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호를 만드는 아이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71년이면 북에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목표로 침투하고 강원도 해안으로 수십 명이 들어와 온 나라가 술렁이던 시절이 한 3년 지난 후이다.

 

1968년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 사건으로 예비군이 창설되고 여기저기 목진지라 해서 참호, 벙커, 근무초소 등이 설치되었으니 이를 통칭하여 당시에는 예비군 보초막이라 불렀다.

 

그래서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4명은 예비군 아저씨들을 흉내 내게 되었다. 마침 학교에서 작업이 있어 키 만한 삽을 하나씩 들고 등교하였던 터라 하교시간에 누군가가 우리 모두 심심하니 참호를 하나 파자는 제안을 내놓았고 토론도 필요치 않았으니 신속히 작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주 넓은 방공호(防空壕)가 만들어졌다. 아이들 6-7명이 들어서서도 불편하지 않을 구덩이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한 걸음 더 나가 주변의 나무를 베어 덮고 그 위에 다시 흙과 풀을 덮어 소위 위장까지 하고나니 재미가 더더욱 나는 것이다. 해서 옆으로 문을 내고 지붕위에는 낙엽을 뿌리는 등 완벽하게 위장한 소위 '비트'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나가던 다른 학생들이 구경을 왔는데 친구중 한명을 놀려대자 이 학생이 우리가 작업해 설치한 비트의 나뭇가지를 불쑥 잡아당겨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사건은 거기서 종말이었다.

 

더 이상 재미가 없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저녁 6시 이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담임 선생님이 퇴근길에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신 것이다.

 

다음날 등교하였는데 담임 선생님이 자안1리 학생만 일어서라는 것이다. 마침 선생님은 자안1리 우리 동네에서 下宿(하숙)을 하시는 관계로 우리들의 등하교 동선과 선생님의 출퇴근 길이 같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제 예비군 놀이를 한 4명이 기립하였고 심문이 시작되었다.

 

자안1리 어디어디쯤에 설치된 예비군 보초서는 호를 파손한 것이 너희들일 것이라는 말씀이다. 누가 제보를 하였는지 신고를 하였는지 선생님께서 지나시다 보신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으나 우리에게 嫌疑(혐의)점을 두고 계신 것이 분명하였다.

 

이에 학생들이 말하기를 "선생님! 그것은 저희가 어제 장난으로 만들어 본 것인데 다른 학생이 부숴버린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이 땅을 파서 제 키가 들어갈 깊이의 작업을 할 수도 없고 시켜도 그리 못할 일일 것인데 40년 전 국민(초등)학생들은 어른과 별 차이 없이 땅을 파고 불을 피우고 화로불에 냄비를 얹어밥을 볶아 먹었으니 앞으로 대한민국 어린이 敎育(교육)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할지 함께 고민해 볼 일이다.

 

그리고 당시의 담임 선생님은 경기도 북부의 어느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후학을 육성하시다가 2010년에 퇴직하셨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동네 시골의 첫 부임지 학교에서의 2년간을 교직 평생의 가장 보람으로 생각하실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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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