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으로 올린 두부 한 모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94년경 우리 집 쌍둥이 남매가 4살이던 시절에 주공아파트 4층에 살았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아내는 외출하였고 아이들과 셋이 있는 상황에서 "딸랑딸랑" 鐘(종)을 흔드시는 두부장수가 오시면 두부 한 모를 사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두고 밖에 나갔다 오기에는 아이들이 걱정되고, 또는 엄마 아빠 아무도 없으면 아이들이 놀랄 수 있으므로 작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일단 두부장수 딸랑이가 들리면 베란다로 나가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사장님! 여기 두부 한 모 주세요. 사장님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두부 한모 달라는 외침소리만 들립니다.

 

여기요 4층입니다. 사장님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웬 남자가 베란다에서 두부 한 모를 주문합니다. 턱을 올리고 고개를 들어 4층을 바라보시는 그 두부 장사 아줌마의 표정이 참으로 애매합니다. 두부 한모를 4층까지 배달을 해야하나 어찌해야 하나 하는 표정이 확실합니다.

 

이때 들고 있던 바구니를 휙하고 던집니다. 사전에 줄 길이를 4층에서 바닥에 닿을락 말락하게 재둔 것이므로 빨래집게에 1천원을 물린 채 바구니가 1층으로 내러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부장수 사장님은 두부한모를 담아주고 400원 거스름돈을 바구니에 넣고 1천원을 받으십니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기라는 신호입니다.

 

줄줄줄 바구니를 당겨올리면 따끈한 수제두부 한모를 받아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하다고 하면서 말렸지만 몇번 시도하는 것을 보더니 나중에는 자신도 딸랑소리가 들리면 1천원을 바구니에 넣어서 두부를 사올렸다고 합니다. 작은 아이디어가 전파된 것입니다.

 

요즘들어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더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입구에 보안문이 있어서 자신의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열리고 걸어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됩니다. 이때 보안문 앞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설치해 준다면 주민들이 참으로 행복해 할 것입니다. 몇초라도 빨리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몇분과 의논하였더니 신설 엘리베이터는 별도의 탑승자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1층에 내려와 대기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아이디어를 잘 적용하는 지혜가 멋지게 보입니다. 구형 엘리베이터의 경우 자신의 집에서 하차하면서 1층버튼을 눌러주는것도 멋진 에티켓이 될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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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