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전화#백색전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멀지도 않은 1970년대에 가정용 전화기는 2가지 유형이 있었습니다. 청색전화와 백색전화가 그 것입니다. 청색전화는 회선(回線)이 부족하여 전화 가입이 어려웠던 시절에 사용권을 양도할 수 없도록 한 가입 전화로서 가입 원부가 청색으로 되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백색전화는 사용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한 가입 전화로서 가입 원부가 흰색으로 되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는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하여 그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의 표지가 백식이고 민간의 보고서는 청색인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전화국에서 우연히 팔지 못하는 전화기 원부는 청색으로, 팔 수 있는 전화기 원부는 백색으로 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백색은 아니어도 청색전화가 청약되면 일단 집 거실에 검정색 전화기를 사놓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먼지를 닦았습니다. 친구들이라도 오면 전화기 자랑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전화기는 벨이 울리지 않습니다.

 

아직 전화국에서 회선 연결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전화기를 사오고 설치한 후 3개월은 더 기다리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전화번호가 나온 것만으로도 축제분위기 입니다.

 

골목길을 나가서 공중전화 박스 뒷줄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아는 사람 모두에게 전화를 합니다. “우리 집 전화번호가 수원-4567인데 3개월 뒤에 개통될 것이니 그때부터는 이 번호로 전화를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급하게 연필과 종이를 준비하여 번호를 적어 둡니다. 1974년에 수원시내 사시는 이모님댁 전화번호는 5-0379였습니다. 이후에 25-0379였다가 지금은 2*2-0379입니다. 하지만 가정집 전화번호는 더 이상 늘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전선이 따로 없는 무선전화기 시대이고 스마트폰시대이니 말입니다. 집에 두었던 전화기를 주머니에, 가방에,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길을 지나다가 주민등록증만 보여주면 곧바로 전화기를 받아 개통하고 집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통화할 수 있고 그 전화번호를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기록된 번호를 저장해 두면 됩니다.

 

전화요금도 공중전화기에 5원짜리 동전, 나중에 20원,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돈이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던 추억도 사라졌습니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핸드폰을 통화합니다. 비를 피하면서 전화를 하는 장소가 공중전화 부스입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전화기가 나왔습니다. 살짝 배부른 전화기 디자인도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성 벨트형 전화기를 제안합니다.

 

전화기 부품을 엿가락처럼 길게 늘려 가죽 벨트 속에 장착하고 이를 양복바지와 함께 허리에 두르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등산하면 될 것입니다. 전화가 오면 허리를 죄어줄 것이고 불루트스로 통화하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불편을 덜어 주어야 합니다. 회의 중에 벨이 울리는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아예 전화기를 사무실에 두고 회의에 참석하여도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핸드폰 곧바로 받지 않은 것이 무슨 죄라도 지은 듯 생각하는 세대들의 잘못된 생각을 하루빨리 개선하여야 합니다. 3개월 후에나 개통되는 전화번호 나왔다고 자랑하던 그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참고로, 정부보고서는 백서라 하고 민간의 보고서는 청서라 하는데 이는 영국정부의 보고서 표지가 백색인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민간의 자료의 표지는 청색을 선호한듯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아시는 분의 댓글도 부탁드립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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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