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집 업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업'은 부자를 만들어주는 집안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친근한 동물입니다. 두꺼비, 뱀, 새, 지렁이, 거미 등 다양한 동물입니다.

이 업이 어느 정도 부자가 된 집에서 살다가 주인이나 그 아들과 딸들이 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주/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합해진 것이다.)를 실천하지 않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집을 나가 다른 아직은 중산층이지만 성실한 집안으로 이사를 간다고 합니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나면 먼저의 부잣집은 이런저런 사건사고로 인해 서서히 가세가 기울고 업이 들어온 집에는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업이 성장을 합니다.

잘되던 식당 옆에 담벼락을 헐고 유사업종 식당이 들어서면서 매상이 줄어드는 것은 이 식당에 있던 업이 출가한 것입니다.

가출한 것이지요. 아이가 집을 나가면 가출이고 아들이 스님이 되기 위해 지을 나서면 출가라 합니다. 업의 역할은 부자가 되는 인자를 전해주는 것입니다.

 

더 이상 부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판단을 한 업이 집을 나가 다른 집에 숨어들면 새로 자리 잡은 집의 사업이 번창합니다. 경쟁관계의 옆집 식당은 고부갈등으로 간판을 내리거나 부자충돌로 식당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편의점이 新裝開業(신장개업)합니다.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온 손님이 그 옆집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음식을 포장해 가져갑니다.

매출이 50% 늘어납니다. 그 성과는 자신의 노력도 있지만 슬그머니 들어온 업의 역할입니다. 부자를 만들어 주는 업이 우리 집에 온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은 집안에서 발견된 뱀, 두꺼비, 개구리, 지렁이 등 집근처에 서식하는 동물을 해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집 근처 화단에 옮겨줍니다. 우리 집을 떠나가지 말고 계속 집터 속에서 살아 달라 간청을 하는 것입니다.

잘되고 못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만 길게 깊이있게 사려깊게 들여다보면 나만의 성과는 아닐 것입니다. 주변의 가족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이 돕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골프공이 날아가 나무를 맞고 안쪽으로 떨어지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하는 확률은 50:50입니다. 하지만 나무에 맞지 않고 가지사이로 날아가 옆동네 잔디에 골프공이 떨어지는 쑥스러운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빗나간 공이 그린 옆 메타세콰이어 나뭇가지에 맞으면 행운이고 맞은 공이 안쪽으로 떨어지면 조상의 돌봄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둥굴고 가느다란 가지에 맞는 행운과 그 공이 안쪽으로 떨어지는 럭키한 상황은 5대조 할아버지께서 증손자 골프장까지 따라와서 신경을 써주신다는 말입니다. 평소 조상님을 극진히 모신 결과라고 격려하곤 합니다.

 

그러니 행운스런 일이 발생하면 자신이 잘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 잘난 박사는 언젠가 논문표절 시비 등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늘 주변의 분들에게 공을 돌리고 가족에게 감사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그런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에게 행운이 오기 위해서는 그 행운 이상의 적선과 노력이 있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업이 잘되고 골프가 잘 맞고 행운이 따르고 직장에서 쑥쑥 승진이 되거든 자신이 잘난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조상이 돌보심, 가족의 도움, 동료들의 협찬이 있었음을 상상하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자리잡은 두꺼비 인형, 돼지저금통, 노랑오리, 플라스틱 문어인형 등이 혹시 나를 도와주는 그 '업'은 아닐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에서는 땅속에 사는 '동물 업'도 많겠지만 주변에 함께하는 '인간 업'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동료의 발전을 위한 '업'이 되면 그 친구가 나를 도와주는 두꺼비 업이 될 것입니다.

 

업 조합원이 많은 사람은 승진이나 발전에 유리한 입장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가지고 있던 업을 분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던 업이 슬그머니 멀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이라는 것은 연기와 같아서 오는 듯 사라지고 없는 듯 한데 불현듯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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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