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큰돈과 커다란 돈 작은 돈 적은 돈 

과거의 우리나라 지폐는 그 액면가에 따라 크기가 달랐습니다. 1원짜리 종이돈을 기억하고 5원짜리 지전, 10원짜리 지폐가 있었습니다.

 

 

어려서 종이돈을 뭉텅이로 관리할 일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당시에 큰 가게나 은행에서는 여러 액면가의 종이돈을 놓고 추려서 세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때에는 지폐의 크기에 따라서 분류를 하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커다란 지폐가 많이 모이면 큰돈이 되고 적은 크기의 돈은 모아도 작은 금액의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초등학교 시절에 5,000원짜리 지폐를 처음 보았고 이후에 10,000원짜리가 나오더니 십수년전에 50,000원권이 발행되었습니다.

 

1,000원권 지폐에는 퇴계 이황 선생님이 나오는데 청색계통의 차가운 색상이고 5,000원에는 이율곡 선생님이 나오시는데 따스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10,000원권에는 세종대왕님이 차가운 색상으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세계 역사를 통털어 전무후무하게 아들과 어머니가 화폐에 등장하십니다. 율곡선생의 어머니 신사님당은 50,000원권에 따스한 색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언론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100,000원짜리 지폐의 발행에 대해 찬반 논란을 펼치면서, 발행한다면 김구 선생님이 나오시는 차가운 쪽 파랑색으로 화폐도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폐의 크기와 액면가, 색상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큰돈 500만원을 책을 출간할때에 한 번에 송금하였으므로 돈의 가치는 망각하였고 출판사에서 받은 책 500권을 지인에게 나눴습니다. 권당 15,000원이 넘을 것인데도 돈에 대한 느낌없이 출간을 자랑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나눴습니다.

 

출간을 자랑하면서 모임에 나갈 때 인원수에 맞춰서 서명을 하여 가방에 담아 가져갔습니다. 이후에 편집을 해서 보내면 출간을 해주는 부크크에서 책을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출간은 하였지만 발간은 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책이 나왔다지만 서점에서 구매를 해야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출간을 승인했다는 메일이 오면 다음날에 5권, 10권을 구매합니다.

 

권당 15,000원이니 10권이면 15만원입니다. 책이 배송되어 집에 오면 아내, 아이들에게 서명하여 한 권씩 증정합니다. 자자손손 이어가라는 의미를 담아 전하지만 받는 가족들은 크게 감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을 주는 것보다는 케익 한 개를 사오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 생각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래도 말입니다. 남편이, 아버지가 책을 쓰고 출간을 하였으니 큰 의미를 담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앞부분은 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대부분 원앙새입니다. 신혼부부 방에 원앙새 목각인형이 있습니다. 평생을 함께하는 원앙의 부부애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다른 집 남편들이 책을 쓰는지, 그 책에 서명을 해서 아내에게 주는가는 잘 모르고 살다보니 책 한권을 받은 것에 큰 의미를 담지 않는 것이겠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책을 냈고 서명해서 주는데 큰 감흥이 없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도 아버지의 책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겠지요.

 

전에 아이들 친구가 놀러와서 수십권에 달하는 엄마의 육아일기를 보고 재미있게 읽었다 합니다.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에게 나의 육아일기는 어디에 있는가 물었답니다. 엄마는 급한 결에 전에 있었는데 이사하다가 분실했다고 둘러댔다 합니다.

어느 엄마나 다 육아일기를 30년째 쓰지 않습니다. 갓난아기 키우기 바쁘다는 나름의 핑계와 이유로 그날그날을 생존할 뿐 육아일기를 쓰면서 생활하지 않습니다.

 

생존이란 물날리통에 목숨을 부지한 것이고 생활이라는 이야기는 아침에 일어나 체조하고 물 마시고 양치하고 아침먹고 쉬다가 독서하고 음악 감상하고 점심준비하는 것입니다.

점심먹고 쉬다가 친구와 통화하고 다시 책을 읽고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한 후에 차 마시고 드라마 보고 잠옷 입고 침대에서 푹 자는 것을 하루의 생활이라 합니다.

 

하지만 장마 등 재난의 상황에서는 생존할 뿐 생활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아기를 키워도 그 모습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바쁠수록 그 속에서 감당해야 할 일에 대한 구상이 필요합니다.

급한 결에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목욕시키고 병원에 달려갔다 돌아오는 바쁘기만 한 육아를 하다 보면 생존 육아가 됩니다. 생활육아로 전환하는 방법은 한 두가지 하루일정을 빼면 됩니다.

 

혹시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급하게만 진행한 것은 어떤 부분일까 돌아보는 것입니다. 아기가 운다고 너무 급하게 응대한 것은 아닐까. 이일 저일을 급하게 동시에 진행하여 마음만 바쁜 것일지.

장기와 바둑은 선수보다 훈수자가 묘수를 잘 봅니다. 육아도 마찬가지로 옆에서 관망해보면 불필요한 절차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1권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 2권 ‘홍보이야기’를 출간하는데 큰 돈이 들어갔습니다. 쓰고 준비하는 기간도 길었습니다. 책이 나와서 500권이 사무실에 들어오니 사무실이 좁아졌던 기억도 납니다.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고 책을 나눠주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3권부터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필요한 만큼 주문을 해서 즉석에서 나눠주는 것입니다.

 

부크크 책은 한정본 개념으로 필요한 수량만 구매한 것이니 그 의미가 다릅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일괄 구매한 책은 쉽게 나가는데 인터넷으로 한정본 구매한 수량중에서 한 권을 주자니 돈 생각이 납니다.

아이고 돈이라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 책이 15,000원인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해서 전달할 분을 선정하게 됩니다.

그래서인가 출판계의 조크로 "책은 돈 주고 사서 보아야 하다"고 합니다. 무료로 그냥 주는 책은 읽지 않는다 합니다. 정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돈 주고 산 책도 읽기가 쉽지 않은데 무상으로 받은 책은 다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보관하면서 꾸준히 읽어야 합니다. 책은 그 사람의 정성과 진정성이 들어있습니다. 책을 통해서까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책속에 진리가 있다고도 합니다만 어렵게 탈고한 책속에 자신의 거짓말을 담는 작가는 없습니다.

진실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이야말로 우리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과도 같는 보배입니다. 누구의 책을 보아도 배움이 있고 마음의 울림이 공존합니다. 책은 늘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