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와 면허증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평생에 자격증은 운전면허증 하나입니다. 타자 자격증은 전동타자기로 배운 후 시험장에 가니 아직도 4벌식 타자기이므로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와 더 이상 도전하지 못했지만 타자학원을 다니고 연마를 해서 어느 정도 독수리 타법은 면하고 9손가락이 움직이는 수준입니다.

운전면허도 24세경 자동차학원에 등록하여 면허를 받았습니다. 1982년도에 경기도에는 면허시험장이 없었고 인천직할시(광역시)에 가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3단으로 출발하여 2단 1단 다시 3단으로 갔지만 시동이 꺼지지는 않았습니다.

 

 

T-코스, S-코스, 크랭크(ㄹ)코스에 합격하고 주행시험을 보는데 긴장한 탓에 기어를 들어서 당겨야 하는데 그냥 당기니 3단 기어가 들어간 것입니다. 시험관 경찰이 '이 양반 맘대로 기어를 넣으시네'하셨지만 합격도장을 찍어 주셨습니다.

면허를 따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차량은 3대가 있었지만 운전담당은 2명이었고 강사초빙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므로 매일 시내에 나가서 은행업무, 행정, 구매 등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꼭 운전직이 아니어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면허에 도전한 것입니다.

이후 사감실에 습기가 차고 좁아서 불편하다는 말에 즉시 망치를 들고 나서서 벽을 헐고 방을 넓힌 후 장판을 깔고 2층 침대와 침구를 넣었습니다. 웬만해서 칭찬을 하지 않으시던 당시의 원장님께서 큰 칭찬을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물탱크 청소작업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용역사에 돈 주고 하면 되는 일들을 직접 나섰던 것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면 직원 하다가 하루에 한 두건 업무를 하면 시간이 나는 사업소 직원 생활의 여유 속에서 몇 가지 일을 스스로 한 것이니 오히려 무료함을 달래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면사무소에서 겪은 민첩성을 이곳 사업소에서 발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두천시청 생연4동에 근무하면서 생태와 두부를 사다가 찌개를 끓이고 밥통의 밥을 퍼서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3개 기관 공무원과 가족초청 체육행사를 하면서 드럼통 연탄에 삼겹살을 구워서 먹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산 중턱 초소막사를 방으로 꾸미고 한겨울 추위와 싸우며 지냈지만 이 곳을 절처럼 생각하고 도를 닦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그리하여 신동복 상수도사업소장, 강영시 생연1동장과 함께 지닌 1년여의 세월은 인생의 기억이고 보람찬 40대의 세월이었습니다. 술먹고 쪽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니 평소에 몰랐던 건너편 산속의 어느 사찰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려옵니다. 심야에는 더더욱 잘 들리는 스님의 정진하시는 목탁소리입니다. 그래서 시 한수를 지었습니다.

 

나의 스님

새벽 습한 바람타고

건너편 산사 염불소리 들려온다

붉은 목탁 부여잡고

누굴 향해 염불할까

출가나이 얼마인고

출가사연 무엇인고

생이 무거워 집을 나섰을까

삶이 건조해 속세를 버렸을까

시간 일러 목탁소리 흔들리나

마음 흔들려 독경 메아리치나

전생인연 무슨 끈이기에

이시각 얼굴 나이 모른 채

저스님 염불소리 혼자서 듣고있나

대장장이 망치질로 쇠붙이 녹이듯이

새벽 목탁으로 누구마음 달래려고

구부린 등줄기엔 진주조개 사리스님

수십년 겨울마다 무릅 꿀어 차게하고

겨울잠 깨어나서 무릎 펴서 식게하고

사리 몇개 주우려고 이 새벽을 두드리나

외로운 나그네마음 편히 쉬게 하려고

찬이슬에 세수하고 무릎 꿇어 염불하나

* 1998년경 산 중턱에 자리한 자취방에서 새벽에 잠에서 깨어 건너편 산자락에서 들려오는 어느 스님의 독경소리를 듣고 불쑥 일어나 종이위에 급하게 적은 이야기를 아침 정신에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일들이 지나가면 추억이 되고 미래는 꿈이 되나 봅니다. 살아가면서 생각한 일들이 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되고 그것을 모아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운명 지어진 삶을 행복하게 살고 그 속에 쌓이고 모인 금싸라기 같은 추억을 모아 여기에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모아보니 더 큰 꿈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꿈을 꾸는 청년이 되어 여기에 적어 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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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