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중국에 사는 어떤 이의 코가 거꾸로 자리하는 바람에 콧구멍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비가 오면 콧속으로 빗물이 들어갈까 걱정을 하였지만 정말 소나기가 왔지만 별로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게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을 미리 신경쓰는 경우를 보고 우리는 杞憂(기우)라 합니다. 이런 생각이 꿈속에서 나타나 생각을 혼란스럽게 정리하느라 애쓰는 중에 '불초소생'을 줄인 不肖(불초)라는 제호를 생각해 냈습니다.

 

 

不肖小生(불초소생)이란 대부분 부모님께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하는 어휘입니다. 부모님 전상서! 요즘 조석으로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 부모님 기체후일양만강하옵신지요. 불초소생 부모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뢰올 말씀은 다름이 아니옵고, 봄철 대학 개강을 맞이하여 등록금 통지서를 받았기에 편지를 드리는 것입니다.

 

향토장학금을 청구하는 편지에는 늘 불초소생이라는 말이 첨가됩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에 성하의 계절이니, 아지랭이가 올라오고 만물이 고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가내제절이 두루 평안하신가 안부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초소생에서 不肖를 따다가 "불초 행정사 사무실"이라는 간판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대략 5명 정도가 그룹 합동으로 사무실을 열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이 불초라는 제목을 받아들일까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에 공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주, 다음주에 걸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수원 문화재단 뒷편의 행정사는 "비움"입니다. 비운다는 말은 아마도 공직을 마무리하고 나온 행정사와 일반 행정사가 합동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양보하고 함께 나간다는 의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변호사 합동사무실의 최고봉이라 평하는 "김&장 변호사 합동사무소"처럼 행정사 사무실을 키우겠다는 포부도 들었습니다. 사실 변호사 사무실에 행정사, 중개사가 있고 중개사가 행정사를 겸하고 변호사가 행정사도 겸한다고 합니다.

 

미리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비가 와도 콧구멍에 몇방울이나 들어가겠습니까. 수영을 하다가 코로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입을 통해 물을 먹기도 하지만 기침 한번 하면 그만인 것을요. 그래서 세상만사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그냥 평온하게 모든 사안들을 받아들이기로 하겠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