문서에 당도하니 곧바로 결재를 돌리시면서 다시 제목을 챙겨보시는 경우도 있었더랍니다.

하지만 이미 결재를 하신 바이니 지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더러 가끔은 싸인을 지우시고 다시 보자 하신 후에 설명을 들으신 후에 다시 결재를 하시는 과장님도 모신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 말이란 대화의 수단으로서 부드러운 봄바람을 담아서 보내야지 가을 날의 차가운 낙엽소리를 담은 언어로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춘풍추상이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인 말입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인격 수양에 힘쓰고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정말로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하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비록 싸움이 일어나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상대를 비난한다고 해서 굴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칭찬한다고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도 아닌줄 압니다.

그러니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은 존중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정진의 여정이라 하겠습니다.

 

결코 넘어올 것 같지 않은 큰 소나무도 끊임없는 도끼질과 톱질에 결국은 풀석하고 몸을 뉘이는 것처럼, 어려운 상대일수록 부드럽게 대하고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서 동화시킬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바로 상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나그네의 동복 저고리를 벗기는 힘은 바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열기로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부부의 대화 중에 잠들기 직전의 멘트가 중요합니다. “사랑해! 잘자요!”

 

기분좋은 멘트로 잠들면 잠자는 내내 행복합니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굳이 돈이야기, 아이들 걱정하는 스토리를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불편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면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영 불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하루를 정리하고 쉼의 시간을 갖는 순간에는 하룻동안 고생하고 수고한 바를 격려하는 멘트를 치시기 바랍니다. 손 한번 꼭 잡아도 좋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다양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강약의 조절이 필요하다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나그네 옷을 벗기기 시합을 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강하게 보내면 나그네는 옷깃을 잡고 버티게 됩니다. 하지만 태양이 빙긋 웃으면서 온기를 보내면 결국 나그네 스스로 웃옷을 벗고 땀을 닦으면서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고 존경하는 미소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생활에서도 결코 강한 어투나 압박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말과 공감의 미소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이 세상사 어려운 일을 풀어내는 비방이고 정법이라 생각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