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하나의 마침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말에 공직을 마치고 민간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길다 할 수 있는 39년 8개월의 경험중 주사에서 사무관에 승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사무관이 되어서 팀장, 동장, 계장, 담당으로 일하면서 느낀 바를 적어 책으로 엮어내면 후임 동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구상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전에 적어둔 몇 가지 글을 합하여 300쪽 정도의 소책자를 만들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료집에 금강산 다녀온 이야기, 백령도에서 국토 체험한 스토리, 백두산에서 역사를 만났던 감동을 합해 보았습니다. 쌍둥이 아이 낳고 3년동은 바쁘고 힘들고 기쁘게 키웠던 이야기를 글로 적으니 원고지 20매가 되었고 23세 청년의 무모한 도전으로 강원도 한계령을 걸어서 1박2일만에 넘어간 전체 3박4일 이야기를 써둔 바 있어 이를 함께 모아본 것입니다.

 

작은 조크는 모든 사무실 동료들에게 활력의 에너지가 된다는 생각으로 노트에 적고 늘 활용해 왔는데 이를 몇개 골라서 추가하였고, 오산시에서 시작된 청렴강의가 지방행정연수원, 양평군, 원주시를 거쳐 이곳 안산시의 추천을 받아 5월말에 간부회의에서 다시한번 강의를 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PPT로 정리하는 중에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공직을 마치니 다음 할일이 기다리고 그 일을 하면서 또 다음의 역할을 구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을 인생은 자꾸만 솟아오르는 샘물의 형상을 닮았고 끊임없이 불어오는 편서풍과도 같다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할일이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 바빠서 죽은 이는 없는데 가끔은 '바빠서 죽겠다'하고 '좋아 죽는다'고도 합니다만 기뻐하면 절대 죽지 않는다 합니다. 웃다가 쓰러지는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5개월동안 이리저리 정리를 해왔고 최근 수차례 돌려보기를 하면서 이른바 축조심의 하듯이 살피다 보니 같은 글, 자신이 적은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약간의 스트레스성 필이 왔더라는 말입니다. 주변에서 말하듯 재미있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으면 피곤하다는 말에 공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솔직히 짧은 머리에 어제밤 술김에 적은 글을 오늘 아침 취중에 보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는 수준입니다. 아마도 밤새 뇌세포가 줄어들어서 어제만큼의 상상력이나 골 깊은 표현력이 무디어진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어제 쓴 글에 대해 자화자찬, 스스로 대견해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자신의 과거 글이 잘못되었다며 아쉬워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분일 것입니다.

좀더 어려서, 지금 보다 젊은 나이에 쓴 글이 그만큼 서정적이고 정서깊은 내용일 것입니다. 솔직히 20대에 일기를 쓰면서 주변에서 보이는 글의 첫자를 쓰고 거기에 맞는 단어로 일기쓰기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름 표현력이 풍성하다는 자존심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글을 시작하려 해도 무슨 일로 지금 글을 쓰려하는가 조차 구성되지 않는 돌머리 강석인 것입니다.

 

그래서 원고지 7매를 쓰려면 여러날 고민하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원고를 채우기 어렵게 되자 한자를 추가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문장에서 3~4개 단어를 한자로 변환하면 8자정도, 문장 반절 정도를 벌고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한자를 병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글의 무게중심으로 삼고자 한자를 찾아내어 쓰는 것입니다.

 

결국 원고지로 계량하여 2,200매 정도의 이른바 문장 모으기를 마치고 마감하였습니다. 유식한 말로 평생어 처음 탈고를 하였습니다. 물론 2007년과 2012년 장기교육 교재를 넘기면서 탈고한 경험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강사님들의 말씀을 받아적은 자료집이고 이번의 것은 그간 간직해온 글편의 조각들을 모아서 공직 마감이라는 습기를 담아 반죽한 것이어서 탈고의 의미는 더 중하다 하겠습니다.

 

이제 비중있는 탈고를 마치고 그간의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다음 단계로 첨삭의 시간을 갖게될 것입니다. 신뢰가 가고 믿음이 깊은 어릴적 친구가 50년 함께한 우정의 샘물로 부족한 반죽에 습기를 첨가하고 빛나는 곤드래미를 만들어 옥쟁반에 담아줄 것입니다.

 

나에게 없는 총기가 그대에게는 풍성할 것이니 거친 재료에 적정한 습기와 아름다운 세월에서 빚어진 빛의 가루를 첨가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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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