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초이강석 세상만사 (7)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93] 목걸이 신분증 시대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경기장에서 각국의 선수와 임원들은 자랑스럽게 ID(identity card)카드를 체육관과 운동장, 숙소를 활보하는 참으로 부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공직 초기에 동그랑 디지인의 공무원 뱃지를 달라 했다.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서랍 속에 간직했다. 군청에 회의 가는 날에는 공무원 내부의 암행어사인 행정계 직원들이 검문을 받게 되므로 뱃지를 빌려서 달고 출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청사 내부에서, 또는 민원으로 출장갈 때 공무원임을 표시하기 위해 공무원증을 가슴에 달았다.

이제는 어느 회사에 다닌다고 자랑하기 보다는 신분증이 건물 출입가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매점을 이용할 때 목에 건 사원증과 신용카드로 간단히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한 전화기와 5~6개의 신용카드, 신분등으로 무장한 IT 戰士(전사)라 할 것이다.

 

식당, 약국, 커피점, 옷가게 등 거래처마다 쓰는 카드가 다르다. 스마트폰에서 QR코드를 열어 출입관리 직원의 폰에 마주치면 내 인적사항이 전송된다. QR은 'Quick Response', 빠른 응답의 약자이다. 1994년에 일본기업이 개발했다.

 

1980년대에는 보여주는 신분증이었다면, 이제는 내장된 정보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이 보강된 카드로 통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목에 건 줄을 타고 내려가면 출입증, 신분증, 신용카드 등 크기도 비슷한 전자장치를 장착한 IT(Information Technology)의 정보장치 덩어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 국민 대부분이 소지한 운전면허증도 신용카드처럼 IT장착을 검토해야 하겠다. 코로나19속에서 신분증, 스마트폰이 없으면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지 못한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우보 민태원(1894~1935)의 수필 청춘예찬에 나오는 말이다.

 

그가 오래전에 미래의 젊은이들이 IT로 무장한 강력한 전사가 될 것 임을 이 수필에서 예견하고 있는 것 같다.

 

 

[294] 400년만에 배달된 편지

 

1970년대 시골 마을에는 이틀에 한 번쯤 우체부가 지나갔다. 군대 오라는 영장, 군대간 아들의 안부편지를 배달했다. 편지봉투에는 세로쓰기로 ‘군사우편’이라는 청색 스탬프가 찍혀있었다.

 

옆집 할머니는 손수건에 곱게 싼 그 편지를 들고와서 읽어달라 했다. 낭낭하게 편지를 읽어드리면 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군대로 떠나간 아들이 그립고 군사훈련에 고생하는 자식이 서럽기 때문이다.

 

중고생들이 국내외 펜팔에 열중할 즈음이라서 편지 한통에 20원을 내고 우체부아저씨 가방에 넣었다. 대략 3~5일에 전해질 것이다. 당시 국제펜팔은 대략 보름이 걸렸다.

 

아예 항공우편이라 해서 우표와 ‘항공우편’이라 새겨진 봉투겸용 편지지를 팔았다. 주소를 쓴 후 종이를 뒤집어서 사연을 적고 가장자리를 풀로 붙였다.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트럭에 실려 외국의 어느 마을에 사는 펜팔 친구에게 전달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 400년만에 배달된 편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경북 안동시 정상동에서 1998년에 주인을 알 수 없는 묘를 이장하는 중에 시신의 가슴을 덮고 있는 한글편지가 나왔다.

 

434년전인 1586년에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다. 짧은 시간, 황망한 상황에서 쓴 편지인데 그 내용이 심금을 울린다. 귀한 종이에 끝까지 쓰고 세워서 적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거꾸로 편지를 이어갔다.

 

‘당신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중략>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제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저는 꿈에서 당신 볼 것을 믿고 있나이다. 몰래 와 보소서.’

 

아내가 남편에게 쓴 편지를 가슴위에 올려둔 것을 후대가 발견했다. 그 사연이 조선시대나 현대에서나 다름이 없다는 느낌이다. 핸드폰 늦게 받는다 짜증내고 문자에 답하지 않는다 화를 내는 요즘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나타났다.

 

 

[295] 기관장은 도착순, 과회식은 추첨으로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가면 서로서로 마주보며 머뭇거리게 된다. 자리를 잡는데 1분 이상이 소요된다. 내 자리가 어디쯤이면 적정할까 빠른 속도로 CD를 돌려 선곡을 하듯이 자리를 스캔하고 참석자를 분석한 후 자신의 서열을 4-5번쯤으로 정한 후 그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이 경우는 대단히 불합리한 좌석 배치다. 더구나 삼겹살을 먹는 경우 과장조에 들어간 2번 계장은 연신 고기를 굽고 가위로 잘라가며 후배들의 소주잔을 받고 다시 권하다 보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오늘 모임의 취지조차 모른 채 술에 취하고 만다.

 

과장과 주무계장 팀에 일부러 서무담당을 배치하는 것은 과거의 관행. 그러니 이른바 급별로 배치되는 경우 대화의 내용은 4그룹 4색이다.

 

각기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나중에 과장석에서는 대화의 소재가 바닥나고 뻘쭘한 분위기에 이모님을 불러 김치 달라, 물을 더 달라며 식당 사장님 입장에서는 돈 안 되는 주문만 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식당에는 姨母(이모)님만 게시고 姑母(고모)님은 한 분도 없다. 그래서 자리배치 추첨표를 만들었다.

 

오늘 참석자가 15명이라면 1번에서 12번까지 번호표를 만들어 테이블에 붙이고 다시 1번부터 12번까지 사다리타기 서식을 그린 후 입장하는 순서대로 본인이 좋아하는 번호에 이름을 적으라 한다. 80%이상 회식장에 도착하면 사다리를 타서 자리를 배정한다.

 

그러니 과장이 말석에 앉기도 하고 서무담당이 메인을 차지하기도 한다. 사다리타기로 정한 복불복의 자리이니 누구도 불만은 없다.

 

그리고 임의의 번호표에 비표가 더 있으니 번호표에 '사회자'라 적힌 이가 오늘 회식의 사회를 보고 '건배자'라 적힌 이가 첫 번 건배제의를 한다.

 

대한민국 모든 단체, 시도, 시군구 의전부서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공통 고민은 행사장 자리 배치다. 상공회의소장과 로타리 회장 중 어느 분 서열이 앞서는지는 정답이 없고, 두분을 포함하여 모든 참석자가 앞자리를 원한다.

 

시장, 국회의원, 의장, 도의원, 시의원의 순서배치도 정답이 없습니다. 억지 제안을 드린다.

식사 자리는 사다리타기, 행사장 기관장 자리는 도착순.

 

 

[296] 양념 총량제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을 위하여 설립한 UN의 전문기구인 WHO(World Health Organization)는 1일1인이 먹을 소금의 적정량은 8g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매일 11g을 먹는다고 밝혔다. WHO는 5g정도의 소금섭취를 권장한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위험이 크고 만성콩팥증, 골다공증, 위암, 비만 등에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 전문기자가 소금중독을 진단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①국이나 라면 등 국물음식의 국물을 다 먹는다. ②늘 음식에 소금이나 양념을 더 넣는다. ③젓갈이나 장류를 좋아한다. ④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 ⑤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다. 위 5가지 중에 3개이상에 해당하면 ‘소금중독’이라고 한다.

 

소금 이야기는 다양하다. 오줌을 싸는 아이에게 이웃집에 키를 쓰고 가서 소금을 받아오라 했다. 모르는 할머니에게 소금을 달라하면 큰 소리로 ‘아직도 오줌을 싸느냐?’야단을 친다. 할머니는 어떻게 오줌싸개인 것을 알았을까.

 

지구상에는 소금사막이 있다. 사해에는 염도가 높아서 수영을 하면 몸이 둥둥 뜬다. 차마고도 영상에는 황토소금이 나오는데 가축을 사육 쓰인다.

 

옛말에 소금 3가마니를 먹어야 그 사람을 속을 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금 3가마는 김장할 때 무와 배추를 절이거나 간장, 된장에 들어가는 소금 등 모든 음식 제조과정의 소금을 총칭하는 것으로 본다.

 

본래의 뜻은 사람의 속을 알기 위해서는 3년간의 접촉과 다양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1984년에 모셨던 계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90년 동안 운영해온 맛집에 갔다. 오래된 목제 겸상에 반찬 20가지와 된장찌개에 별도 주문한 굴비구이가 나왔다. 식사 중간에 누룽지가 나왔다.

맛있다. 반찬을 다 먹었다. 그런데 한식의 특징이 소금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채를 생식으로 먹는 서양의

 

식단이 떠올랐다. 이 반찬 중 몇 가지는 소금간이 없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비빔밥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반찬과 밥알을 융합시키는 소금간과 매콤한 고추장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