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오대영#팔대영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우리 모두를 붉은 악마로 만들고 젊은이들을 광화문으로, 수원의 만석공원으로 집결시키고 두껍기로으뜸이라는 아파트 벽을 시원하게 뚫어준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도 우리의 가슴속에 가득하다.

국민적 성원에 보답한 ‘세계 4강 신화’는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영광의 뒤편에 남아있는 대표팀 선수와 감독 히딩크에게 쏟아졌던 비난의 기간도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히딩크 감독에게 ‘5:0’이라는 별호를 붙이며 우리의 조급함을 스스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월드컵 첫 승리를 이룩하자 누구랄 것도 없이 칭찬과 찬사가 이어지고 그동안의 부진을 붉은 악마의 월드컵 경기장 태극기처럼 덮어버렸다.

 

여기에 더하여 “태극 우리가 이겼다. 2-0으로 이겼다. 그렇게 목말라 하던 월드컵 본선 첫 승리, 그 소중한 꿈일 드디어 이뤄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90여분 사투가 끝난 뒤 땀에 젖은 모습으로 함께 그라운드에 뒤엉킨 태극 전사들의 자랑스러운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잘한 일에 칭찬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진하거나 잘못된 일에 대해 비난만 하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며칠 전 친선 축구경기에서 8:0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0:8로 졌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스포츠 축구경기에 직접 참가했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도 팀워크와 실력이 중요한 경기다. 그러나 골을 많이 넣은 선수나 못 넣은 선수 모두에게 똑같은 것은 ‘땀’이다.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에게는 승리했다는 기쁨이 있을 것이지만 그러나 패한 선수도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이 가슴속에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직이나 인물을 평가할 때 결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시험점수가 90점이면 잘한 것이고 60점이면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한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그 집단의 평균점수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도 그러하거니와 시대상황도 늘 변하게 마련이다. 얼마 전 타계하신 경제계 원로가 던진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한동안 인구에 회자된 때가 있었다.

 

일을 하다보면 시대상황이나 여건이 어려워서 결과나 성과가 부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늘 같은 잣대에 맞춰놓고 너는 잘하고 나는 못 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어느 조직이나 자신이 정한 기준과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했느냐를 자평하게 될 경우에는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에서도 세입부서는 축소지향적이고 세출부서는 확대 지향적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 양측의 주장은 거의 합치된다. 예산편성은 늘 세입과 세출의 금액이 같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가정이나 기업, 단체에서도 비슷한 케이스로 이해될 것이다.

 

이날 우리는 8:0 이상의 점수가 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경기가 끝난 후 양팀은 ‘평준화 혼합팀’을 재편해서 경기를 가졌고 4:3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모두가 땀 흘린 뒤의 뿌듯함을 함께 느꼈고 가슴속에는 친목과 화합의 메시지를 간직했다. 우리의 목표는 승패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단합과 체력증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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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