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전월세를 얻을 때 복덕방 할아버지 소개말씀 중에 이 방 50m 근처에 공중전화기가 있다는 말을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5원을 넣으면 3분 통화를 할 수 있는 공중전화는 동네 슈퍼 아줌마가 전화국에 각별히 부탁하여 얻어내는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 입니다. 담배판매점 허가 다음으로 중요한 편익시설인 셈이지요.

 

 

그리고 1985년경에 시외전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기가 설치되었는데 시민들은 그 전화로 시내전화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즉 100원 동전을 넣고 그냥 시내전화를 걸면 걸리는데 이 전화기는 반드시 0331(수원), 032(부천), 02(과천)를 누른 후 시외전화만 가능한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내전화를 거는 붉은색 전화기 앞에는 7-8명이 줄을 서는데 시외전화기 회색전화 앞에는 줄선 이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용기있는 청년이 시외전화기에 100원을 넣고 시내전화를 통화하는데 성공하였고 남은 80원은 재 발신을 눌러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쎈스와 에티켓이 생겨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 시내전화기 7-8명을 뒷줄에 세워놓고 3~4통화를 연속으로 길게 이어가는 에티켓 제로의 어떤 시민이 있었으니 뒷줄에서는 궁시렁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고 이후부터 예의바른 젊은이들은 2통화 정도 걸고 나서 자연스럽게 줄서기 끝자리에서 10여분을 기다려 다시 통화를 하였던 것입니다.

 

기다리는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통화내용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가정사이든 업무 이야기든 참아줄 만한 내용이면 기다리는데 속상함이 적었을 것인데,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밥 먹었니, 옷을 삿는데 색이 맘에 안들고 디자인이 어떠하고 옷이 끼느니 크다느니 하는 신변잡기로 이어지면 서서히 울화가 치미는 것입니다.

 

결국 마음 급한 청년이 우리 급한 통화 한 후에 개인적인 투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 아닌 강압 건의를 하게 되고 이 손님은 쌩뚱 맞다는 표정으로 전화 잔액을 그냥 툭 끊어 버리고 쌩하고 돌아서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시내를 걷다가 공중전화를 만나는 것은 우표 수집가가 새로운 우표를 만난 듯, 골동품 애호가가 기다리는 명품을 만난 듯 반가워하는 일이 되었고 공중전화 부스는 비 오는날 비를 피해 들어가서 핸드폰 통화하는 비 가림 시설이 되고야 말았다는 것입니다.

 

핸드폰 3번 울린 후 받아도 왜 전화를 늦게 받느냐 투정을 부리는 시대의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나고야 말았습니다. 즉 7-8명의 통화내용을 다 듣고 정작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줄에 서있었는지 조차 망각할 정도의 기다림의 벽돌집 같았던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핸드폰 늦게 받는다 투정부리지 말고 부재중 전화를 보고 깜짝 놀랄 일도 아닌 것입니다.

 

우리의 핸드폰이 내가 필요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인 것이지 누군가가 아무 때나 걸어 제끼는 전화를 늘 숨넘어갈 정도로 바쁘게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회의장에 전화기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요 행사 중에 받을 일도 없으며 더구나 운전 중에는 아예 무음으로 해서 신호등이 길어질 때 간간히 확인해 보는 정도로 숨가쁜 우리의 일상을 여유롭게 다시 돌이켜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고 전화해서 받지 않거든 자신은 누구이고 무슨 용건을 전화를 하였다고 문자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문자 아껴서 큰돈 되는 것 아닌 줄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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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