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세월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마도 인간의 삶의 이전이나 이후에 있어서 세월과 시간이 존재할까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단군할아버지의 4,200년전 시간이나 2000년에 영면하신 분의 시간이나 앞으로 영구히 함께 흘러갈 것이지만 그 내용이 바뀌거나 변화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진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의 존재가 역사속에 회자된다 해도 그분의 시간도 멈춘 것이고 흑수저로 태어나 필부필녀로 살다가 80세 언저리에서 삶은 마감한 분의 시간도 그렇게 마쳐진 날부터는 정지한채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행운스러운 분의 경우 30년 정도 후손들이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지만 이 또한 이승의 삶의 시간이 마감되고 나면 저승에서는 누구에게나 시간은 생을 떠난 날부터 멈춰지고 모래처럼 무궁무진한 세상속으로 나갈 것이다.

 

말 없는 모래는 春夏秋冬(춘하추동)을 함께 지내고 더위와 추위를 만나도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그렇게 흘러서 우주를 정복하고 IT가 발전해서 죽은 세포속의 과거를 둘추어낸다 해도 모래알이 된 그 육체의 잔가루는 그렇게 사막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 되돌아오지 못하는 생명체의 추억인 것이다.

 

하지만 혹시 함께 출발한 정자와 난자를 80년만에 다시 만나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자. 그렇게 떠나간 정자와 난자가 다시 만나서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는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쳐서 다시 이시각에 이른 바인가 생각해 본다.

 

그 옆의 난자는 최종 결선에서 0.0000001초의 차이로 경쟁에서 탈락하여 그냥 한 점 난자로만 존재하다가 화석이 되어 이 모래의 사막에 던져진 바 오늘 비바람이 몰고온 바로 옆 난자의 생노병사 이야기를 듣는 것을 행운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정해 보자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주에 존재하는 것들, 지구상에 남아있는 것들이 크든 작든 그 존재라하고 하는 것에 대해 인정할 수 있다면 하나의 정자로 남든, 인간으로 태어나 그 시신이 화장되거나 매장되거나 해서 지구상의 분자로 다시 돌아왔을 때 처음 각각의 난자로 출발한 300,000,000개의 세포들이 흐트러졌다가 모두 같은 모래의 사막에 돌아온다는 스토리를 전개해도 인간의 두뇌속에서 이를 인지하고 분석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분석해 보자는 것이다.

 

아마도 상상의 세계에서는 글로, 생각으로는 가능해 보이겠지만 실제로 분자가 이합집산하는 모래밭에서 정자가 흐트러졌다가 다시 만나고 7개의 난자 중 1개만 사람이 되었다가 80년후에 그 7난자가 회합함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다.

 

결국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과연 우주공간의 차원에서 보면 작은 존재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구가 존재해야 우주가 있고 태양계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또한 우리의 존재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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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