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가슴의 검은 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흑인 마을 청년들이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길에 물살이 빠른 여울목을 건너야 하는데 이때 강둑에 던져진 검은 돌을 하나씩 안고 갑니다.

선교사들이 궁금하여 그 이유를 확인한바 청년들이 돌을 안고 가는 이유는 체중을 늘려서 물살을 이겨내기 위함입니다. 청년들이 물살을 견디기 위해서는 체중을 늘려야 하는데 마침 주변에 둥근 돌이 많이 있어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청년들이 가슴에 안고 가는 돌은 그 사람의 체중에 반비례합니다. 즉, 체중이 가벼운 청년은 무거운 돌을 들어야 하고 체중이 좀 나가는 경우에는 가벼운 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교사들이 살펴본 결과 자신의 체중이 50kg나가는 청년은 30kg 정도 나가는 돌을 선택하고 60kg의 체중이라면 20kg의 돌을 가슴에 안고 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과 돌의 무게를 합해서 대략 80kg의 무게를 확보하고 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무게의 기준은 지난 수 백년, 수 천년을 살아온 이들 부족사회의 경험칙일 것입니다. 그동안 장마에 떠내려간 아이들, 물살에 넘어져 다친 이들이 아주 많았을 것이므로 그때마다 물살을 적정하게 견뎌내는 돌의 무게와 물살을 이겨내는 방법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경험적인 지식을 축적해 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마을 도서관 한동이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를 한명 키우는데는 온동네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도 역시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이라 봅니다.

난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아야 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난이 말라죽을 것이라는 예견을 하면 죽기전에 꽃을 피워서 종자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을 충분히 자주 주면 그냥 편온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흑인 청년들이 강을 건널 때 검은 돌을 안고 가는 모습에서 인생사에 누구나 걱정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불편한 부하직원을 모시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려운 일을 서로 상호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힘든 상황을 아프리카 흑인 청년들이 강을 건널 때 가슴에 안고 가는 검은 돌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사를 만나서 당장은 힘들어도 6개월 정도 잘 버티면서 과거 다른 직원들보다 상사에게 가까이 다가선다면 주변에서는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직원을 열심히 일하는 사원으로 ‘업데이트’하면 훌륭한 상사, 멋진 조련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동화책에 보면 두 명의 혹 뿌리 영감님이 사십니다. 한분 영감님(갑)의 노래가 이 혹에서 나온다 하자 도깨비가 이를 떼어갔고 영감님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성형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찾아온 도깨비는 혹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또 다른 혹 뿌리 할아버지(을)의 다른 쪽 얼굴에 갑 할아버지로부터 떼어낸 혹을 붙이니 이를 일러 ‘혹 떼러 갔다가 혹하나 더 붙이고 왔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다소간 불편한 일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혹시 늙은 소의 몸에 응결된 牛黃(우황)이 죽을 뻔 한 사람을 살린다는 ‘우황청심환’의 원료가 되듯이 삶의 고통스런 일들이 오히려 그 생명을 지켜내는 원동력일 수 있다는 엉뚱한 발상을 해보는 것입니다.

흑인청년이 강을 건너면서 검은 돌이 무겁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하고 강물에 버리는 순간 청년의 몸은 강한 물살에 떠밀려 익사하고 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짓누르는 그 무었을 도려내거나 버린다고 해서 그 순간 모든 고통과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영감님의 혹을 스스로 무리하게 떼어내는 경우 그 상처로 인해 더 큰 아픔과 고통을 겪게 되거나 이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검은 돌을 안고 강을 건너는데 익숙한 흑인마을 청년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소나무가 태어난 자리에 불평하지 않고 몸을 구부리며 적응하는 것처럼, 여우가 죽을 때 고향하늘을 바라본다는 首丘初心(수구초심)의 심정으로 지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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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