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와 당구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옥수수알 2줄을 남겨 입으로 문지르며 불어댄다는 동요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바로 하모니카를 형상화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들숨과 날숨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바이올린 현을 올리고 내리면서 음을 내는 것처럼 참으로 효율적입니다. 관악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어내는 호흡의 힘으로 연주를 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효과적인 악기인가 생각해 봅니다.

 

 

 

더구나 호흡과 혀와 입술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양한 음을 내고 스스로 반주를 하면서 곡을 연주하는 하모니카야 말로 모든 악기의 집성촌이라 해도 될 것입니다. 큰 하모니카도 있고 작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서수남과 하청일씨는 인기 가수인데 하청일씨가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작은 하모니카를 연주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보이지도 않을 듯 작은 하모니카로 몇 가지 음을 연주해 내는 기술이 부럽습니다.

 

산중에 홀로 사는 하모니카 할아버지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습니다. 산 정상 바위 평상에 올라 이산저산 바라보면서 구성지게 한 자락 불어주면 세상 근심 걱정 회한이 모두 사그러 진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세월속 후회도 많을 것이고 기쁨도 있었을 것이지만 산속에서 세상을 멀리하고 자신만의 생활을 하는 외로운 분들의 삶 속에서도 복잡한 현실세계에 사는 이들에게 보내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악기가 각각의 특징이 있고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특히 하모니카는 연주하시는 분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느끼는 감흥이 다양하다고 봅니다. 자신의 호흡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랄 수 있습니다.

 

모든 동물이 자신들이 부여받은 신체의 어느 부위를 이용하여 소리를 내지만 인간만이 도구, 즉 악기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음을 내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쯤에 동네 뒷동산 풀밭에서 하모니카 한 개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청년이 뒷주머니에 넣었다가 분실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하모니카를 집으로 가져와 소독한 후 불어보겠다고 냄비에 물을 넣고 삶았습니다.

 

나중에 꺼내 보니 하모니카 모눈종이 모양이 있는 부분은 플라스틱이어서 녹아내려 쓸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에 적당히 가열하여 녹기전에 꺼내 불어 보았다면 지금쯤 하모니카 한 두수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구를 못 치는 것이 아니라 안쳤습니다. 중학생까지 시골동네에 당구장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던 3년간의 동선 주변에 당구장 표시가 없었습니다. 결국 직장에 들어오니 당구장 표시(※)를 알게 되었는데 이는 참고사항을 적을 때 활용하는 기호였습니다. 결국 당구는 참고적으로 배워도 되고 배우지 않아도 되는 스포츠 종목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하모니카는 한 수준 올릴 수 있었는데 냄비에 삶아버리는 바람에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래서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가 있나 봅니다.

어린시절 코끼리를 만나지 못해 조련사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이라면 좀 과한 변명이 되기는 하겠습니다만 아직도 '맹모삼천지교'는 유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이라도 악기하나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기 바랍니다.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번에 이룩함이 없습니다. 90세 노인이 러시아어를 배우는 이유는 100세에 이른 날에 그간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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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