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나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인생을 살다가 80세 90세에 떠납니다. 더 일찍 떠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아마도 사후에는 후회만 남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지만 한번 떠나간 그 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래의 날들은 수없이 많은 것 같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미래의 나날은 제한적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실까지 망각하고 떠나가십니다. 100년이 지나만 이분을 기억하던 사람도 떠나가고 그들의 눈에 보이는 분들만 기억합니다.

 

 

五里霧中(오리무중)이라고 합니다. 五里(오리)안의 모든 것이 안개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앞이 보이고 뒤도 보입니다. 앞으로 가면 그만큼만 보이고 그만큼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도 삶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함께하는 3대, 4대의 조손지간만 보이는 것입니다. 나와 부모, 부모와 지식,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손녀가 보일뿐 18대손 효령대군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향후 7대후손이 누가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재산보다는 인문학적으로 7대후손 200년 이후의 자손들이 할어버지 할머니를 기억할 것입니다.

혹시 1990년부터 2070년까지 살았던 어느 대의 할머니가 자녀들의 육아일기를 열정적으로 쓰시고 그 대에는 평생동안 일기를 썼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일기를 써야 합니다.

자손들에게 전해질지 중간에 일기장이 전체가 휴지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쓰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조상 대대로 이런저런 기록이 있었을 것인데 모두 다 사라졌습니다.

 

오죽하면 정약용 선생이 귀양지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내가 지은 책을 너희들이라도 열심히 읽고 후대에 전하라 했습니다. 당대의 정치가이고 학자이지만 자신이 써낸 글이 그냥 사라질 것을 염려하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정약용 선생의 글과 정치적 자취, 인생의 모습은 대부분 남아서 8대가 지나도록 잘 보존되고 있고 185년이 흐른 이 세월속에 큰 일렁임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이강석이라는 삶이 최경화 여사의 육아, 생활, 인생의 열정이 온전히 이 일기장을 통해 후대 자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미래의 일이니 지금 알 수가 없고 사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마음이 아득할 뿐입니다.

그래서 요즘에 새롭게 나온 신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 종이에 담아두는 것보다 조금 더 길게 보존될 수도 있고 IT가 발전하면 지금 우리가 지정하는 7대 후손이 이 글을 보도록 할 수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들딸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과학이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니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여기에 열심히 적어 글로 남기고 인터넷 흔적으로 보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아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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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