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대 입대하는 아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전경대 입대하는 아들 ▧

 

전경대 아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802전경대 만세!!!!!! 아들을 군대 보내면서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아내와 함께 아들을 데리고 논산육군훈련소에 갔을때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을 많이 보았고 그중에는 검은 안경속에서 혼자 눈물을 흘린 아내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걱정으로 살아왔습니다.

 

 

옛날 선비이거나 효자이면 부모님 상을 3년간 치르는데 묘막을 짓고 눌러 살았다고 하지요. 수염도 그냥 기르고 옷도 남루하고. 마치 아들 입대한 논산훈련소 옆에 텐트라도 칠 생각을 하는 것같은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멋진 군인이 되었는데 도대체 눈물을 흘릴 이유가 무었인지 따지듯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기 임신했다고 엄청 좋아했습니다. 아들 낳았다고 더 엄청 기뻐했습니다. 대한민국 병무청에서 현역입역대상자(갑종!!!)로 공증해주었고 그리하여 훈련소에 온것입니다.

 

도무지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대한민국 도시, 농촌, 어촌, 산촌에 아들 군대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아주아주 많다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아내는 그냥 손만 내저을 뿐입니다.

 

논산훈련을 마치고 영내 면회가 허락된 날은 엄청났습니다. 우선 준비한 음식의 양으로 치면 장정 5인분은 넘겠습니다. 보탤 말이 더 있습니다. 까스렌지와 압력밥솥을 가지고 갔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 잔디밭에 식당을 차렸습니다. 텐트를 쳐 뜨거운 태양을 막았습니다.

 

6주동안 야전에서 훈련받은 아들에게 3시간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풀리는 엄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요즘 논산 면회는 영외허락이 된다고 합니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부모님 마음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 아들은 전경대에 배속되었습니다. 논산면회가 끝나갈 무렵 핸드폰 메시지에 "귀댁의 아들은 행정안전부 전경대에 배속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와서 알았고 아들은 훈련 말미에 이런저런 분위기가 전경으로 갈 것 같다는 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20대초반의 감성은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802전경대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아들은 두번째 부대로 이동하였습니다. 자대 훈련을 마친후 또다시 면회통보가 왔습니다. 지난번 논산면회 때 준비한 것 중 까스렌지와 압력밥솥이 제외되었을 뿐 준비 품목은 같습니다.

 

하지만 영외면회 허가가 나자 갈비집으로 갔습니다. 갈비 구워 놓고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였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들이 소띠였으면 좋겠습니다. 밥과 반찬,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는 하마라면 더더욱 좋을 뻔했습니다.

 

802전경대는 산 중턱에 있습니다. 서울 우이동 근처, 우리령 인근인 것 같은데 자동차 네비도 금방 찾지 못하여 두어 번 유턴과 좌회전을 한 후에 도착하였습니다. 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건물이고 전후좌우 신록이 우거져서 건강에는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위 '기대마'라 불리는 전경버스 여러 대가 즐비하게 주차한 모습을 보면서 도심의 체루탄과 군중에 둘러싸인 전경대원의 철모, 방패, 구두발자국이 연상되어 가슴이 짠하였습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아들은 일경(=)이 되었고 후임도 들어오고 중대장님, 소대장님도 알면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저녁 식사후 걸려오는 아들 전화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것은 뭐!!!!! 아들하고 연애라도 하는 것인가요. 옛날 연애 시절에 그처럼 다정한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아들인데 말하고 끊은 것은 아내입니다. 이세상 군대에 아들 보낸 엄마들은 다 그렇다고 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힘인가 합니다.

 

802전경대 간부들은 모두 아들을 군대에 보낸 것 같습니다. 연세,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들을 통해 듣는 내용을 이리저리 분석해 보면 참 좋은 분들입니다. 그렇게 해서 전경대가 그 역할을 다 해 낼까 하는 걱정도 합니다.

 

하지만 2012년 이시대를 이끄는 리더쉽은 T형 리더쉽이라고 합니다. 지휘관이 솔선하고 선임이 앞장서는 전경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복귀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우려는 없습니다. 아내의 눈물도 없습니다. 외출은 신나게 나오고 복귀는 자신있게 들어가는 전경대원 모두가 좌우명으로 삼고있는 행동수칙입니다.

 

그리고 아들을 키우면서 작은 보람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월급을 받는데요 옛날 아빠의 초봉보다 많습니다. 저는 아들 나이때 절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답니다. 이제 아들 군대보낸 아빠와 엄마는 약간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확실한 것은 전화를 통해 듣는 아들의 목소리에서, 휴가나 외출 나온 아들의 모습에서 요즘 군대는 옛날과는 다르고, 그 다름이 다름 아닌 민주적 리더쉽과 합리적인 임무수행이라는 것입니다. 아들 군대 보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들은 과거 아들 군대와 손자의 군대를 혼돈하심이 확실합니다.

 

802전경대 중대장님, 소대장님. 우리 아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경대원의 아버지가 802전경대 간부 여러분께 드리는 인사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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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