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딸에게 보낸 편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자랑스러운 딸에게!!! ▧

 

12월이 반으로 줄어가는 연말이구나. 대학생 2학년의 황금기도 지나고 이제 3, 4학년을 향해가는 캠퍼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더 영글어가는 계절이라 해도 좋을 것 같구나.

 

 

이 곳 동두천은 소요산의 단풍이 계절의 변화를 이끌고 뽀얀 안개와 공장의 연기가 발전의 미래를 살며시 예견하게 하는구나. 쉼 없이 오가는 전철을 보면서 인구 500만의 수도권 북쪽에 위치한 우리 시 동두천의 발전을 가늠해 보는 바이다.

 

더구나 2012년은 그냥 현아에게 큰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아빠에게 있어서도 공직의 발전이 기대되는 바이고 동시에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모색해야 하는 타이밍이 될 것 같기도 하구나.

 

돌이켜 보면 네가 태어나 21년이 흘렀고 늘 초중생으로만 생각하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대학생이고 사회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캐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즈음 아빠도 나이가 50대 중반을 향해 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단다.

 

늘 30대, 40대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나이는 누구나 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개인별로 나이 먹는 느낌은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초등생들은 어서 커서 중고생이 되기를 바라고 고등학생은 성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서 영화도 맘대로 보고 홍대앞도 가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4학년이 되면 취업걱정과 함께 나이먹는 것이 걱정이 될 것이고 그후 사회인이 되면 벌써 나이 30세에 이르고 새로운 걱정은 끊임없이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지름길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하지만 나름 사려 깊게 생각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준비한다면 세월의 흐름속에 나 자신이 함께 흐름을 탈 수도 있다고 본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때로는 변화에 순응하면서 나의 길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역사이래 수 많은 선인들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갈등한 끝에 얻어낸 일종의 ‘화두’라 할 것인데 결국 선인들의 좋은 말씀을 가까이 있는 책에서 얻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되겠구나.

 

어느 강연에서 들으니 탈무드에 어느 왕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을 책으로 만들라 해서 수 십권의 전집을 만들었더니 그 왕께서 책 한 권으로 줄이라 하고 이어서 한 페이지로 축약하라 한 후 다시 1줄 문장으로 줄여라 하였단다. 그 한 줄의 문장에 함축된 세상을 잘사는 길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했단다.

 

정말로 공감되는바 이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친척으로부터 세배돈 1만원을 받았다면 그 부모님은 세배돈을 주신 친척에게 2~3만원이상의 돈을 지출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네가 어려서 돈을 아끼자는 엄마 말에 ‘수협에 가면 돈을 준다’고 했던 일이 있다. 엄마가 수협 통장에서 돈을 찾는 것을 보았으니 그리 말한 것인데 엄마 말이 ‘아빠가 월급을 타서 수협에 돈을 넣어 주었으므로 찾을 돈이 있다’고 답하였드란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말이 학문에서도 통용된다고 본다. 고민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학문의 경지가 높아진다고 본다. 캠퍼스에서 멋진 목도리와 옷자락을 날리면서 걸어다닌다고 학문의 격이 높아지지 않고 도서관 구석에서 땀을 흘리고 관절이 아프도록 책과 씨름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너무 무거운 편지를 쓴 것 같다만 이제 21세 대학생으로서 이 세상을 보는 눈의 크기와 각도가 많이 변했을 딸을 생각하면서 편지를 마치고자 한다. 2011. 12. 14 동두천 소요산에서 아빠가 보냄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