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두는 이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0대 어느 날에 무슨 일에 대해서는 시간대와 만난 사람, 그분들의 표정과 의상까지 기억하는 것 같이 소상합니다만 최근에는 어제 만난 분의 대화 내용 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기록물이 책으로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인류문명의 덕택으로 인터넷상에 수십년은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가족을 포함한 누군가가 이 내용들을 책으로 집대성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여기에 적어 둡니다.

 

 

건방진 말로 논어는 공자가 지은 책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책을 저술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젊은이들과 토론을 벌였던 철학자입니다.

세계적인 인물이 반드시 저서가 있는 것은 아니듯이 책은 필요하되 다른 분들이 이미 여러 권, 매년 수백만권 이상의 책을 제본해 내고 있으니 책 부족을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표현해 둘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두뇌가 혼자서 매일 오만가지(48,000가지)생각을 한다고 합니다만 그 내용을 모두 기록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중 한 두가지 화두를 잡아서 이처럼 글씨가 저장되는 공간에 담아 둔다면 이 또한 스스로 보람찬 일이요 혹시 지나가던 네티즌이 들어와 한 두분이 공감한다면 두 번째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배스트 셀러가 되지는 못하지만, 또 그리 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 세상에 함께 한 시대를 살았던 몇명이 공감한다면 작은 보람인 것이고 후대에 혹시 다른 곳에서 이 공간에 접속하여 글을 보고 "아하!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여기 또 한 분 있었구나!" 정도의 공감을 얻는다면 큰 기쁨일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하피첩에 보면 자손들이라도 이 글을 읽고 후대에 전하면 가문이 바로서고 나라가 제 길로 갈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이 있습니다. 강진 다산초당에 유배생활을 하시면서 자녀들에게 남기신 글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하피첩은 모두 4첩중 3첩이 전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글이 후대에 이어지기 위해서는 참으로 큰 노력이 필요하고 운명적인 지킴이 노력을 傾注(경주)해야 합니다.

 

가수가 음반을 낸다고 모두 히트하는 것은 아니고 책을 출간하는 날 서점에 북새통 신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과 판단과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말들을 차곡차곡 체계적으로 정돈 한 책 한 권을 내놓은 일도 보람스럽다 하겠습니다.

어쩌다가 생각이 많이 비슷한 분을 만나면 이 또한 반가운 일이고요. 그래서 아침에 시간을 내서 앞뒤 주어와 동사, 부사가 들어맞지 않고 맞춤법도 많이 틀릴 것 같은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잠시라도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곤 하니까요.

 

그리고 일단 써둔 글을 다음날 다음번에 읽어보면 참 잘 썻다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더욱 열심히 생각을 문자로 남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창작을 위한 힘을 제공하는 정열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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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