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사탕 행정전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행정전화선이 부족하여 4개 면사무소를 행정전화선 1개에 연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행정전화 벨이 2번 울리면 甲면, 3번 울리면 乙면, 4번 울리면 丙면, 5번 울리면 戊면이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마구 울어대면 4개면 모두가 전화를 받아야 했다.

 

 

군청 담당자가 전언통신문을 보내려면 양손에 2개씩 4개의 전화기를 들고 내용을 불렀다. 16개 읍면을 동시에 연결해 알리는 것이다. 참! 傳言通信文(전언통신문)이란 긴급한 문서를 전화로 알려주고 송신자와 수신자를 적어 확인해 두는 일이었다.

해서 전언통신문을 부르다 보면 빠르게 적는 이가 있고 筆記(필기)가 느린 이도 있게 마련인데 하도 답답하여 먼저 적은 이가 잘못 듣고 헤매는 이를 위해 거들다가 군청직원에게 ‘어떤 oo이야. 조용히 해!’하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면사무소 일반전화는 자석식으로 우체국 교환을 통해 연결되었다. 서울에 전화하려면 전화기의 손잡이를 돌린 후 수화기를 들면 교환수가이 나오고 서울 번호를 대고 잠시 기다리면 연결해 주었다. 전화주문이 밀리면 20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요즘의 전화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행정전화가 1대씩 공무원 개인에게 주어지고 이 전화기로 행정전화는 물론 일반전화, 국제전화도 불편 없이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핸드폰이라는 것이 있어서 언제 어디에서나 연결된다.

 

반대로 이 문명의 편리함이 사람들을 기계화한다. 화장실에서 울리는 전화기, 회의 중에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가 전화를 받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피곤하고 힘들고 안쓰럽다.

그래서 전화 통화 신청을 하고 20분을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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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