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아빠의 편지 ▧

이제 아빠의 공직생활이 30년이 넘어서 엄마와 함께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 터키, 이집트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8박10일이라지만 실제는 10일이 넘을 수도 있겠구나. 다행인 것은 엄마와 아빠의 여행기간에 너희들의 제주도 여행일정이 잡혀 있다는 일이구나.

 

 

인생을 살면서 여행이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경험을 갖게하는 일인 듯 싶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이야기를 통해 아는 바 지혜가 늘기도 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 보고 느끼고 만지고 감탄하고 실망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발전적인 지혜를 깨닫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호텔, 관광지, 공항을 다니면서 보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새로운 문화를 느끼고 그런저런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들 냄새를 맡으면서 신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이지.

 

이처럼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여는 열쇠이기도 하지만 여행은 양보와 배려, 여유를 배우는 공부방이기도 한단다. 움직이면서 만나는 이들에게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는 기회가 되는 것이란다. 여행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이들 틈새에서 나를 발견하고 공동의 질서를 깨우치게 되는 삶의 현장이랄까.

 

더구나 외국여행은 더더욱 많은 것을 체험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신세를 지게 되겠지. 우선 언어의 장벽, 계절의 차이, 문화의 이질감 등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들고 하는 가운데 내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랄까.

 

그러면서 일상의 생활은 그 기간 이상 동안 포기하는 작은 손실도 있겠지. 이 손실은 더 큰 이익으로 보상내지 변상이 되기에 사람들은 개인 돈을 들여서도 여행을 가는 것이겠지.

 

현아와 현재야, 오랜만에 엄마와 아빠가 너희들 옆을 떠난다. 설령 전화연락이 되어도 3일 안에 달려 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는 것이다. 해서 몇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제 여행을 떠나니 엄마아빠가 아니라 부모님이라 해도 좋을 것 같구나. 부모가 항상 옆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겠구나. 더구나 너희 둘이 집을 지키며 학교를 다니고 제주도수학여행을 다녀와야 하겠구나.

 

솔직히 이번 기회에 너희 반 아이들 중 엄마가 없거나 아빠가 안게시거나 아님 아예 양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 가족 모두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누가 뭐래도 청소년기는 매일 성장하고 성숙하고 숙성되는 기간이지.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공유하는 큰 변화를 경험해 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로 양보하고 힘을 보태고 협력하는 가정, 패밀리의 중요성을 한껏 느껴보자꾸나.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힘찬 발거름으로 나서보자.

 

정말로 너희들을 믿고 마음 편안히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고자 한다. 제주도에 가서 많은 것 배우고 數學이 아닌 修學旅行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가 2008. 5. 26 오후에 쓴 편지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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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