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자가용차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4년이면 40년전입니다만, 당시에는 공직사회 계단위 인원이 7~8명 정도였고 거기에는 계장님, 차석, 삼석 3명 말석 등이 있어서 명확한 위계질서가 형성되어서 각각의 임무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장님 결재를 가려면 모든 부서 직원들은 차석의 사전 싸인을 받아야 합니다. 고무인으로 "차석"이라 새겨서 기안문 빈 자리에 스탬프를 찍어서 차석의 서명을 받은 후에야 계장님 결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초부터 각각의 집을 방문하는 행사가 열리곤 하였는데 연초에 계장님이 집으로 전직원 8명을 불러 식사를 하고 1달후에 차석이 하고 다음번은 누구라고 정해주었으므로 1년에 2번정도 계장님 차석님 삼석님 집을 갑니다. 결혼전 젊은 직원은 열심히 얻어먹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계장님 댁에 가면 차석이 사모님께 3만원 정도를 드리고 차석집에 가면 5만원, 젊은 집에 가면 상차리는데 돈이 많이 들었을 것이라면서 7만원 정도를 젊은 부인에게 전하였습니다.

 

그래서 상차림을 하신 각각의 사모님들은 일단 10만원 정도 들었다 하지만 냉장고에 식재료를 조금씩 남겨 다음날에 요리에 쓰게 되므로 거의 본전정도 챙기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상차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장님댁 아이들 나이 이름을 알고 차석 삼석집 어린아이가 얼마나 크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므로 초등학교시절 선생님이 가정방문하여 가정 실태를 파악하듯 함께 근무하는 계장 차석 삼석의 집안 상황을 대략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 전후하여 공직사회에도 자가용차가 생겨나고 그것이 본인의 출퇴근용이라기 보다는 아침에 중고생 아이들 등교에 쓰임이 더 큰 관계로 어쩌다가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공무원들이 소주한잔 하기를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대리운전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었고 또 대리비도 적잖은 금액이므로 다음 날 아침 아이들 등교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2000년대에 들어서니 공무원들의 '가정방문'이라는 전통은 사라지고 각각의 칸막이 책상에서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제서야 이른바 소통을 강조하면서 1990년대 공무원 가정방문 시대는 아니어도 같은 부서에서 서로 소통하고, 과 안에서 소통하고 국에서 통하도록 하는 등 전체 조직이 훨훨 소통하는 시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무원 마이카시대만 오지 않았다면 공무원의 전통적인 소통은 잘 이어왔을 것인데 미풍양속 소통의 방식은 사라지고 요즘에는 정말 구호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듯 보이니 안타까움이 자못 클뿐 아니라 정말로 옆 부서의 일은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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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