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전주 가족여행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담양과 전주에서 가족과 함께(여름휴가 1박2일)

o... 도시락 들고 출발

휴가 출발은 역주행이 좋다고 했다. 차량이 적은 시간에 출발하는 것이고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지역을 가는 것이다. 계절을 바꾸어 가는 것도 방법이겠는데 이번 여행은 오전 11시에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하였으므로 이틀간의 여행준비도 한결 수월하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과일과 음류수를 챙겨서 차 트렁크를 오랜만에 풍족히 채운 후 차는 천천히 고속도로를 향한다. 여행을 위해 IC를 들어서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가족이 함께 같은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는 일이야 말로 새로운 패밀리의 의미를 찾아보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서로 개인 일정으로 아침 먹는 시간도 다르고 저녁도 각자 먹고 들어오는 요즘의 세상살이 속에서 좁은 차량 안에 한가족이 타고 같은 속도로 달리는 여행이야말로 현대인에게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o...우주에 떠나는 여행

그런데 우리가 역주행, 시류를 거스리는 역린처럼 출발하는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날씨가 우리 편이 아니다. 20분간격으로 소나기가 내리는데 그냥 지나가는 비가 아니고 요즘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뜨거운 만큼 수증기를 과하게 빨아드린 구름이 간신히 만삭의 배를 부둥켜 안고 가다가 덜커덩 출산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의 비는 그냥 물폭탄이 터지는 모습이다.

운전을 하기가 겁날 정도다. 앞 차량 모두 비상등을 켜대며 폭우속을 지나간다. 하지만 자연이란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한 5분이 지나면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마치 세차장 터널을 지나온 듯이 개운하다. 고속도로 바닥도 자잘거리며 말라가더니 이내 평상의 깔끔한 길로 탄생하고 110km 정상속도를 낸다.

논산-천안간 고속도로 중간에서 준비한 점심상을 펼쳤다. 콩쌀밥에 불고기에 전, 그리고 김치와 깍두기, 과일등으로 이어지는 오찬이 진행되었다. 휴게소 사장님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잠시 놀고있는 4각정자의 그늘을 빌렸다. 그래도 음료수와 빙과류는 사먹었다. 그리고 지난 수십년간 고속도로를 다니면서 휴게소에서 돈을 많이 소비했다.

더구나 지금까지 휴게소 사장님이 망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였으므로 우리가 오늘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아도 휴게소의 정상운영, 흑자경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 정말로 걱정없는 휴게소임이 확실하다. 어느 곳도 수월하게 주차를 허락하지 않으며 화장실조차 줄을 서야 하니 말이다.

 

o... 담양 죽녹원

대략 250km정도다. 담양에 도착하였다. 지난 겨울에 강호동의 1박2일을 촬영한 곳이다. 가장 재밋는 장면으로 작은 연못안에 우유와 빵을 매달아 놓았는데 이를 꺼내다가 물에 빠진 이승기의 허우적거리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그냥 작은 연못안에 더 작은 흙무덤이 있고 거기에 잘잘한 나무 50여그루가 커가는 곳이다.

카메라 예술이 그처럼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요즘 TV에서 예능이라고 해서 연예인들이 장르를 초월해서 이러저리 동분서주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촬영해서는 좋은 내용, 재미있는 부분을 따내서 편집기술을 발휘하면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촬영 중간중간에 PD와 작가들이 무수히 많은 코치와 조언과 재촬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애드리브라고 표현되는 순간의 재치있는 대화들이 온 국민에게 회자되기도 하니 말이다.

죽녹원은 온통 대나무 밀림이다. 뻬곡한 대나무의 하늘을 향한 정성이 작은 산 중턱을 대나무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형상이다. 10,000평은 되어보이는 산에 평당 100개 이상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으니 100만그루 이상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관광공사> 담양군에서 조성한 담양읍 향교리의 죽림욕장 죽녹원은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고 있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있던 몸을 풀고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바람이 일상에 지쳐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또한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빽빽히 들어서있는 대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다. 죽림욕을 즐기고 난 후 죽로차 한 잔으로 마음의 여유까지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몇 그루의 대나무가 바람을 맞이하여 하늘하늘 고개를 흔들고 있는지는 다음에 세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이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고 특히 1박2일 촬영이후 더 많은이들이 오는 것 같다. 오가는 길에 사람숫자가 대나무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에 보면 이 세상의 낙엽은 사람보다 많은가 보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언만, 낙엽은 어느덧 날으고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보다. 30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치 않다. [출처]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사실 담양군민이 모두 모여서 이곳 죽녹원 대나무를 한그루씩 잡고 있으라 한다면 입구에서 한 100m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저 오른쪽 위쪽 대나무를 모두 잡으려면 광주광역시 시민 대부분이 휴가를 내고 이곳 죽녹원으로 와야 하는데 차량주차는 어찌하며 점심은 어찌먹고 화장실은 도대체 몇 개를 세워야 할 것인가.

숨이 차오르는 더위 말복이지만 죽녹원 대나무 숲속은 마치 찜질방처럼 응근히 땀을 흘리게 한다. 마치 약초방이나 습식 싸우나 방에 들어온 듯 불편하지 않은 감촉의 땀이 턱과 어깨를 타고 흐른다.

적절한 높낮이의 오솔길도 대나무향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사진을 찍는 젊은 남녀에게 잠시 시간을 빌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차 생겨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갈 법도 한 분위기다.

대나무향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효험이 있나보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죽녹원 건너편 하천 뚝에는 지붕없는 4각 마루가 여러개 준비되어 있는데 흰옷을 입으신 노인들이 둘러앉아 고스톱을 하시니 노인정책이 조금더 적극적이여야 한다는 지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o... 가로수길

메타세콰이어길을 갔다. <검색> 담양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이다. 2002년 산림청과 유한킴벌리, 2006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거대한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터널의 백미이다.

오래전 심어 울창하게 자란 가로수로 자리잡은 나무들의 열병식이 참으로 풍성하고 여유롭다. 걷고싶은 길이지만 차량으로 건너보고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o... 전주에서 1박

다시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전주다. 어둠속 전주는 과거 역사를 보면 수도로서의 기능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냥 평범한 도시로 보인다. 그래도 구청이 있는 큰 도시고 도청소재지다.

하지만 인프라가 약한 것인지 숙소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무작정 여행인 것도 우리측 잘못이겠으나 금요일 저녁에 들어선 전주시에 숙소간판이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더구나 아내는 찜질방으로 가겠다 하고 경비절약도 중요하지만 안락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로 가자는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한옥찜질방과 모텔앞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을 열고 3바퀴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발견한 숙소다.

결국 모텔을 저렴하게 깎아서 계약하고 이런저런 짐을 챙겨들고 1박 자리를 잡았다. 긴 여행 끝에 도착한 숙소여서 더더욱 편안함을 준다. 물도 펑펑 잘 나와서 샤워도 시원스레 마치고 에어콘 팡팡 나오는 방에서 잠을 청한다.

 

o... 경기전

아침일찍 일어나 혼자서 경기전을 찾았다.

<검색>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곳이다. 태종은 1410년 전주·경주·평양에 태조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모시고 어용전이라 하였다. 그 후 태종 12년(1412)에 태조 진전이라 부르다가 세종 24년(1442)에 와서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흥전으로 달리 이름을 지었다.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6년(1614)에 다시 고쳐 지었다. 건물의 구성은 본전·헌·익랑 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내삼문과 외삼문으로 둘렀다.

이처럼 넓은 터에 나무로 지어진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잘 보존된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다만 후대 왕들의 그림이 좀 허술하게 관리되는 점이 안타깝다.

 

o... 정동성당

경기전 옆에는 1800년대 말에 세워진 정동성당을 만난 것은 여행지에서 가끔 얻는 보너스였다.

<검색>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전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신해박해 때에 처형당한 풍남문(豊南門)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건립된 것이라고 한다. 처형지인 풍남문 성벽을 헐어 낸 돌로 성당 주춧돌을 세워 지난 1914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천주교의 요람.

경기전 건물과 어루러진 성당을 보면서 여러컷 사진을 찍었다. 동서양의 만남일 수도 있고 역사를 간직한 두 건물이 나란히 자리잡은 모습이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였다.

 

o... 덕진공원

<검색> 전주는 마한시대 이래 호남지방에서 규모가 큰 고을로 그 이름은 마한의 원산성에서 유래했다. 40여년간 후백제의 수도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이성계의 선조가 살았던 고향이라는 이유로 완산유수부로 개칭되기도 했다.

전주에서 볼거리로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덕진공원에서 피는 연꽃이다.

그만큼 덕진공원 연못은 전주의 명물이다. 전주 IC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팔달로변에 위치한 덕진공원은 고려시대에 형성된 자연호수가 78년 4월 시민공원결정고시에 의거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었고 취향정과 더불어 유서깊은 곳이다.

4만 5천평의 경내에는 남쪽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연못과 북쪽의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지른 현수교가 거닐면서 한없는 시정에 젖어볼 수 있다.

연꽃호수를 가로지르는 철교는 23년전 아내와 함께와서 사진을 찍은 추억이 서린 곳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온 보람찬 곳이었다. 호수를 한 걸음에 산책하고 새참으로 과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땀은 나지만 편안한 여정의 한 코스가 되었다.

 

o... 귀가

이제 짐은 반으로 줄었고 여행의 보람은 머리와 가슴속에 충만하다. 이솝은 출발 할 때 음식을 짊어지고 가므로 하루를 지내고 나면 짐의 무게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늘 무거운 짐을 지고 갔다고 한다. 처음 출발점에서 무거운 짐을 스스로 챙겨서 짊어지는 이솝을 바보라고 했던 동료들은 여행을 하면서 이솝의 슬기에 혀를 찻다고 하던가?

어제보다 짐은 가벼워진 것이 확실한데 디지털 카메라는 무게를 더하겠다. 산과 나무와 풀과 호수를 담았으니 말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죽녹원 대나무의 여유와 메타세콰이어길, 정동성당, 경기전, 덕진공원의 연을 담았더니 체중이 늘어난 듯 머리가 커진듯도 하다.

그리고 오늘부터 누구도 탓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 누구든 긍정적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기로 하였다. 직장이나 학교나 모임에서도 모두 모두에게 다 이유와 뜻이 있어 그리한 것이겠거니 하면서 긍정의 미학을 발휘하기로 하였다. 모든이를 존경하고 이해하는 여유로움을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다. <2010. 8. 7>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