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바느질을 하면서 중요한 마무리는 마지막에 매듭을 잘 짓는 일입니다. 여러 번 매듭을 지은 후 남은 실은 가위로 잘라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매듭을 짓고 남아있는 그 천이나 옷감만을 보게 됩니다. 옷이나 기타 다른 제품으로 완성되어 그 자리에 남아있는 실만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즉, 그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제품에 쓰여진 실보다 더 길고 많은 양의 잘려나간 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생활에서 이룩한 일의 결과속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큰 역할을 해낸 많이 과정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옷감에 남아있는 실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매듭을 짓는 작업에 참여한 후 잘려나간 천조각, 실의 마무리 부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모든 일들이 결과만 중시하는데서 발생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큰 며느리가 시골집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365일 힘겹게 모시며 살고 있는데, 도시에 사는 둘째 셋째 며느리가 명절에 옷 한벌 사오고 평생을 잘하는 며느리로 평가받는 경우와 유사합니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에는 수많은 근로자의 땀이 함께 한 것입니다.

 

저 빌딩을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설계하고 추진하였지만 건물을 지은 사람은 수많은 근로자임을 알아야 합니다. 철근을 올리고 거푸집을 세우고 골조를 조립한 근로자, 벽돌을 하나하나 올리고 쌓아 올린 조적공, 페인트 작업자를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물론 월급, 임금, 공사비를 지출하였으니 내가 지었다 하겠지요. 이는 마치 지자체장이 자신 재임중에 시민회관이 지어진 것이지 단체장 개인이 그 건물을 직접 지은 것은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마치 자신의 집돈을 가져다 지어 준 듯이 자랑을 하시는 경우가 있어 드리는 말씀 입니다.

노트북 케이스에 바느질을 하면서 웬 쌩뚱맞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느질을 마치고 남은 실을 끊어 내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말이 나왔습니다. 사실 운동화끈도 매고 나면 리본이 너털거립니다만 그 너털거리는 부분이 없다면 운동화 끈은 매어지지 않습니다.

 

지어진 건물만 보이고 건물 건축시 거푸집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바느질에서 잘라낸 실의 희생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 고층건물은 거푸집 보다는 타워크레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전중후가 있고 보이지 않는 기여자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잘해서 잘된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성공한 것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협동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느질 작업속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언론인들은 기사 행간의 의미를 이해해 달라는 말을 합니다. 이 기사가 나가기까지의 고민과 이정도 수위의 표현에 대한 고통, 고충을 독자나 기사 당사자들이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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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