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창문#컴퓨터#윈도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새마을운동 시절의 시골집 전원주택 이야기입니다. 농촌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 소득이 높아진 부부가 살던 집은 철거하고 밭 가운데에 전원 양옥주택을 지었습니다.

자기 밭 산기슭에 자리한 전원주택은 빨강 벽돌에 보라색 담장으로 멋지게 꾸몄습니다. 아내는 집을 완성하자 자랑을 하고 싶어 서울 사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서 새 집이 완성되었으니 한번 놀러오라 말했습니다.

서울 친척은 옛날 집을 알기에 버스를 타고 내려와 친척집으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집을 찾았지만 옛집은 사라지고 새로운 집이 밭 가운데 덩그라니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울타리를 찾아보았습니다. 집이라는 것이 울타리가 있게 마련이고 그 수수깡 벽을 따라가면 대문이라는 것을 만나게 되니 이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사실 서울 사시는 친척은 아침 출근길에 대문에 인사하고 나오고 저녁에 퇴근하여 집 앞에 도착하면 또 인사를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1970년대 서울집은 '보로꼬 울타리'위에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세워 도둑의 침입을 방지하는 요새였으며 큰 대문은 설치하는 날 한번 열고 며느리 장농 들어오는 날 두 번 열고 대형 냉장고 입고 되는 날 세 번 여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늘 상 작은 문을 하나 더 만들어 두었는데 이를 일명 '개구멍'이라 해서 가로 50cm, 세로 110cm정도로서 아침 저녁으로 허리를 구부리며 몸을 숙여 인사를 해야 드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 손님은 이른바 '개구멍'문은 아닐지라도 대짜 대문은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결국 울타리도 없고 대문도 없는 양옥집 전원주택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대문을 통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집 전화가 없었고 이장님 집에만 교환 전화기가 있을 뿐이므로 서울 손님은 어찌 연락할 방도도 없고 해서 집 주위를 서너 바퀴 빙빙 돌면서 대문을 찾아보다가 결국 집안에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그냥 올라서서 현관문을 열면 방으로 들어가도록 편리하게 집을 지었지만 서울의 철옹성 집에서 사시던 서울 손님은 대문을 거치지 않고 현관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시골 친척은 다음날 이장집에 가서 서울 친척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찌 어제 오신다더니 아니 오셨습니까?”

서울 친척이 대답합니다.

“아니, 집을 지으면 대문을 달아야 들어가지, 대문 없는 집을 어디로 들어간단 말이요?”

 

그래서 요즘 컴퓨터는 윈도우라 부릅니다. 대문을 거치지 말고 이사짐 나르듯이 창문을 통해 넘나들라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서울 친척집처럼 넓은 대문을 닫아두고 좁은 문으로 다니지 말고 아파트 동호수만 알면 곧바로 15층 아파트 아들 방 창문으로 직행하라는 뜻으로 윈도우라는 작명이 나온 듯 여겨집니다.

 

요즘에는 드론이라는 것이 나와서 잘잘한 배송품은 창문으로 날아와 문을 두드리고 드론에 설치된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요금을 받고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바르르 떨면서 사무실을 향해 간다고 합니다.

 

더 이상 대문이 필요하지 않은데 우리의 아파트 철문은 작아서 큰 냉장고는 역시 창문을 타고 들어오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옥상에 드론으로 내려서 창문으로 밧줄을 타고 어느새 자신의 방안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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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