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어르신 여행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97년 2월13일에 동두천시 생연4동에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어르신들이 수원에 오셨습니다. 지난번 동두천 방문 시에 점심을 함께 하시면서 화성, 안산지역 바다에 간 추억이 그립다하시면서 가족모임을 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회비를 醵出(갹출)한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의 날이 바로 2015. 10. 24일 토요일 오전 11:30에 궁평항, 제부도에서 만나는 날인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들 시내에 태워주고 수원역, 당수동, 매송, 비봉을 거쳐서 제부도로 향했습니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식당을 살펴보고 뒷편 암벽 구름다리길을 산책하였습니다. 예산을 많이 들였겠습니다만 다수의 사람들이 관광을 오시니 어촌 주민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시 모세의 기적 길을 나와서 목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우고 봉고차를 타고 오시는 10분 어르신들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다음 달에 모임을 위한 약속 장소를 정하는데 뭐, 장애인은 할인이 있다고 합니다. 3급 장애인은 20%정도, 2급 장애인은 더 많이 할인된다는 숙소를 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국 봉평에 있는 부락단위에서 조성한 펜션을 하나 구하였고 선불한 후 장애인증을 제시하면 할인해 준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일행을 태운 봉고차가 도착하고 곧바로 에스코트하여 식당에 내려 점심을 먹었습니다. 회원님과 함께 모두 12명입니다. 회를 주문하면 매상이 많이 오를 것 같아서 매운탕 조개탕 연포탕 해물탕을 주문하여 각각 드시면서 중간에 부족한 테이블에 추가 배식을 하였습니다.

우리 회원님들은 초기 반찬, 즉 메추리알, 튀김, 기타 등등 이른바 "서비스 메뉴"를 기대하신 것 같은데 그런 류의 것은 다음 코스에서 드시면 되는 일이므로 기본으로 약하게 주문하였습니다. 회원 총무님이나 회장님보다 가이드격인 우리가 저렴하게 주문하는 것이 좋을 듯 여겨졌습니다.

 

이어서 산책에 들어섭니다. 오전에 이미 부부가 다녀온 길을 다시 회원님들과 걸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마도 회원님들은 양주, 동두천, 연천, 또는 인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르신이 되었으므로 그동안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바다는 무한한 공간이니 말입니다.

자체 프로그램으로 왕새우소금구이를 드시고 물이 빠져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오후 3시15분경 차를 몰아 육지로 나갔습니다. 봉고차는 빙 돌아 왕새우 드시는 곳에 왔지만 우리차는 그대로 붉은 등대앞 주차장에 있으므로 부부가 다시 걸어서 차를 몰아 다음 코스로 달렸습니다.

 

화성시 송산면에 있는 공룡알 화석지를 가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곳 시화 벌판은 공룡가족이 살았다고 합니다. 바다로 내려갔다가 다시 뚝방을 막으니 간척지가 되어 우리의 눈길, 발길이 닿게 되었는데 그 바닥에서 공룡알 화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갈대숲으로 어우러진 드넓은 가을 벌판이 아름답습니다. 젊은 청춘들은 카메라 들고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행 봉고차는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시간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수원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오목천동 자동차정비소 앞에서 만나 사모님 3분이 크레도스 6085에 타시고 아내가 봉고차에 합승한 후 이교수 웰빙뷔페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소주2병, 음료수 4병을 함께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70대중반의 드라이버, 70전후의 약주 많이 드신 어르신으로 구성된 동두천 꽈배기협회 궁평항 제부도 여행단은 수원 식당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들어가 용인, 성남, 구리, 하남, 의정부, 양주, 동두천으로 가셔야 하는데 출발 1시간 후 통화하니 아주대병원 인근에서 돌다가 이제 용인을 가신다 합니다. 30분 후에 전화를 하셨는데 이제 구리를 지나신답니다.

 

점심후 헤매이기 시작한 봉고차는 늦은 밤까지 추억의 화성 궁평항 제부도의 추억을 잊지 못해 수원권에서 빙빙빙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취하시고 소주에 취하시고 기분에 취하십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화성의 저녁은 그렇게 익어가고 수원의 밤은 그렇게 숙성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 새벽잠을 주무실 어르신도 계실 것이고 연세 드셔서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5시에 기상하신 분은 어제하루 이러저리 빙빙빙 돌았던 화성 제부도의 추억을 반추하실 것입니다.

 

소주를 드시면서 간간히 하시는 말씀에 "이제 다시 이곳을 올 수 있겠는가?" 하십니다만 사람의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옛정 잊지 않으시고 찾아주신 손님께 감사드립니다. 동사무소 처음 갔을 때 힘들어 보이는 초보 동장을 잘 보듬고 이끌어 주신 어르신들입니다. 당시 60이 아니셨는데 이제는 70 중후반이라 하시니 시간과 세월이 이리도 많이 흐르고야 말았습니다. 평안하십시오,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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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